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을 훌쩍 넘는 철판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용접하는 노란 로봇 팔. 최대 600㎏의 짐을 얹고 흰 선을 따라 움직이는 무인 운반차. 부품의 조립 위치를 0.2㎜ 수준의 정밀도로 확인하는 비전 카메라. 가이드에 맞춰 정확한 장소에 일정한 힘으로 부품을 장착하는 로봇. 조립된 제품의 단차를 자동으로 측정해 시스템으로 정보를 전송하는 센서.
지난 8일 기아가 경기 화성 오토랜드 이보 플랜트 이스트(EVO Plant East) 공장에서 'PBV(목적기반차) 생산 허브 테크 데이'를 열고 소개한 생산 관련 기술들이다. 기아는 이 기술들을 기반으로 이보 플랜트에서 준중형 전동화 PBV PV5를 연간 5만대 생산하고 있다. 이보 플랜트는 기아가 경상용차(LCV) 분야의 전동화를 이끌기 위해 4조원을 투입해 2023년 1월 완공한 곳이다. 내년 6월에는 이보 플랜트 웨스트(West)도 완공해 연간 생산 능력을 현재 2배(2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기아가 이보 플랜트에 다양한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PBV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차종을 유연하게 생산해 개인화 모빌리티를 현실화하면서도 균일한 품질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PBV는 다인승 승객 운송을 위한 수요뿐 아니라 캠핑용 차, 냉동 탑차, 화물 적재를 위한 오픈베드(적재함에 덮개가 없는 형태) 차 등 다양한 수요가 있다. PV5도 현재 10종이 생산된다. 이처럼 다양한 차종을 만들면서 차체·도장·조립 등 모든 공정에서 사람의 실수를 줄이고, 생산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을 효율화하면서 품질도 높일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 PV7 공개해 PBV 라인업 확대… 2030년까지 누적 89만대 판매 목표
기아는 오는 14일 독일 하노버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 공개하는 대형 전동화 PBV인 PV7 생산에도 이런 자동화 시스템을 적극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PV7은 내년 준공되는 이보 플랜트 웨스트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신 공장인 만큼 이스트 공장에는 없는 '터널형 비전 검사(여러 대의 카메라로 차의 외관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검사)'가 도입되고, 자동 장착 부품으로는 루프 안테나, 쿼터 글라스, 플로어 콘솔 등이 추가된다. 소득영 기아 오토랜드 화성 공장장 전무는 "한층 고도화된 생산 기술과 품질 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품질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기아는 내년 PV7에 이어 2029년에는 초대형 PBV인 PV9까지 내놓으면서 개인화 모빌리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송호성 기아 사장은 2030년까지 PBV를 누적 89만대 판매하고 이 중 73%를 해외에 팔아 32조원의 수출액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지난달까지 기아의 PV5 판매량은 목표치(5만4000대)의 72%인 3만9000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연간 전 세계 판매량 32만대에서 지난해 130만대까지 커진 PBV 시장이 2030년 2000만대로 커진다고 전망했다. 오리온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PBV 시장은 2023~2030년 동안 연평균 6.1%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 때문에 GM,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PBV 시장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기아는 이보 플랜트 내 PBV 컨버전 센터를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차를 생산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컨버전 센터는 승객용·화물용·섀시캡(적재함이 없는 상용차 구조)의 기본 PBV 모델에 고객의 요구를 반영해 택시 특화 모델이나 냉동 밴, 순찰차 등 특수 목적 차를 만든다. 지난해 8월 완공됐으며 연간 생산 능력은 4만대다.
소득영 전무는 "PBV의 가치는 차 자체의 혁신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다양한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생산 시스템과 고객의 목적에 맞추는 컨버전 역량이 갖춰져야 한다"며 "이보 플랜트가 앞으로도 기아 PBV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