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AMG GT는 벤츠그룹의 고성능 브랜드인 AMG를 대표하는 스포츠카다. GT는 장거리를 편하고 빠르게 달리는 고성능차를 뜻하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의 약자다. 이 차에는 그룹 레이싱팀인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포뮬러1(F1)팀'의 기술력이 반영됐다. 8기통 바이터보 엔진의 웅장한 배기음, 날렵한 실루엣 등 고성능 스포츠카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

AMG GT 시리즈의 엔트리급 모델인 AMG GT 43은 지난달 국내에 공식 출시됐다. 2015년 1세대 AMG GT 기본 모델이 나온 지 10년 만이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오가며 AMG GT 43의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확인해 봤다.

벤츠 AMG GT 43 론치 에디션의 외장. /김지환 기자

AMG GT 시리즈는 43과 지난해 6월 출시된 55, 올해 초 나온 63 S E로 구성된다. 차체 크기에는 차이가 없고, AMG MCT 9단 변속기도 동일하게 들어간다.

AMG GT 43은 길이 4730㎜, 너비 1930㎜, 높이 1365㎜, 휠베이스 2700㎜로 설계됐다. 이 차에는 4기통 터보 엔진이 장착됐으며 후륜구동 모델이다. 2도어 스포츠카는 원하지만, 극단적인 고성능은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모델이라는 게 벤츠코리아의 설명이다.

이 차의 최고 출력은 421마력, 최대 토크는 51.0kgf·m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9초, 최고 속도는 시속 280㎞다. 출시 당시 엔트리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AMG의 상징인 8기통이 아닌 4기통 엔진을 탑재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벤츠 AMG GT 43 론치 에디션의 외장. /김지환 기자

실제로 주행해 보니 예민하게 순간 가속력을 극대화하며 치고 나가는 일반적인 스포츠카의 느낌보다는 부드럽게 속도를 내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차선을 바꾸거나 앞차를 추월할 때 가속페달에 힘을 실으면 날카롭기보다는 묵직하게 속도를 높였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설정한 뒤 페달을 밟으면 배기음도 웅장해진다. 다만 AMG의 주력인 8기통 엔진 탑재 모델에 비하면 다소 빈약하게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다.

회전 구간에서는 매우 안정적으로 쏠림을 잡아줬다. AMG 서스펜션이 차체의 좌우 기울어짐을 최소화해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갈 때도 노면에 붙어 있는 느낌을 줬다.

최대 2.5도까지 뒷바퀴를 꺾어주는 리어-액슬 스티어링(뒷바퀴도 조향에 관여하는 기술)도 기본 적용돼 좁은 길을 빠져나가거나 차선을 바꿀 때 가볍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었다. 이 차의 공차 중량은 1.7t(톤)이다.

벤츠 AMG GT 43 론치 에디션의 외장. /김지환 기자

GT 43에는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팀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자식 터보차저가 탑재됐다. 배기가스 터보차저에 전자식 모터를 결합해 엔진의 회전 반응성을 끌어올린 장치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탁월한 힘이 느껴지고, 정지 상태에서 앞으로 나가는 순간 매끄럽게 가속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선 이탈 방지와 브레이크 어시스트 등을 포함한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도 기본 탑재됐다. 시승 내내 차선 이탈 방지 기능을 켜고 주행했는데 개입 정도가 매우 낮았다. 다만 차량 접근 경고음이 너무 자주 나왔던 것은 거슬렸다.

착좌감은 단단했다. 그러나 1시간 30분을 연속 주행했을 때 시트 포지션이 낮은 차량임에도 허리가 아프지는 않았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넘는 등 주행 중 진동이 생기는 경우 불편한 느낌도 없었다.

이 차에는 AMG 액티브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이 장치는 노면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최적의 댐핑(damping·시스템의 진동이나 운동 에너지를 줄이거나 제어하는 것) 값을 제공한다. 바닥에 붙어 달리면서도 불쾌한 감각을 흡수하고 운전자에게는 필요한 노면의 정보만 전달한다고 한다.

벤츠 AMG GT 43 론치 에디션의 내장. /김지환 기자

차량 속도와 조향 각도, 가속·제동 데이터를 기록하고 분석해 주는 AMG 트랙 페이스 기술도 적용됐다. 트랙에서 주행을 되짚어보기 위한 기능인데, 4기통 엔진을 탑재한 이 차의 한계를 감안하면 불필요한 가격 상승 요인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AMG GT 43 2세대 모델은 뒷좌석의 실용성이 개선됐다. 모델 특성상 뒷좌석에 성인이 탑승하기는 어렵지만, 접이식 2+2 시트가 들어가 유년기 아이는 탑승이 가능해 보였다. 시트를 접으면 321L(리터)인 트렁크 용량이 675L까지 늘어나 골프백을 세로로 실을 수 있다.

3세대 MBUX 인포테인먼트에는 국내 전용으로 설계된 '티맵 오토'가 적용돼 헤드업 디스플레이, 증강현실 내비게이션과 연동된다.

벤츠 AMG GT 43 론치 에디션의 트렁크 공간. /김지환 기자

실내는 AMG GT 55, AMG GT 63과 동일하게 화려하고 고급 요소들로 구성돼 있다. 스티어링 휠에는 알칸타라 소재가 적용돼 손에 쥐는 감각이 좋았다. 시트와 대시보드 등이 나파가죽으로 돼 있어 고급스러움도 묻어났다.

시승 차량은 AMG GT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함께 출시되는 론치 에디션이었다. 국내에서는 10대 한정으로 판매되며, 은색 외장에 빨간색과 검은색 나파 가죽을 조합한 내장이 적용된다. AMG 나이트 패키지와 블랙 크롬이 더해져 AMG GT 특유의 강렬한 인상을 강조했다. 론치 에디션의 가격은 1억6050만원(부가세 포함), 일반 모델은 1억495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