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에서 사거리 800㎞ 초과 미사일(고체 로켓)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미사일 지침'을 해제하기로 합의하면서 42년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중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미사일을 생산하는 업체로는 LIG넥스원(079550)이 있다. 미사일 관련 사업이 전체 매출액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LIG넥스원은 그동안 천궁·신궁·현무3 등 미사일 개발 사업을 수주해왔다. LIG넥스원은 이번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로 기존 미사일의 사거리를 증가하는 작업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 생산 현장. /LIG넥스원 제공

한화그룹 역시 미사일 지침 해제의 혜택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화(000880)는 LIG넥스원에 미사일 추진체 및 탄두를 납품한다. 또 공대지 미사일 천검의 개발 사업도 진행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의 자회사 한화시스템(272210)은 직접적으로 미사일을 생산하진 않지만, 미사일이 정확한 타깃에 도달하도록 돕는 레이다 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방산업계는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를 통해 새로운 기술 개발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에서 관련 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사거리가 무제한이 되면 2000~3000㎞ 중거리 미사일과 5500㎞ 이상 ICBM, SLBM도 개발이 가능해진다. 우리 군 미사일 사정거리가 북한은 물론 중국 베이징과 일본 도쿄까지 닿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제한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은 지난 1979년 박정희 정부 당시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는 대가로 만들어졌다. 합의 당시 사거리·탄두 중량·고체연료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이후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점차 완화됐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선 2017년 탄두 중량 제한이 없어졌고, 지난해엔 우주발사체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 제한이 해제됐다.

그래픽=박길우

방산업계 안팎에서는 우주산업 분야에 대한 기대감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군사적 목적의 로켓기술은 인공위성 개발 등 민간우주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전체조립을 맡은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과 엔진 제작을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역시 장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미사일 지침 해제 발표 뒤 처음으로 장이 열린 지난 24일 LIG넥스원은 9.75%, ㈜한화는 2.92% 상승한 가격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국항공우주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각각 3.81%, 1.87%씩 주가가 오른 채 장을 마쳤다.

다만 국가가 사업을 발주해야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업계 특성상 각 기업이 자체적으로 당장 사거리 연장 연구·개발에 착수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미사일 연구는 수천억원대 자금이 들어가고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국방부 등 정부 발주 없이는 기업이 단독 수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또 중국·러시아 등과의 외교 문제로 사거리를 무제한으로 늘리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사일 지침 해제는 환영하나 방위산업은 일반 민수사업처럼 미래 가능성만 보고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미사일 사거리가 2000㎞가 되면 중국 베이징이나 일본 도쿄가 사정권 안에 들어오기에 이들 국가와 외교 문제도 큰 걸림돌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