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벨트를 맸다. 운전석에 앉은 연구진이 목적지를 입력하자 차량이 "차선 변경"이라고 알렸다. 곧바로 왼쪽 방향지시등이 켜졌고, 차량은 스스로 옆 차로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오후 3시, 통행량이 적지 않은 시간대였다. 그런데도 답답한 구석이 없었다. 차량 사이를 비집고 차선을 바꿨고, 좌회전 차로로도 곧잘 빠져나갔다. 속도는 시속 50㎞까지 올라갔다. 이때 앞차와의 간격은 15~20m를 유지했다.

지난달 31일 탑승한 이 차량은 국내 자율주행 업체 퓨처링크의 로보택시다. 중국 포니.AI의 6세대 소프트웨어가 탑재됐다. 포니.AI는 2016년 설립된 자율주행 기업으로, 베이징과 광저우, 선전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안전요원 없이 완전 무인 상업 운행을 하고 있다. 누적 자율주행 거리는 1억1000만㎞를 넘어섰다. 퓨처링크는 포니.AI의 7세대 차량을 들여와 로보택시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포니.AI의 6세대 자율주행 키트를 얹는 코나 일렉트릭 차량. 자율주행 기업 퓨처링크는 이 차량을 토대로 로보택시를 개발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비 오는 평일 낮 강남 일대서 안정적 주행

실내에는 차량 디스플레이 외에 대시보드에도 큰 화면이 붙어 있었다. 주행 경로를 설정하는 용도다. 속도와 주변 환경 정보가 함께 표시된다. 운전석과 보조석 뒤편에도 탑승객용 화면이 달려 있다. 이 화면은 양옆 차로의 차량 종류부터 보행자, 인도에 주차된 차까지 그대로 잡아냈다. 차량에 달린 센서는 카메라 8대와 라이다 6대, 전·후방 범퍼의 레이더 2대다. 반경 300m를 360도로 인지한다.

자율주행으로 운행된 코나 EV(전기차)의 승차감은 나쁘지 않았다. 전기차 특유의 울컥거림은 있었지만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안정적으로 다룬다는 느낌을 받았다. 옆 차로 차량이 바짝 붙자 자기 차로 안에서 슬쩍 몸을 피하기도 했다. 30㎝ 수준으로 가까워지면 회피 기동하도록 설정돼 있다. 주행 내내 "차선 변경"과 "교차로 진입" 같은 안내가 이어져 안정감도 느껴졌다. 퓨처링크 관계자는 "상용 단계에선 시스템 이상 등 중요 사항만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퓨처링크가 개발 중인 로보택시가 강남의 한 이면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원활하던 주행하던 차량이 멈춘 곳은 골목이었다. 왕복 2차로 이면도로에 들어서자 차량은 속도를 줄이더니 아예 멈춰 섰다. 차도에 보행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뒤 다시 출발했다. 사거리에서도 맞은편에 선 사람을 인식해 통과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길을 건널 뜻이 없이 서 있는 사람이었다. 사람이 운전했다면 속도만 줄이고 지나갔을 상황이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이면도로에서는 보행자를 우선하도록 설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퓨처링크의 설명이다. 보행자가 완전히 멈춰 있으면 차량은 그대로 지나가지만, 조금이라도 움직이거나 애매한 위치에 서 있으면 그 행동을 예측하고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퓨처링크 관계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로직을 설정했기 때문"이라며 "7세대 차량은 센서가 36개로 늘어나고 학습 데이터도 쌓여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퓨처링크의 로보택시는 '하이브리드 학습' 방식을 쓴다. 정형화된 규칙에 따라 주행하는 룰베이스 방식과, 차량이 스스로 신경망으로 학습해 판단하고 제어하는 엔드투엔드(E2E) 방식을 함께 쓰는 것이다. 대로에서는 퓨처링크가 만든 고정밀지도(HD맵)를 따라 달리고, 이면도로에서는 E2E 방식이 작동한다. 중국과 신호 체계가 다른 데다 오토바이가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는 한국 도심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함이다.

퓨처링크의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31일 강남 일대를 주행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50분 동안 운전자 개입 '0회'… 자율주행 상용화 코앞

이날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출발해 강남 일대를 50분간 달렸다. 이면도로 일부 구간을 빼면 불편한 적은 거의 없었다. 차량이 주춤하는 순간에도 스스로 답을 찾아 움직였다. 주행하는 동안 연구진이 개입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금 수준으로 상용화된다면 대로변에서 차를 부르고 대로변에서 내리는 방식은 무리가 없어 보였다.

퓨처링크가 들여올 포니.AI 7세대 차량에 국내에서 쌓은 데이터가 더해지면 성능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7세대 차량은 베이징자동차의 아크폭스 알파 T5로, 자율주행 센서 수가 2배 이상 늘어난다. 앞서 퓨처링크는 지난달 28일 포니.AI의 7세대 차량 200대를 국내에 들여와 택시 영업에 나서는 걸 골자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퓨처링크는 매일 오전 9~10시부터 오후 4~5시까지 코나 일렉트릭 로보택시 10대를 굴리며 기술 실증을 하고 있다. 서울시에 택시 영업 허가의 관문인 유상 운송 사업 허가도 신청해 뒀다. 허가가 나오면 곧바로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주 운행 시간대는 심야가 아닌 오후다. 포니.AI 7세대 차량 10대는 다음 달 들어온다. 퓨처링크는 국토교통부의 행정 인증 절차를 밟은 뒤 유상 운송 사업 허가까지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