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한국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한다. 그중 일부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에 등극했고, 일부는 지난 3월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처럼 더 큰 도약의 기회를 만들었다. K유니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시기다. 4차 산업혁명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각국의 국수주의 강화 행보 등 녹록지 않은 대내외 환경에서 K유니콘의 선전은 지속할 수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이 유니콘에 다가가는 열정 넘치는 창업자들을 만났다. [편집자 주]

이코노미조선

5월 4일 딥러닝 기반의 광고 솔루션 스타트업 몰로코는 신한GIB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조성한 사모펀드로부터 2000만달러(약 225억원)를 투자받았다고 전했다. 이로써 몰로코의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5000만달러(약 563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몸값이 1조1200억원대로 뛴 몰로코는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몰로코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안익진 대표와 오라클 엔지니어 출신인 박세혁 공동 창업자가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운 회사다.

몰로코에 앞서 지난 4월에는 기업용 채팅 서비스 스타트업 센드버드가 1억달러(약 1125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면서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엔씨소프트 개발자 출신인 김동신 대표가 2013년 세운 센드버드는 실리콘밸리가 거점이라는 점에서 몰로코와 닮았다. 캐릭터 ‘핑크퐁’과 노래 ‘아기상어’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도 같은 시기에 유니콘 기준을 넘어서며 이마에 멋진 뿔을 달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미국 스타트업 분석 업체 CB인사이츠 집계에 자체 조사한 결과를 더해 파악한 K유니콘은 올해 3월까지 12개였다. 이 숫자가 불과 한 달여 만에 15개로 불어난 것이다. 벤처캐피털(VC) TBT의 임정욱 공동대표는 “앞으로 10년이 스타트업 코리아의 중흥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10년 뒤에는 이스라엘을 능가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강국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인수합병(M&A)·상장 등으로 현재는 유니콘 자격을 상실했어도 기업 가치 10억달러를 돌파한 적 있는 K스타트업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기업 수는 20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 합병)과 쿠팡(뉴욕 증시 상장) 등이 포함돼서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는 K유니콘이 점점 늘고, 조(兆) 단위의 대규모 엑시트(투자금 회수) 소식이 전해지는 건 고무적인 일”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딜리버리히어로의 요기요 매각을 조건으로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M&A를 승인했다. 우아한형제들이 2019년 말 매각 사실을 전하면서 공개한 회사의 평가 금액은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국내 인터넷 기업의 M&A 중 가장 큰 규모였다. 불과 수년 전까지 국내 스타트업의 가장 큰 엑시트 사례가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를 카카오가 626억원에 산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변화다.

올해 3월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데뷔 장면은 국내 스타트업 역사의 변곡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장 첫날 쿠팡의 시가총액은 약 100조원이었다. 삼성전자(490조원·이하 5월 6일 종가 기준)보다는 적지만,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94조원)와 3위 LG화학(66조원)을 뛰어넘는 액수였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은 2014년 중국 알리바바가 상장한 이후 아시아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올해 2월에는 비디오 채팅 앱 ‘아자르’로 유명한 하이퍼커넥트가 약 1조9000억원에 미국 매치그룹에 인수되기도 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라고 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기술 분야의 유망 업체 가운데 스타트업 비중은 블록체인 87%, 빅데이터·인공지능(AI) 85%, 자율 주행 83%, 클라우드 60% 등으로 나타났다.

◇유통 분야에 쏠린 K유니콘

사실 유니콘 탄생으로 이어지는 스타트업의 열기는 한국에만 해당하는 현상이 아니다. CB인사이츠가 집계한 글로벌 유니콘 현황을 보면, 2020년 11월 기준 전 세계 유니콘 수는 528개다. 추세를 보면 2016년 이후 성장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 2018년부터는 매년 100여 개의 유니콘이 쏟아져 나온다. 전체 유니콘의 82%는 미국(256개)과 중국(126개)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13개)은 독일과 함께 공동 5위로 순위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물론 4위에 오른 인도(25개)와 비교해도 유니콘 수에서 크게 뒤처진다. 물론 유니콘 수가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유니콘의 업종별 분포를 뜯어보면 안주할 수 없는 현실이 더 잘 드러난다. K유니콘의 60% 이상은 전자상거래·화장품·여가·배달 등 주로 유통 관련 업종에 몰려있다.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핀테크·AI·건강·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유니콘의 성장에도 관심과 투자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했다.

‘이코노미조선’이 넥스트 K유니콘을 주제로 커버 스토리를 기획한 이유다.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가는 길목에서 만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개인은 물론 크고 작은 기업에도 난제를 던졌다. 비대면 전환 가속화의 흐름에서 어떤 스타트업은 기회를 잡아 유니콘으로 성장하고, 어떤 스타트업은 조용히 사라질 것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지금의 위기와 혼돈을 기회 삼아 글로벌 유니콘으로 나아가려는 예비 유니콘 창업자 4명과 인터뷰했다. 제품·서비스에 AI 같은 첨단기술을 접목했다는 점, 해외 소비자를 겨냥한다는 점이 이들 스타트업의 공통점이었다.

더불어 ‘이코노미조선’은 창업가 누구나 원하는 바를 시도할 수 있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조건에 대해서도 살폈다. ‘타다 금지법’ 논란에 엉망이 될 뻔한 조직을 간신히 재정비해 유니콘 명단에 합류한 박재욱 쏘카 대표를 만나 국내 스타트업 지원 정책에 바라는 점을 들었다. 정보기술(IT) 전문 로펌인 테크앤로가 2018년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100대 스타트업 가운데 13곳은 한국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44곳은 사업을 하더라도 조건부로 가능했다. 거미줄 규제를 깨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내 사이클링 시뮬레이션 앱을 서비스하는 미국 유니콘 즈위프트의 에릭 민 창업자도 ‘이코노미조선’과 대화를 나눴다. 민 창업자는 대규모 시장 기회, 확장 가능한 사업, 어느 정도의 경쟁 우위 등 세 가지를 성공적인 투자 유치의 조건으로 꼽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창업가들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하다고 느끼는 것(2019년 기준)으로 자금 확보(41.6%)와 규제 완화(39.6%), M&A·기업공개 활성화(32.9%) 등을 꼽았다.

이옥형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혁신정책과장은 “유니콘이 우리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도입, 실리콘밸리식 벤처 금융 제도 추진, K유니콘 프로젝트 등의 정책을 힘차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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