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석유제품 품질 검사 대상에 항공유를 포함하기로 하면서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항공업계가 연 30억원으로 추산되는 검사 수수료를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정부는 석유 제품 품질 관리 기준에 맞춰 품질 검사를 진행한 뒤 해당 기업에 검사 수수료를 받는다. 항공유는 국내외에서 급유가 이뤄지는 특성상 별도의 정부 기준이 없었다. 항공업계는 코로나 사태로 비행기를 띄울 수 없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에 불만이다. 항공업계는 항공권 가격에 수수료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 장기적으로 항공권 가격도 오를 전망이다.

6일 관계부처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석유 제품 품질검사 대상에 항공유를 포함하고 품질 검사 수수료를 받는 내용으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을 연내 개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생산하는 석유 제품에 대한 품질 기준을 마련하고 석유관리원을 통해 품질 검사를 진행한다. 자동차용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 부생연료유, LPG, 용제 및 아스팔트 등의 제품은 의무적으로 품질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수수료는 연료유는 리터당 0.469원, 윤활유는 3.33원이다.

펌프 트럭이 지하 급유전을 통해 항공기에 항공유를 급유하고 있는 모습./대한항공 제공

그동안 항공유는 별도의 품질 기준이 없어 검사를 받지 않았다. 대신 정유사들이 미국 품질 기준으로 항공사에 납품했다. 한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는 해외에서 급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들이 미국 품질 기준을 따른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항공사 외에 개인이나 법인이 소유한 경비행기가 늘고 있는 추세라 항공유에 대한 품질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석유제품 품질 기준 수수료는 정유사가 부담하지만, 대부분 판매금에 반영한다. 항공유 품질 검사 비용도 항공업체 납품 단가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항공사들은 추가로 부담하는 수수료만큼 항공권 가격을 인상하거나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코로나19 이전 국내 정유사들은 평균 4000만배럴의 내수용 항공유를 판매했다. 리터로 환산하면 63억5600만리터(1배럴=158.9리터)다. 현재 수수료를 기준으로 하면 항공사들은 연간 약 30억원의 검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석유관리원의 적자가 계속되고 2009년 이후 수수료 인상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 검사 수수료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업계는 코로나 사태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은 1분기 흑자가 예상되지만 화물 운송으로 버티는 상황이다. 저가항공사(LCC)의 경우 1분기에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최근 한달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제주항공(089590) 650억원, 진에어(272450) 423억원, 티웨이항공(091810)은 314억원 수준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들이 무급·휴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30억원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게 항공업계의 주장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항공사들이 고사 직전인 상황인데 굳이 이런 시기에 항공유 품질 검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사실상 미국 품질 기준이 국제 표준인데 국내 품질 기준을 만들어 검사를 하면 혼란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