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현대위아(011210) 의왕연구소 모빌리티솔루션 시험동. 운전자가 입차 구역에 제네시스의 준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을 세우고 차에서 내리자, 두께 110㎜의 주차로봇 두 대가 차량 밑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로봇들은 라이다 센서로 차량 바퀴 크기와 위치를 정밀하게 인식한 뒤, 팔을 벌려 공차 중량 2075㎏의 GV80을 가뿐히 들어올렸다. 로봇들은 일렬로 늘어서 있는 다른 차량들 앞에 GV80을 이중 주차했다.
백익진 현대위아 모빌리티솔루션 사업부장(상무)은 "사람이 직접 주차를 하면 차량 간 일정한 간격이 필요하지만, 주차로봇은 이를 상당히 축소시켜 이중, 삼중 주차가 가능하다"며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자주식 주차 대비 효율성을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위아는 차량에 두고 내린 짐을 꺼내기 위한 임시 출차와 출차로 인한 빈자리를 다른 차로 채우는 재배치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주차로봇 활용법을 선보였다.
국내 기업들이 주차로봇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좁은 국토 면적과 밀집된 주거 환경으로 인한 고질적인 주차난을 주차로봇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주차로봇 수십대를 최적의 경로로 제어하는 관제시스템에서 기술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와 공항 등 국내 다양한 곳에서 실증 경험을 쌓은 뒤, 경쟁력을 앞세워 유럽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 최대 3.4t 들어올리고 이중·삼중·평행·직각 주차… 공간 효율 극대화
지난 19일 현대위아는 의왕연구소에서 '주차솔루션 고객초청행사'를 개최했다. 20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는 이 행사에 방문하는 고객은 총 800여명. 건설사는 물론 재개발·재건축 조합장, 건물·주차장 운영업자, 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가 방문했다. 한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재건축되면 이 주차로봇을 투입한다고 해 시장 조사 차원에서 참석했다"며 "고급 브랜드 아파트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려 한다"고 말했다.
주차로봇을 제작하는 국내 기업으로는 현대위아와 HL로보틱스가 있다. 작동 방식은 같다. 얇은 판 모양의 로봇 두 대가 한 세트로, 차량 하부에서 바퀴 간격과 크기 등을 스스로 계산한 뒤 바퀴를 들어 옮기는 것이다. HL로보틱스의 주차로봇 '파키'는 현대위아보다 20㎜ 얇다. 대신 현대위아는 최대 3.4t을, 파키는 최대 3t을 들 수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승용차 대부분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두 회사 모두 앱으로 쉽게 차량을 주차하고 꺼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차로봇은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앞뒤와 좌우 등의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이중·삼중 주차는 물론 직각·평행 주차가 가능하고, 리프트와 연계하면 여러 층을 오가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통해 주차 효율성은 평균 30% 이상 높아진다.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백 상무는 "서울·경기에 아파트를 새로 지을 때 주차 1면당 1억~1억5000만원이 들어가는데, 주차로봇을 도입하면 3분의 1인 2000만~50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말했다. 기존 주차장에도 바닥 과속방지턱 등을 없애는 평탄화 작업만 하면 도입할 수 있다.
올해 주차로봇에 대한 법 제도가 마련되면서 현대위아와 HL로보틱스도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현대위아는 서울 재건축 최대 사업단지로 꼽히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일부 단지에 대한 도입을 확정했고, 다음 달부터 경기도 시흥의 한 아파트에서 실증을 시작한다. HL로보틱스도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김포공항에서 파키를 실제 운영해 보기로 했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현재 백화점들과도 협업을 논의 중"이라며 "VIP 고객 대상 서비스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 선두 노리는 K주차로봇… 현대위아, 하반기 유럽 진출
세계 로봇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주차로봇 분야는 한국과 중국만 뛰어든 상태다. 아직 확실한 선두주자도 없어 무주공산에 가깝다. 그만큼 한국 기업들에 시장 선점의 기회가 있는 셈이다. 박철배 현대위아 로봇영업실장은 "주차로봇은 하드웨어와 주행 소프트웨어, 관제시스템 등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되는데, 우리는 관제시스템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은 주행 소프트웨어에서만 우리를 쫓아온 상태"라고 말했다.
관제시스템 역량이 높을수록 주차로봇을 최적의 경로로 운행하고, 여러 대의 차량을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현대위아와 HL로보틱스의 관제시스템은 현재 주차로봇 50세트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 백 상무는 "오늘은 쓰지 않을 차량도 있고, 일부 차는 가끔만 사용될 수도 있다"며 "관제시스템은 이러한 고객 습성을 파악하고, 자율적으로 최적의 주차 위치를 판단한다"고 말했다.
고객에게 투자 가치를 약속하는 근거도 관제시스템에 있다. 박 실장은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100면 규모 주차타워를 기준으로 주차요금을 15% 올린다고 가정할 때, 주차로봇 두 세트를 투입할 경우 2년이면 투자비 회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높은 수익성을 가능케 하는 핵심이 바로 관제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위아는 하반기 중 유럽에 주차로봇 솔루션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백 상무는 "이미 해외 영업을 시작했고, 주차 밀집도가 높은 유럽이 첫 번째 시장"이라며 "동남아와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HL로보틱스 관계자 역시 "이미 해외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상용화 실적을 쌓은 뒤 해외에 진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차로봇은 향후 다양한 서비스로 진화할 예정이다. 현대위아는 ▲입·출차 스캐닝 ▲무인 발렛 주차 ▲전기차 자동 충전 ▲자동 세차 ▲차량 점검 ▲전기차 화재 대응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 지능형 주차장을 구상하고 있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주차로봇으로 전기차를 자동충전로봇에 인계하고, 화재 위험이 있는 전기차는 별도 장소로 옮기는 등 종합 차량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위아는 이러한 주차로봇을 포함한 로봇·자동화 솔루션 부문에서 2028년 4000억원의 매출을 낸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