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의 준중형 세단 아반떼는 1990년 출시 이래 전 세계적으로 누적 1600만대 넘게 팔리며 많은 사랑을 받는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저렴한 가격 덕에 '국민 첫차'로 불리면서 350만여대가 팔렸다.
이런 아반떼가 8세대에 이르러 가솔린 풀옵션 기준 37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출시됐다. 완전 변경을 통해 중형 세단급으로 커졌고,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플레오스 커넥트)이 탑재돼 소프트웨어 중심차(SDV)로 바뀌는 등 상품성이 강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4일 경기 고양에서 인천 영종구까지 약 83㎞ 구간에서 디 올 뉴 아반떼를 시승해봤다.
◇ 구형 쏘나타보다 큰 차체에 역동성 담은 디자인… 실내는 편안한 분위기 조성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변화는 크기다. 디 올 뉴 아반떼는 길이 4765㎜, 너비 1855㎜, 높이 1425㎜, 휠베이스(앞바퀴 중간과 뒷바퀴 중간 사이 거리) 2750㎜로 전작 대비 길이는 55㎜, 높이는 5㎜, 너비와 휠베이스는 각각 30㎜씩 늘었다.
중형 세단 쏘나타의 4세대 모델(EF 쏘나타)과 비교해도 모든 면에서 더 크다. 현행 쏘나타(8세대·쏘나타 디 엣지)와 비교해도 너비 차이가 5㎜에 불과할 정도다. 길이는 145㎜, 높이는 20㎜, 휠베이스는 90㎜ 차이 난다. 실제로 카페의 좁은 출입로를 오갈 때나 주차할 때 중형차라는 느낌이 들었다.
디자인은 날렵한 기존 인상을 벗어던지고 미국 스포츠카인 머슬카 형태가 됐다. 현대의 H가 형상화된 긴 주간 주행등과 볼륨감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 잔뜩 부푼 펜더와 쿼터 패널(뒷바퀴 위쪽부터 트렁크 주변까지 이어지는 외장판)이 낮고 우락부락한 인상을 줬다.
그러면서도 차체와의 연결부를 얇게 만든 '슬림 넥 아웃 사이드 미러'와 매립형 문 손잡이, 후면 디퓨저(차체 아래를 지나는 공기 속도를 빠르게 해 다운 포스를 만드는 구조물)를 적용해 역동적인 느낌도 살렸다.
운전대는 스포츠카 같은 느낌의 '더블 D컷(상하를 납작하게 깎아내 알파벳 D 두 개를 마주 보게 붙여 놓은 듯한 모양)'으로 만들어졌다. 전작 대비 지름이 약 20㎜(5.4%) 줄면서 운전자가 즉각적인 조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운전대에는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인 차로 유지 보조 기능,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을 주행 중에도 손쉽게 작동할 수 있는 버튼도 달렸다. 왼쪽엔 와이퍼 레버와 합쳐진 방향지시등이, 오른쪽엔 컬럼식으로 바뀐 변속 레버가 달렸다. 다만 운전대를 잡는 9시와 3시 부분에 패들 시프트가 붙으면서 핸들을 쥐기에 다소 불편하게 만들어진 점은 아쉬웠다.
항공기 조종석 같던 운전석 인테리어는 넓고 편안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플레오스 커넥트 탑재로 계기판이 사라지며 가로선이 부각돼서다. 계기판 자리에는 속도와 ADAS 활성화 여부, 연비 등을 표시하는 얇은 9.9인치 디스플레이가 들어섰다.
두 단으로 나뉜 대시보드의 하단에는 쿠션과 같이 올록볼록한 형태가 적용돼 편안한 느낌을 자아냈다. 앰비언트 라이트가 직접 실내를 비추지 않고, 대시보드와 문에 만들어진 오목한 면을 비추는 디자인도 준중형차답지 않은 고급스러움을 자아냈다. 이런 실내 조명 방식은 현대차의 최고급 차인 GV90에도 적용됐다.
앞좌석에는 모두 전동 및 열선·통풍 시트가 적용됐다. 운전석은 4방향으로 움직이는 요추 지지대와 메모리 시트 기능도 갖췄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에는 USB C타입 단자 3개와 무선 충전기 2대가 마련됐다. 이 때문에 콘솔박스가 작아지면서 앞자리 수납 공간이 다소 줄었다.
뒷자리는 커진 차체에 맞춰 약 76㎝의 레그룸이 확보됐다. 등받이 는 약 117도로 젖혀 진다. 트렁크는 열림 폭(475㎜)을 전작 대비 45㎜ 개선하고 적재용량(479ℓ)도 6ℓ 늘리면서 골프백 2개에 보스턴백 4개를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에 없던 가스 리프트가 적용돼 트렁크 문을 고정할 수 있도록 했고, 개폐 손잡이도 생겼다.
◇ 그랜저 이어 플레오스 커넥트·글레오 AI 적용… 전작 대비 승차감도 향상
더 뉴 그랜저에 이어 두 번째로 적용된 플레오스 커넥트는 14.6인치 크기로 1열 중앙에 놓였다. 이를 통해 조명, 시트, 공조 장치 조작부터 네비게이션이나 음악 및 콘텐츠 재생 등을 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을 통해 멜론이나 플로(FLO), 유튜브 등의 앱을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인 '글레오 AI'도 적용됐다. 창문 개폐, 음량 조절 등 단순한 제어부터 지식 검색과 대화 등이 가능하다. 다만 "자동차 내 설치된 스피커 개수가 몇 개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못하는 등 아직은 미숙한 모습이었다. 현대차는 향후 무선 업데이트로 AI 기능을 개선할 방침이다. 음향 장치는 12개의 스피커와 외장 앰프를 갖춘 '오디오 바이 뱅앤올룹슨 프리미엄 사운드'가 적용됐다.
주행감은 커진 차체와 엔진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고속도로에서 추월을 위해 차선을 바꾸며 가속하더라도 차체가 흔들리거나 조향이 불안정해지지 않았고, 규정 속도를 넘더라도 안정감을 유지했다.
다만, 가벼운 가속 페달 느낌에 비해 가속감은 아쉬웠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지 않으면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더라도 속도가 더디게 붙었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해도 일정 구간 이후로는 속도가 잘 붙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시승차(가솔린 2.0 인스퍼레이션 트림)는 이전 모델(가솔린 1.6)에 비해 엔진 용량이 늘면서 출력과 토크가 각각 26마력, 2.6kgf·m 향상됐지만, 공차 중량(1400㎏)도 80㎏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차의 최고 출력은 149마력, 초반 가속력을 좌우하는 최대 토크는 18.3kgf·m다.
복합 연비는 리터(ℓ)당 13.3㎞로 같은 기준 전작(14.3㎞/ℓ) 대비 조금 나빠졌다. 이날 오전 인천 영종~경기 고양까지 약 40.6㎞ 구간을 에코 모드로 설정해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중심으로 주행한 결과 약 11.9㎞/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SCC는 실선에서 끼어드는 차에도 유연하게 대응했고, 램프 구간에서도 잘 작동했다. 직접 차선을 바꾸기 위해 운전대를 조작해도 SCC 기능이 꺼지지 않고 이어졌고, 차가 완전히 멈춘 상황에서도 가속 페달을 밟는 것 대신 운전대에 버튼만 눌러도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작동 중 약 30초간 손을 떼는 것도 가능했다.
승차감은 전작과 비교해 좋아졌다. 풀옵션 기준 전작과 동일하게 앞좌석에 모두 이중 접합 차음 유리가 적용됐지만, 흡차음재의 성능을 강화하고 확대 적용하면서 정숙성이 향상됐다. 신형 아반떼에는 2중 레이어 구조의 바닥 카펫, 향상된 대시보드 흡음 패드와 차체 실링 구조 등이 적용됐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창문이나 썬루프를 열자 놀랄 정도로 실내가 조용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노면에서 오는 진동이나 충격 유입도 적은 느낌이었다. 신형 아반떼에는 유압제어 리바운드 스토퍼(HRS2)와 전륜 스트럿 링이 적용됐다. 덕분에 곳곳에 균열이 간 교외 아스팔트 도로를 달릴 때나 흙과 자갈로 된 주차장 등에서도 불쾌한 진동이 적게 느껴졌고, 충분히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과속방지턱을 넘은 이후에 발생하는 충격을 상당히 억제해줬다.
HRS2는 과속방지턱이나 도로 파임에서 오는 큰 충격에너지를 유압으로 완화하는 장치다. 전륜 스트럿 링은 차체 앞부분의 강성을 높여 조향감을 높이면서 스티어링 진동을 줄여주는 부품이다. 이들 모두 준대형 세단인 더 뉴 그랜저에 있는 것으로 신형 아반떼에는 동급에서는 처음으로 적용됐다.
신형 아반떼는 가격이 많이 올랐음에도 초반 성적이 좋은 편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계약 개시일에만 1만1094대의 계약이 체결됐다. 72%가 가솔린 모델이었으며, 이 가운데 43%가 최상위 트림(인스퍼레이션)을 계약했다. 이날 시승한 풀옵션 차는 판매가가 3717만원에 달한다. 디 올 뉴 아반떼 가격은 가솔린 2.0 모델은 2398만~3717만원, 1.6 하이브리드 모델은 3042만~4264만원(세제 혜택 적용 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