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NVIDIA)와 협력해 자율주행 양산차 보급 속도를 확보하면서 자체 자율주행 인공지능(AI)인 아트리아(Atria) AI를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자율주행 자동차 양산 시작 이후 5년 내에는 경쟁사가 축적한 데이터 양을 추월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경기 성남 수정구 포티투닷 사옥에서 'HMG 자율주행 미디어데이'를 열고 이 같은 자율주행 투트랙 개발 구상을 밝혔다. 자율주행 개발을 이끄는 박민우 현대차그룹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겸 포티투닷 사장 영입 이후 약 6개월 만에 구체적인 자율주행 전략과 로드맵을 공개한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2028년 상반기 내로 고속도로 등에서 운전대에 손을 놓지 않고도 주행이 가능한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 양산차를 출시할 방침이다. 이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자동차 플랫폼(센서·주행 컴퓨터·소프트웨어를 묶은 체계)인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10′을 기반으로 한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AI 모델 '알파마요'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초기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자율주행 역량의 핵심인 데이터 선순환 체계(Data flywheel) 구축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차가 늘면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고, 더 많은 데이터는 AI 성능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자체 자율주행 AI인 아트리아 AI 탑재를 고집하기보다, 외부 파트너십을 활용해 데이터 수집 차량을 먼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권정현 HMG 자율주행개발센터 센터장 겸 포티투닷 AD디비전 리드는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 190개가 넘는 국가와 지역에서 연간 700만대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40여대의 데이터 수집 차량이 있지만,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의 양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5년 이내에 경쟁사들이 누적한 데이터의 양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권 센터장은 또 "수집에서 학습으로, 모델 학습에서 모델 배포로 이어지는 데이터의 순환고리를 먼저 완성하는 쪽이 자동차 소프트웨어와 AI에서의 경쟁 우위를 갖는다"면서 "그래서 저희가 데이터 선순환 체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가 2028년부터 자율주행 양산 시작을 계획 중인 점을 고려하면 2033년까지는 경쟁사의 데이터 양을 따라 잡아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구상이다.
데이터 수집 차량 확보는 아트리아 AI 등 현대차그룹의 자체 기술 개발과도 직결된다. 현대차그룹에서는 AVP본부와 포티투닷이 공동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당초 주행의 각 단위를 독립적으로 개발한 뒤 통합하는 모듈러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해왔으나, 2년 전부터 테슬라와 같은 엔드 투 엔드(E2E) 방식으로 전환해 현재는 일정 수준의 자율주행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아트리아 AI가 탑재된 소프트웨어중심차(SDV)의 도심 주행 영상도 공개했다. 아트리아 AI가 탑재된 아이오닉6가 출근 시간대의 강남 도심과 비가 내리는 판교 도심 등에서도 무리 없이 자율주행을 이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갓길에 멈춘 차량을 피해가고, 갑작스러운 끼어들기와 좁은 길에서 마주 오는 차량에 대한 대응 등도 수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아트리아 AI를 발전시켜 2029년 하반기에는 도심에서도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는 레벨2++ 수준의 자율주행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박민우 사장은 "아트리아 AI를 더 빨리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전략적으로 일정을 늦췄다"면서 "양산을 서둘러 어정쩡한 레벨 2++를 양산하기보다, 엔비디아의 기술을 활용해 양산을 진행하면서 최종 목표(아트리아)에 리소스를 집중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차가 주변 환경을 시각적으로 인식하고, 인간의 언어로 상황을 추론·이해한 뒤, 최종적으로 주행 제어 같은 물리적 행동을 직접 생성하는 VLA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VLA 방식은 언어로 설명된 내용을 학습하기 때문에 시각적 인식으로만 학습이 가능한 E2E 모델에 비해 개선이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박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와 AI를 직접 개발하는 역량과 그 기술을 글로벌 규모의 차량과 고객 경험으로 구현하는 역량을 결합함으로써 차별화된 자율주행 경쟁력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서 "빠르게 학습하고 개선하면서도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자율주행 안전과 완성도를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