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원자재값과 건화물선(벌크선) 운임이 소폭 내렸다. 미국 정부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사하고 중국 정부가 원자재 시장에 개입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정보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 철광석 가격은 지난 21일 200.7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7일 200달러대를 넘어선 뒤 2주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구리나 알루미늄 등의 가격도 2주가량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구리는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현물 기준 지난 21일 톤당 1만11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6일 1만달러선을 넘어선 뒤 10일에 1만724.5달러까지 올랐다가 6.6% 하락했다. 알루미늄 가격도 같은 기간 6.3% 내린 톤당 2403달러를 기록했다.

호주 로이힐 철광석 광산에서 톱니바퀴처럼 생긴 리클레이머가 철광석을 컨베이어 벨트에 실어 열차로 옮기고 있다. /포스코 제공

원자재 가격 하락은 중국 정부가 원자재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19일 국무원 회의를 열고 원자재에 대한 투기적 수요에 적극 대처할 것을 요구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한지 1주일만이었다. 특히 매점매석을 통한 인위적인 가격 조정, 독과점 지위를 이용한 일방적인 계약 체결, 불안을 자극하는 허위 정보 유포 등에 대해 엄중히 조사하고, 적발 시 공개적으로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미국의 테이퍼링 가능성도 살아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산매입 축소 논의 가능성을 처음 거론했다.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물가 상승 요인으로 제품 공급망의 병목 현상과 원자재 부족 사태를 꼽고 "빠르게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대 수요국인 중국과 유동성을 공급하는 미국 모두 경고음을 울리면서 시장이 움츠러든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원자재값 인상폭은 단순히 수급만으로는 설명이 안됐다"며 "약달러에 투기성 자본도 끼어있었는데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를 나르는 벌크선 운임도 소폭하락했다.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 21일 기준 2869를 기록했다. 지난 5일 3266까지 오르며 2010년 이후 최고점을 찍은 뒤 12.2% 내렸다. 올해 2분기 들어 BDI는 철광석과 석탄을 나르는 케이프사이즈(15만톤급 이상) 운임이 크게 오르며 함께 뛰었는데, 원자재 시장과 함께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5월 건화물 시장 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경기 회복과 과열 방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하는 각 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현재의 고운임 시황이 금년 중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론과 올 하반기에는 유동성 축소가 본격화되며 운임 시장 특수도 한 풀 꺾일 것이라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철강·해운업계에선 단기간에 큰 폭의 추가 하락이 찾아올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통상 성수기로 꼽히는 2분기에 들어섰고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1월과 비교하면 두 시장 모두 여전히 강세로 평가된다. 연초보다 철광석 가격은 21.4%, BDI는 108% 높다.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 등 주요 업체는 철강제품 수급상황이 빠듯한 만큼 추가 가격 인상도 추진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가격 급등세가 꺾인 것은 사실이지만 큰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수요 증가세가 공급 증가세를 웃도는 상황인 만큼 강세 분위기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항만 적체 상황이 해결되기 전까지 선복 상황이 개선되기 어려운 만큼 운임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