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셰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마칸은 고성능 스포츠카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층을 공략하겠는 목적에서 지난 2013 첫 선을 보인 엔트리급 모델이다. 지난 2024년 출시된 2세대 모델부터 전기차로만 제작되고 있지만, 포르셰 특유의 고속 주행 성능과 운전의 재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5월 국내에서 출시돼 마칸의 5가지 트림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마칸 GTS(그란 투리스모 스포츠) 일렉트릭을 고속도로를 포함한 약 400㎞의 구간에서 시승했다.
포르셰 라인업에서 GTS는 고성능과 장거리 여행도 할 수 있는 편의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모델에 붙는 이름이다. 마칸 GTS 일렉트릭 역시 고속에서의 경쾌한 주행 성능과 편안한 운전을 돕는 다양한 기능을 모두 갖췄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고성능 차량은 가속 페달을 무겁게 세팅하고 스티어링 휠을 세밀하게 다룰 수 있도록 다소 딱딱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이 차는 고속과 저속, 곡선과 직선 주로에서 모두 부드러운 가속과 조향이 가능했다.
곡선 주행에서는 SUV 특유의 높은 차체로 인해 다소 쏠림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직선 주행에서는 노면을 꼭 붙잡고 달렸고 요철을 밟아도 차체의 안정성이 유지됐다. 급격한 차선 변경도 안정적이었다.
마칸 4는 전장 4784㎜, 전폭 1938㎜, 전고 1622㎜로 설계됐는데, 마칸 GTS는 전장 4805㎜, 전폭 1952㎜, 전고 1613㎜로 만들어졌다. 폭과 길이가 늘었고, 높이만 10㎜ 낮아졌다. GTS 전용 스포츠 디자인과 스포츠 에어 서스펜션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응답성이 5배 빨라진 포르셰 트랙션 매니지먼트 사륜구동 시스템 등도 탑재됐는데, 이는 다른 마칸에도 적용돼 있다.
고속 주행은 포르셰 답게 경쾌했다. 마칸 GTS 일렉트릭은 최고 출력 516마력, 최대토크 97.4㎏·m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런치 컨트롤(정지 상태에서 급출발 시 엔진·변속기·구동력을 최적화해 가속 성능을 끌어올리는 기능)시 오버부스트 출력은 571마력에 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데 3.8초가 걸리며, 최고 속도는 시속 250㎞다.
트랙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 차량의 모든 성능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앞 차량을 추월하는 등 순간적인 가속과 출력이 필요할 때는 특유의 힘을 엿볼 수 있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주행 보조 기능은 사용하기가 다소 어려웠다. ADAS 레버를 내려 기능을 활성화하고 레버를 올려 주행 속도를 설정하는 식인데, 버튼으로 구성된 다른 브랜드와 달리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주행 보조 기능의 성능은 탁월했다. 다른 차량이 끼어드는 것을 정확히 인식했고, 속도를 높일 때도 매끄러운 가속감을 보여줬다. 회생 제동 시 엔진 브레이크 수준의 감속이 이뤄졌음에도 전기차 특유의 울컥거림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승차감은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과속 방지 턱 등 도로 장애물을 넘을 때 에어 서스펜션이 충격을 흡수하지만, 때로 딱딱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푹신한 승차감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겐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부분으로 보였다.
이 차는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모드 등으로 주행 모드를 설정할 수 있다.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에서는 포르셰 일렉트릭 스포츠 사운드를 통해 각각 다른 소리를 내지만, 모드별 사운드에서 큰 차이가 느껴지진 않았다.
실내 공간을 보 1열은 검은색 가죽으로 덮힌 스포츠 시트와 붉은색 스티치 디자인이 조화로워 보였다. 디스플레이는 최대 3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12.6인치 커브드 계기반과 10.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기본이고, 옵션으로 조수석 전용 10.9인치 스크린을 추가할 수 있다. 조수석 화면에서는 내비·인포테인먼트 조작은 물론 영상 스트리밍도 지원한다.
2열은 동일 차급 대비 좁아 보였다. 마칸 일렉트릭 GTS의 축거(휠베이스)는 2893㎜로 동일 차급인 메르세데스-벤츠 더 일렉트릭 GLC(2972㎜)보다는 작고, BMW 신형 iX3(2895㎜)와 비슷하다. 제네시스 GV70(2875㎜)보다는 크다.
키 172㎝인 남성이 2열에 앉았을 때 무릎 공간은 주먹 1개 반 정도였다. 트렁크 공간은 540L(리터)다. 골프백을 대각선으로는 2개까지 넣을 수 있지만, 세로로 둘 수는 없는 크기다. 2열을 접으면 1340L까지 늘어난다.
마칸 GTS는 100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WLTP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437㎞다. 차량을 받을 당시 415㎞ 주행 가능한 상태였다. 180㎞를 주행하고 난 뒤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197㎞, 전비는 4.5㎞/kWh였다. 마칸 GTS 일렉트릭의 공식 복합 전비는 4.2㎞/kWh다. 최대 270kW 급속 충전이 가능하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21분이 걸린다.
마칸 GTS의 기본 가격은 1억3300만원부터 시작한다. 시승 차량은 각종 옵션이 더해져 1억7650만원으로 책정된 모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