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에서 2시간만에 인천공항을 만들어봤습니다(feat. 25인 시청자 참여). /인천시

인천시는 최근 유튜버·시민 25명과 함께 메타버스(Metaverse) 기반의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Minecraft)'에 인천공항을 만들었다. 지난해 9월 시가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린 영상을 보면, 이들은 2시간 만에 레고와 비슷한 다양한 블록 모양의 도구로 가상의 게임 공간에 관제탑, 활주로 비행기 등 인천 제2여객터미널을 그대로 구현한다.

메타버스는 '가상(Meta)'과 '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온라인 속 가상공간에서 아바타의 모습으로 구현된 개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돈을 벌고 소비하고, 놀이·업무를 하는 등 현실의 활동을 그대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시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비대면 도시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같은 '인천크래프트'를 기획했다. 인천크래프트는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가상의 인천시를 만들고, 온라인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여행하고 체험할 수 있게 만든 인천시 맵 이름이다. 시는 인천공항 외에도 인천항·청라시티타워 등 다양한 인천의 랜드마크를 게임 속에 구현한 이번 마케팅으로 대한민국 공공PR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간 소통의 공간이 현실에서 가상세계까지 확장하면서 광고업계가 잠재적 소비자를 겨냥해 메타버스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발렌티노는 지난해 2020 봄·여름 패션쇼에서 선보인 의상을 '동물의 숲' 버전으로 제작해 무료 배포했다. 왼쪽부터 실제 패션쇼, 의상 디자인 코드, 동물의 숲 의상을 착용한 캐릭터. 오른쪽은 마크제이콥스가 선보인 의상. /발렌티노·마크제이콥스 제공

3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오프라인 패션쇼를 열기 어려워진 명품 브랜드를 중심으로 메타버스 마케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는 신상품의 패션쇼를 닌텐도 스위치 게임 '동물의 숲'에서 진행하고, 지난해 봄·여름 컬렉션을 무료로 선보였다. 마크제이콥스와 안나수이 등도 게임 속에서 자사의 신상 제품을 똑같이 내놨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개발한 증강현실(AR) 기반 3D 아바타앱 '제페토(ZEPETO)'에는 구찌·나이키·컨버스·디즈니·푸시버튼 등 패션 브랜드들이 잇달아 입점했다. 이들 의상은 제페토 내 유료화폐인 '잼(Zem)'으로 구입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인공지능(AI)이 이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만든 아바타에 원하는 브랜드의 옷과 액세서리 등을 입히고, 다른 친구 아바타와 소통하게 된다.

MZ세대가 주요 소비층인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메타버스 마케팅에 눈길을 돌렸다. 방탄소년단(BTS)은 지난해 9월 북미와 유럽 시장 점유율 1위인 슈팅게임 '포트나이트'에 신곡 '다이너마이트' 안무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콧은 포트나이트에서 가상 콘서트를 열고 1230만명에 달하는 동시 접속자를 모았는데, 이 콘서트는 2000여만달러(약 222억원)의 수익을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Travis Scott and Fortnite Present: Astronomical (Full Event Video). /Travis Scott

광고업계는 메타버스 이용자의 대다수가 MZ세대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제페토는 지난 2월 기준 가입자 수가 2억명을 돌파했는데, 이들 중 10대가 80%를 차지한다. 지난 3월 상장한 미국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의 경우 미국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55%가 가입했고, 하루 평균 접속자만 4000만명에 육박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메타버스 시장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로 대표되는 리얼타임 콘텐츠 시장은 2019년 170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22년에는 624억달러(약 70조)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만남이 힘들어진 미국의 10대들은 유튜브보다 3배 많은 시간을 로블록스에서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게임·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 환경에 노출됐기에 가상 세계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서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를 잡기 위해 광고 역시 이들에게 친근한 메타버스 기반으로 탈바꿈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