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임금·단체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노동조합의 하투(夏鬪) 리스크를 겨우 넘어서 생산 정상화에 속도를 내던 국내 자동차 업계가 예상치 못한 '원화 가치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라는 거대한 악재를 만났다.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이 적게는 60%대에서 많게는 98%를 웃도는 산업 구조상, 급격한 환율 하락은 하반기 수익성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에 따르면 지난 7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장중 한때 1334.7원까지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1330원대에 진입한 것은 2024년 10월 4일(1331.3원) 이후 약 1년 11개월 만이다. 지난 7월 1일 고점(1599.2원)과 비교하면 두 달여 만에 264.5원 급락한 것이다. 증권가는 미국 금리 인상 전망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달러 약세 흐름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라며 1300원대 초반까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에서 대기하고 있는 자동차들. /연합뉴스

원화 가치 상승은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업종에 특히 치명적이다. 국내 공장 생산 중심의 원가 구조에서 해외 판매 대금을 원화로 환산하면 손에 쥐는 장부상 매출과 이익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환율 상승기에 누렸던 가격 경쟁력마저 약화될 수 있다. 이를 방어하기 위해 기업이 판매 인센티브를 늘리거나 수출 단가를 낮추는 등 환차손을 직접 감내할 경우,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렵다.

실제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 의존도는 압도적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상반기 기준 자동차 매출 중 수출 비중이 각각 63%, 69%에 달했다. 한국GM은 이 비중이 98%에 육박한다. 다올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0원 하락할 때마다 연간 영업이익은 현대차가 약 1조9000억원, 기아가 약 1조4000억원 감소하며, 영업이익률 역시 두 회사 모두 약 1%포인트씩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완성차 업체들의 기초 체력이 이미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지난 1분기와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8%, 20.8% 줄어들면서 내내 2조원대에 머물렀다. 하반기 신차 효과를 통한 반등을 노렸으나, 7~8월 노사 갈등 및 파업 여파로 국내외 판매량이 각각 5.1%, 14.2% 감소하며 생산 차질을 겪었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8월 전면 파업을 통해 집계된 생산 차질 대수는 약 5만대"라며 "연초 사업 계획인 (글로벌) 415만대 달성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른 증권가 평균 전망치는 현대차의 3·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1.2%, 78.4% 증가할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나, 이는 최근의 급격한 환율 하락분이 미처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한국GM은 올해 들어 국내에 총 6억달러를 투자하고 4조원대에 달하는 중간 배당을 실시하는 등 경영 상황이 정상 궤도에 올랐지만, 원화 가치 강세 국면이 지속되면 이러한 분위기도 지속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의 여파가 4분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에 미치는 환율 악영향은 외화 충당금 추가 설정 규모의 감소로 부분 상쇄될 수 있다"면서도 "3분기 기말 환율 급락 이후 4분기 환율 변동이 없다면 원화 강세로 인한 수출 물량의 수익성 하락은 4분기에 완전히 반영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원화 강세는) 업종 전체적 관점에서 외형과 이익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