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그랜저는 계약 후 인도까지 두 달 정도 예상했지만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서 (두 달 내 인도는) 힘들 것 같습니다. 아직 이런 상황을 안내하라는 공지를 받지는 못했지만, 빠른 출고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최대한 계약을 서두르라고 안내하는 중입니다."
10일 서울의 한 현대차 판매 대리점 딜러는 지난 5월 출시된 플래그십 세단 '더 뉴 그랜저'의 인도 일정에 대해 "경험상 파업이 길어지면 출고 대기 기간도 늘어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더 뉴 그랜저는 지난달 국내에서 8532대가 판매되며 국산차 판매량 1위를 기록했으나, 생산 차질 여파로 흥행이 꺾일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세 차례 부분 파업을 한 현대차 노동조합이 9일간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이날 복귀했다. 노조는 오는 11일 추가 파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파업이 길어질 경우 현대차의 하반기 신차 판매 전선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형 그랜저뿐만 아니라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 신형 등 하반기 실적 반등을 이끌 신차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1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고 추가 파업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세 차례 부분 파업을 단행했다. 이로 인한 생산 차질은 약 4만2000대 규모다. 현대차의 매출 손실 규모는 1조12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파업은 즉각 국내 생산과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달 현대차의 국내 생산량은 13만7449대로 전년 동월 대비 0.4%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 판매량도 14.4% 줄어든 4만8113대에 그쳤다.
반면 기아의 국내 판매량은 21.3% 늘어난 5만4604대를 기록하며 현대차를 앞질렀다. 기아 노조 역시 쟁의권을 확보했지만, 실제 파업에 돌입하지는 않은 상태다.
현재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월 기본급 8만9000원 인상 ▲성과급 350% 지급 ▲정액 1000만원 지급 ▲주식(자사주) 15주 지급 등 총 3630만원 규모의 금액을 제시했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는 여름휴가 직전인 지난달 30일 직원들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임단협 타결을 호소했다. 최 대표는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로 하반기 경영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직원들도 평균 192만원의 임금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피해가 더 커질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최 대표는 노조가▲해고자 복직 ▲정년 연장 법제화 전 사전 합의 ▲상여금 50% 인상 등 사측이 수용하기 힘든 요구안을 철회할 경우, 임금 및 성과급을 추가 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날까지 현대차 노사는 추가 교섭 일정을 잡지 못한 채 물밑 접촉만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9일 "사측 태도에 변함이 없다면 휴가 이후 파업 시간뿐 아니라 파업 일수도 점진적으로 수위를 높여갈 방침"이라고 예고했다.
파업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하반기 신차 출시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당장 지난달 말 울산 공장 생산 라인에 투입될 예정이던 투싼 신형 파일럿(시험) 모델 생산이 막힌 상태다. 이르면 이달 중 출시 예정이었던 투싼 완전 변경(풀체인지) 모델은 물론, 연내로 거론되던 중형 SUV 싼타페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 출시 역시 불확실해졌다.
현대차는 아직까지는 부분 파업이 신차 인도에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파업 여파가 본격화하는 이달부터는 차질이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8% 급감했다. 하반기에 신차를 앞세워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신차 인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파업이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로 인해 신차 인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하반기 경영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파업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