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의 투자전문 지주회사인 SK㈜가 투자한 미국 바이오업체 로이반트 사이언스(Roivant Sciences)가 뉴욕증시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73억달러(8조1825억원)로 평가받았다. 미국 바이오업체 기업공개(IPO) 가운데 역대 최고로 꼽히는 모더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SK㈜는 이번 투자로 적지 않은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관련 업계와 현지 외신 등에 따르면 로이반트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합병을 통해 오는 3분기 중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 스팩 합병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뒤 유망 기업을 찾아내 인수합병(M&A)을 하는 투자 방식이다.

로이반트는 최근 스팩 상장을 위해 헬스케어 전문 투자회사인 페이션트 스퀘워 캐피탈(Patient Square Capital)과 계약을 체결했다. 로이반트는 이 회사가 설립한 스팩몬테스 아르키메데스 인수회사(Montes Archimedes Acquisition Corp.)와 합병한다. 로이반트는 73억달러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로 잘 알려진 미국의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2018년 12월 증시에 상장할 때 75억달러의 기업가치로 평가받았다. 이는 미국 바이오기업 IPO 사상 최고 기록이다. 로이반트는 모더나와 비슷한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장동현(오른쪽) SK㈜ 사장이 지난해 12월 3일 서울시 종로구 SK 서린사옥 본사에서 비벡 라마스와미 로이반트 사이언스 사장과 ‘표적 단백진 분해 플랫폼 구축을 위한 파트너십’을 화상회의로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 제공

로이반트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전환(DT) 기술 등을 활용한 플랫폼을 통해 10년 이상 소요되는 신약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사업 모델을 개발했다. SK㈜는 지난해 12월 2억달러(약 2200억 원)를 투자해 로이반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SK㈜는 로이반트의 표적 단백질 분해 치료제 연구 전문 자회사의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표적 단백질 분해 치료제는 단백질 기능을 억제하는 기존 신약 개발 방식과 달리 질병 원인 단백질을 원천적으로 분해하는 기술이다. 기존 약보다 효능이 뛰어나고 내성 문제도 없어 상업화에 성공하면 기존 난치병의 치료 수준을 크게 향상할 전망이다. SK㈜가 보유한 로이반트 지분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회사가 상장하면 상당한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SK㈜ 등 기존 투자자들은 로이반트 상장 후 보유 지분의 최소 50%를 향후 3년간 매각하지 않는 보호예수 조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최근 글로벌 투자에서 연이은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SK㈜가 2018년 2500억원을 투자한 그랩 역시 스팩 합병을 통한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그랩은 스팩 상장 기업 중 사상 최대규모인 396억달러(약 44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은 바 있다. 글로벌 물류센터 업체인 ESR이 2019년 홍콩 증시에 상장할 때도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SK㈜는 2017년 ESR에 총 4900억원을 투자 했다. SK의 총 지분율은 10%로, 이 중 4.6%를 작년 9월에 매각해 4800억원의 수익을 실현했다. 2019년에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중국의 왓슨(Wason)에 37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 1월에는 계열사인 SK E&S와 함께 글로벌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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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SK㈜가 투자회사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고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는 바이오·모빌리·신소재 사업 등에서 상당한 안목을 가지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기존 지주회사로서의 역할은 거의 사라지고 사모펀드와 같은 투자전문회사로 전환한 성공적 모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