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코퍼레이션(011760)그룹은 최근 영국에서 버섯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 농업회사법인 그린합명회사와 함께 지난 2018년 '스미시머시룸홀딩스'란 이름의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잉글랜드 북서부 랭커셔주에 버섯 재배 농장을 세웠다. 납품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글로벌 유통기업 테스코(TESCO)에 버섯을 납품하는 등 현지 시장을 차근차근 공략해 나가고 있다.

스미시머시룸홀딩스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버섯 판매로만 약 8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주로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을 재배해 납품하는데 영국 현지에서 인기가 좋다"며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영국인들이 외부 활동을 시작하면서 레스토랑에 납품되는 물량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조만간 영국과 다른 유럽 지역 등지에 버섯 농장을 추가로 세워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스미시머시룸홀딩스 홈페이지

수십년간 무역 일선에서 활동해온 국내 종합상사들이 글로벌 식량 사업에 진출해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오랜 시간 세계 곳곳에 구축해 놓은 글로벌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면서 생산, 유통, 판매 등 밸류체인 전반을 도맡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종합상사가 식량 사업에 진출한 배경엔 성장 동력 부재에 대한 위기 의식이 깔려있다. 통신의 발달로 종합상사를 통해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이 줄면서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여전히 트레이딩 비중이 높은 종합상사의 영업이익률은 1~2% 수준이다.

종합상사들은 최근 전기차 부품 사업 등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식량 사업도 신사업의 일환이다. 지난 2018년 기준 글로벌 농식품 시장의 규모는 6조3000억달러(7116조)로 철강 시장의 6.3배, 자동차 시장의 3.7배에 달한다.

국내 종합상사 1위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은 곡물 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세계 최대 곡창지대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에 국내 기업 처음으로 연간 250만t 규모의 곡물 출하가 가능한 수출터미널을 준공했다. 이곳을 통해 유럽연합(EU)과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 밀과 옥수수를 판매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 팜농장과 미얀마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해 국제 곡물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캄보디아산 망고

지난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곡물 취급량은 총 800만t으로, 84만t이었던 지난 2015년 대비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12.42%도 곡물 사업에서 나왔다. 이는 전년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오는 2030년까지 곡물 취급량을 기존 800만t에서 2500만t으로 3배 이상 늘려 세계 10위의 식량종합사업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영국 버섯 사업외에도 지난 2014년부터 캄보디아에서 망고 농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농장의 크기는 260만㎡(78만6500평)에 달하며 연간 생산량은 1만t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현대식 농산물유통센터를 준공하고 캄보디아산 망고를 한국에 들여오기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는 캄보디아에서 망고뿐 아니라 캐슈넛과 후추 사업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인도네시아 팜 농장.

LG상사는 인도네시아에서 팜(야자수) 농장을 3곳 운영하며 연간 8만t 규모의 팜오일(CPO)을 생산하고 있다. 팜오일은 팜나무 열매를 순수 압착해 추출해 나오는 식물성 기름으로 주로 식용유에 쓰인다. 바이오디젤, 비누, 세제, 화장품에도 팜오일이 들어간다. 삼성물산(028260) 상사 부문과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팜 농장을 운영하며 각각 연간 10만t, 8만t 가량의 팜오일을 생산하고 있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해외 네트워크 등 기존 종합상사의 장점을 활용하면서 신사업 발굴에 나서는 게 요즘 상사업계 트렌드"라며 "세계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식량 사업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