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철근 부족으로 건설 공사가 지연·중단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주택 건설시장에 불이 붙으면서 수요가 늘어난데다, 중국산 제품 감소와 유통사의 사재기까지 겹치면서 수급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근 생산량은 2017년 1130만톤을 고점으로 줄어왔다. 2019년에 생산량이 1000만톤 미만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943만톤에 그쳤다. H형강(H 모양으로 생긴 건설용 철강 제품) 역시 2018년 346만톤에서 2019년 333만톤, 2020년 321만톤으로 감소했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로 건설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수요가 줄면서 생산량도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주택 착공세대수가 13만7000호로 최근 3년 가운데 최대치를 찍었다. 2019년 1분기 8만7000호, 2020년 1분기 8만2000호 등과 비교해 50%가량 급증했다. 1분기가 건설업계에서 비수기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철강업계가 올해 1분기 철근 생산량을 223만4000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6.3%가량 늘렸으나 수요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철강재를 확보하지 못해 건설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가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지난 3·4월 공사 중단 현황을 조사한 결과 59곳이 20일가량 공사를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43곳이 철근과 형강 부족때문이라고 답했다.
철근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사재기'가 나타난 것도 부담이다. 철근값은 유통가 현금결제 기준으로 최근 톤당 97만원까지 치솟았다. 연초 톤당 69만원에서 40.6% 올랐다. 철근 가격이 톤당 90만원선을 넘은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가격이 빠르게 뛰면서 재고를 미리 확보해두려는 현상이 나타났고, 중간 유통사도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물량을 빨리 풀지 않게 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설 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실수요가 늘었는데, 가격 급등으로 가수요까지 겹치면서 부족 문제가 더 심화됐다"고 말했다.
수급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건설시장은 성수기라고 볼 수 있는 2·3분기에 진입했는데, 생산은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제철(004020)의 당진제철소 열연공장에서 지난 8일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 현재 고용노동부는 철근공장 작업까지 중지시켰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철근 물량은 국내 시장의 약 15%에 달한다. 공장이 언제 정상화될지는 미지수다.
수입 물량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 정부가 내수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수출 증치세 환급을 취소하면서, 중국산 물량도 줄어들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 철강업체들은 수출하면 13%의 부가가치세를 돌려받아 수출시장에서 저가 경쟁을 벌일 수 있었다.
또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등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나서면서 철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철강제품 수급이 빠듯해졌다"며 "생산량을 단기간에 늘릴 방법도 없어 상당기간 수급난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