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득실이 분명한 투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배터리 업체들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 완성차 업체와 합작으로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데 대해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또 미국의 인건비 등을 고려했을 때 투자비용 대비 수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완성차 2위사인 포드와 60GWh 규모의 합작 공장을 설립한다. 양사는 이를 위해 합작사 '블루오벌에스케이(Blue Oval SK)'를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 공장에는 총 6조원이 투자되며 SK가 절반인 3조원을 투자한다. 양사는 합작사를 통해 2020년대 중반부터 미국에서 연간 약 60GWh의 전기차 배터리, 셀, 모듈 등을 생산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네럴모터스(GM)와 미 테네시주 배터리 공장 설립에 나선다. 양사는 합작법인인 '얼티엄 셀즈'를 통해 제2 합작공장에 총 2조 7000억원을 투자, 2024년 상반기까지 35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미 설립 중인 35GWh 규모의 미 오하이주 공장과 합쳐 연 100만대분량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 미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국내 업체들은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유럽에 이어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올해 110만대에서 2023년 250만대, 2025년 420만대 등 연평균 40%의 성장이 예상된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정책도 현지 배터리 공장 설립의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AMCA)에 따라 2023년까지 전기차 핵심 부품의 85% 이상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한 제품으로 채워야만 무관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더라도 한국·중국·유럽 등에서 공수한 부품이 많아 의무 비율을 채우지 못하면 10%의 징벌적 관세를 부과한다.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 현지 배터리 생산이 필수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미국 현지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사를 설립하는데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를 세운 뒤 독점적으로 배터리를 공급하면 다른 업체와 계약을 맺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간 전기차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경쟁사와 협업하는 배터리 업체와 계약을 맺을 기업은 없다는 것이다.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는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완성차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기 시작할 때부터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다.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이런 형태의 합작사가 미국 완성차 업체 배터리 내재화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배터리 업체들은 이런 우려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 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미국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할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 현실화되기 위해선 5년에서 10년 이상을 봐야 할 것"이라며 "그 기간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기술 진보를 통해 확실한 기술 격차를 이룰 수 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밝힐 순 없지만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기술이 이전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가 규모 대비 사업성이 뛰어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내 배터리 업계들도 동의하고 있다. 미국 생산직 직원의 임금은 국내 배터리 업체 공장이 주로 있는 중국과 동유럽보다 3~5배 높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중국 고졸 생산직 초임은 월 683달러다. 헝가리는 747달러, 폴란드는 1000달러 수준이다. 반면 미국 고졸 생산직 초임 3345달러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인건비를 포함해 모든 비용이 중국이나 동유럽보다 월등히 높아 국내 업체들이 완전한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지 못하면 이익이 많이 나진 않을 것"이라며 "공장을 완공해 본격 가동에 들어가더라도 향후 몇년간은 저조한 영업이익률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