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 기지로 급부상하고 있으나, 통상·시장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우리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4일 발표한 '공급망 다변화의 수혜주 베트남, 기회와 리스크는?'에 따르면 중국 주변국들이 중국과 정치·외교적 갈등을 빚으면서 베트남이 대체 투자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기업들의 베트남 이전 현상이 더 빨라졌다.
우리 기업들의 베트남 수출과 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은 2017년 중국과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3대 수출국에 오른 뒤 꾸준히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3324개로 중국(2233개)을 넘어섰다. 2019년 우리나라의 베트남 직접투자액도 83억달러(약 9300억원)로 달해 베트남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 390억 달러 가운데 21.4%를 차지했다.
그러나 베트남의 무역규모가 커지면서 베트남산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베트남을 상대로 한 총 27건(반덤핑 21건, 상계관세 6건)의 무역규제조치 신규조사가 개시됐다. 역대 최다 건수다.
베트남이 중국과 마찬가지로 비시장경제(NME)로 간주돼 덤핑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고, 덤핑마진율이 높게 책정되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국내법에 따라 비시장경제 국가를 지정, 이들 국가에 속한 기업이 정부로부터 독립돼 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불리한 가용정보를 적용해 범국가세율(NMER)을 부과한다.
또 미국은 현재까지 베트남에 대해 총 8건의 상계관세 조사를 실시, 6건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특히 지난해 2월 미국 상무부는 환율 저평가국에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을 도입했는데, 베트남산 타이어에 최초로 적용하기도 했다. 중국산 제품이 기존의 무역규제조치를 우회하기 위해 아세안 등 제 3국을 거쳐 수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베트남 역시 미국과 EU의 주요 우회조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기업이 늘면서 인프라 부족 문제도 심화하고 있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JLL에 따르면 베트남 남부지역의 산업단지 임대료가 3년새 50% 올랐다. 북부지역의 하노이 산업단지는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5년새 1.5배 가량 늘어 지난해 기준 1694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까지 늘었지만 제때 처리하지 못해 항만 내 적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요에 비해 인력 공급도 부족해 최근 베트남 내 숙련 노동력 확보 경쟁도 치열해졌다.
무역협회는 ▲현지 협력업체와의 관계 강화 ▲우회 덤핑 조사를 피하기 위한 원재료 및 부품 조달 계획 수립 ▲높은 덤핑마진율 회피를 위한 베트남 정부로부터의 독립성 입증 준비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유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베트남을 대상으로 한 엄격한 수입규제 조치가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될 위험이 있는 만큼 베트남 당국과의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과 리스크 요인에 대한 사전 대응방안 마련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