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가 브랜드 첫 대형 플래그십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90'를 공개했다. 앞뒤 문이 마주 보며 열리는 '코치 도어'가 적용됐는데, 모든 문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코치 도어는 GV90이 세계 최초다. 이 외에도 현대차그룹 모델 중 최대 용량 배터리에 세계 첫 루프 에어백을 탑재하는 등 제네시스의 럭셔리 철학과 전동화 기술 역량이 총동원됐다.

제네시스는 19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V90 월드 프리미어'에 맞춰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제네시스 수지'에서 GV90 실물을 전격 공개했다. GV90은 기존 제네시스 SUV 라인업 최상단에 있던 준대형 'GV80'을 뛰어넘는 모델이다. '네오룬'과 일반 모델 2종으로 나뉘어 올해 중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GV90은 제네시스가 생각하는 미래 럭셔리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모델로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고객 경험 전반에 걸친 혁신을 통해 고객에게 더 큰 자유를 제공하고자 하는 철학을 담아냈다"며 "혁신의 가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인간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미래 럭셔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뒷문이 마주보며 열리는 코치도어를 장착한 GV90 네오룬./이윤정 기자

◇ 네오룬, 독립 개폐형 '코치 도어' 장착… 앞좌석은 180도 회전

GV90은 브랜드 최대 SUV답게 넉넉한 차체를 자랑한다. 차 길이 5285㎜, 너비 2030㎜, 높이 1825㎜(24인치 타이어 기준)로 동급 SUV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보다는 작고, 벤틀리 '벤테이가'보다는 크다. 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간 거리는 3245㎜로, 에스컬레이드(3071㎜)보다 길어 실내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GV90 네오룬과 일반 GV90의 가장 큰 차이는 문의 개폐 방식이다. 네오룬에는 세계 최초로 앞뒷문이 따로 열리는 독립 개폐형 코치 도어인 '네오룬 아치 게이트'가 적용됐다. 뒷문을 바깥으로 밀어 회전시키는 전용 경첩을 적용해 앞문과 간섭을 없애 각 문이 독립적으로 열릴 수 있게 한 것이다. 다른 브랜드의 코치 도어는 앞문을 연 뒤에야 뒷문을 열 수 있는 등 서로 연동돼 있다.

이런 방식으로 차를 만들면 차량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의 기둥인 B필러가 없어져 안전 우려가 생길 수 있다. 이에 제네시스는 문의 강성을 크게 올리고, 차체와 문을 연결해 충돌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구조를 적용했다.

실제 이날 본 네오룬의 문은 성인 손 한 뼘을 훌쩍 넘을 만큼 두꺼웠다. 탑승 공간을 둘러싼 차체에도 기존 대비 1.5배 두꺼운 골격을 적용해 B필러가 있는 차량과 동등한 수준의 충돌 안전 성능을 확보했다는 것이 제네시스의 설명이다.

GV90의 스위블링 체어. 앞좌석이 180도 회전해 뒷좌석과 마주보고 앉을 수 있다./이윤정 기자

네오룬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스위블링 체어'다. 앞좌석을 180도 회전해 뒷좌석과 마주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역시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됐다. 탑승객이 서로 마주 보는 라운지 공간으로 바뀌는 것이다. 정차 중일 때만 좌석을 돌릴 수 있는데, 사람이 가까이 있거나 뒷좌석 테이블이 펼쳐져 있어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엔 작동하지 않도록 설정됐다.

GV90 네오룬의 코치 도어가 열리는 모습./이윤정 기자

◇ 현대차그룹 최대 용량 배터리에 세계 최초 루프 에어백까지

내부에도 기존 제네시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사양이 대거 적용됐다. 먼저 현대차그룹 최초로 시동 버튼을 없앴다. 문 손잡이를 당기면 차량 전원이 켜지고, 도어가 자동으로 열리며 운전자를 맞이한다. 탑승한 뒤 문을 닫으면 운전대 뒤에 있는 회전형 변속 레버가 12시에서 2시 방향으로 이동하며 변속 가능한 상태가 된다. 센터 콘솔에 있는 크리스털 통합 컨트롤러도 빙그르르 돌아가며 차량이 주행 가능한 상태임을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배터리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큰 용량인 123.5㎾h의 고전압 배터리가 적용됐다. 고밀도·고출력 설계를 적용한 배터리 셀이 탑재돼 동력 성능과 급속 충전 성능이 향상됐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GV90 스탠다드(7인승) 기준 500㎞(현대차 연구소 측정 기준)다. 350㎾급 급속 충전 시 배터리 용량을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22분 소요된다.

GV90 네오룬 퍼스트에디션의 내부. / 이윤정 기자

전후륜 모터 합산 최고 출력은 490㎾이고, 최대 토크는 800Nm다. 이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또 현대차그룹 최초로 듀얼(전·후륜) 전자식 차동 제한 장치(E-LSD)가 적용됐다. 모터가 고속으로 돌아갈 때 네 바퀴의 힘을 효율적으로 제어해 코너링 성능이 개선된 것은 물론, 눈길·빗길에서도 안정적 주행이 가능하다.

최대 5도 범위 내에서 뒷바퀴를 조향할 수 있는 능동형 후륜 조향(RWS)도 탑재됐다. 회전 반경을 중형차 수준으로 줄여주는 기능으로, 유턴이나 주차가 쉬워진다. 실내 정숙성을 위해 모든 유리에 두께 5㎜가 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차음 유리를 적용했다.

GV90엔 팝업형 센터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주행 중에는 23.6인치 크기인데, 정차 후 별도 버튼을 누르면 디스플레이가 90㎜ 위로 올라와 24.6인치가 된다. 화상 회의와 영화 감상 등 다양한 활동에 적합하다.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도 탑재됐다.

제네시스는 GV90 내부 지붕 대부분을 유리로 처리해 개방감을 강조했다. 특히 루프 에어백이 세계 최초로 탑재됐다. 차량 전복 사고가 발생했을 때 루프 글라스 전체를 덮는 에어백이다. 탑승객이 루프에 부딪히거나 이를 통해 차 밖으로 이탈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한다.

◇ '달항아리' 형상화한 GV90… 내외부 '럭셔리 플래그십' 강조

외부 디자인에는 한국의 미학을 대표하는 '달항아리' 콘셉트가 적용됐다. 곡선을 최대한 활용하고, 여백의 미를 살리는 방식이다.

GV90 전면부의 '윙 페이스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MLA) 헤드램프'./이윤정 기자

전면부엔 제네시스 최초의 '윙 페이스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MLA)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기존 GV80이 거대한 오각형 그릴을 중심으로 웅장한 SUV 이미지를 강조했다면, GV90은 제네시스 날개 로고를 형상화한 두 줄의 입체적 광원으로 중앙 면적을 대체했다. 자세히 보면 보석이 알알이 박혀 있는 듯해 우아한 분위기를 더한다.

후면부에선 항아리 같은 볼륨감을 강조했다. 불필요한 라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어 스포일러를 없애고, 전면부와 함께 '컷리스 공법'을 적용한 리어 램프 등으로 매끄러운 디자인을 완성했다.

제네시스 GV90의 후면부./이윤정 기자

제네시스는 GV90의 '럭셔리 플래그십'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실내 소재에도 특히 신경 썼다. 천연 나무부터 리얼 스톤, 울 캐시미어 등 내장 색상 조합에 어울리는 가니시 소재를 선택할 수 있다. 네오룬은 2열에 나무 바닥이 적용됐는데, 온돌에서 영감을 받은 복사열 난방 시스템이 탑재돼 실내에 온기를 더해준다.

이날 제네시스는 한정판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도 함께 공개했다. 외장 색상을 두 가지로 꾸밀 수 있고, 휠 색상도 외장 색상과 통일할 수 있다. 울 캐시미어 가니시가 실내에 기본 적용되고, 내부 곳곳에 전용 로고가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