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코리아가 준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X90'을 출시했다. ▲트윈 모터 플러스(7인승) ▲트윈 모터 울트라(6·7인승)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6·7인승) 등 세 가지 트림으로 구성돼 있다. 볼보는 EX90의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올해 500대, 내년 2000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6인승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트림을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직접 시승해 봤다.

볼보 준대형 전기 SUV 'EX90'./이윤정 기자

EX90의 디자인을 보면, 전기차 특유의 강한 힘이 강조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먼저 EX90의 크기는 길이 5040㎜, 너비 1965㎜, 높이 1740㎜로, 볼보의 동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XC90 T8(4955㎜·1960㎜·1770㎜)'과 비교하면 낮고 옆으로 넓다. 이러한 차체 덕에 세단과 비슷한 수준의 공기저항계수(Cd) 0.29를 달성했다. 차량의 '코'로 불리는 보닛 앞쪽이 둥글게 처리된 것 역시 바람을 최대한 가르고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볼보 준대형 전기 SUV 'EX90'./이윤정 기자

볼보는 망치를 옆으로 뉘인 듯한 헤드램프가 특징이다. 이 헤드램프가 작은 픽셀로 나뉜 디자인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HD 픽셀 헤드램프는 도로 이용자의 눈부심을 방지하면서도 최대 5대의 차량과 3개의 고정된 물체에 빛을 쏠 수 있다. 옆에서 보면 지붕 선이 낮아지지 않고 평평하게 차량 꼬리까지 이어지는데, 내부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시도가 읽히는 부분이다. 사이드미러는 테두리를 최대한 없애 깔끔해 보인다.

볼보 준대형 전기 SUV 'EX90'./이윤정 기자

1열 운전석의 문을 열어보니,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따뜻한 감성의 디자인이었다. 머리부터 허벅지까지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는 나파가죽 시트가 적용됐다. 대시보드 상단은 평범한 가죽이지만, 그 아래를 받쳐주는 트림엔 물푸레나무의 결이 그대로 살아있다. 야간엔 이 우드 데코 밑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자연광에 가까운 빛을 발해 눈의 피로도를 줄여 준다.

볼보 준대형 전기 SUV 'EX90'./이윤정 기자

군더더기를 없애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통풍구를 수평 형태로 배치해 대시보드와 같은 방향을 이루게 했고, 센터 콘솔의 물리 버튼도 음악 재생·음량 조절을 위한 원형 다이얼만 배치돼 있다. 정갈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는 소비자도 있겠지만, 조작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두는 소비자는 불편할 수도 있겠다.

예를 들어 비상등 버튼의 경우, 센터 디스플레이의 터치식 버튼 또는 천장 조명 쪽 물리 버튼을 눌러야 한다. 모두 직관적 위치는 아니다. 글로브 박스 역시 센터 디스플레이 버튼을 눌러야 열 수 있다. 다만 많은 기능을 음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아리아, 에어컨 온도 올려줘"라고 말하는 식이다. 다른 브랜드의 차량 중에선 음성 인식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EX90은 대부분 깔끔하게 인식했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14.5인치로 XC90보다 30% 커지고,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오린' 칩셋 덕에 반응 속도는 2배 빨라졌다. 다만 아이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했을 때, 애플 카플레이가 때에 따라 연결되지 않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9인치의 작은 디스플레이가 계기판 역할을 하는데, 속도와 지도, 남은 배터리와 주행 가능 거리, 기어 상태 등 최소한의 정보가 표시된다. 전비가 표시되지 않아 현재 얼마나 효율적으로 주행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볼보 준대형 전기 SUV 'EX90'./이윤정 기자

EX90은 별도의 엔진 시동·꺼짐 버튼이 없다. 운전대 오른쪽에 있는 기어 변속 버튼으로 P단을 설정하면 전원이 들어오는 식이다. 가속 페달 하나로 가속과 멈춤이 가능한 '원페달 드라이브' 기능도 있는데 가속과 정차가 부드러운 편이었지만, 전기차 특유의 울컥거리는 느낌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볼보는 고속 주행 능력에 특히 공을 들였다.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속도를 끌어올릴 때 중간에 차가 숨을 고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차는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를 아무런 걸림돌 없이 단숨에 충족시킨다.

최고 출력은 680마력(500㎾)이다. 최대 토크는 81.1㎏·m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제로백) 4.2초 소요된다. 포르셰의 동급 SUV '카이엔 일렉트릭'(442마력·제로백 4.8초)보다 빠르다. 퍼포먼스 모드로 설정하면 더욱 박진감 넘치는 주행이 가능하다.

볼보 준대형 전기 SUV 'EX90'./이윤정 기자

그러면서도 승차감은 세단급으로 부드럽고 안정적이었다. 이는 울트라 트림부터 적용되는 듀얼 챔버 에어 서스펜션 덕으로 보인다. 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면 차체 앞이 들리고 뒤가 주저앉는데, 바퀴 네 개에 장착돼 있는 서스펜션이 이를 막아준다. 또 1초에 500번씩 노면을 감지하면서 방지턱이 많은 노면을 큰 흔들림 없이 지나가는 것은 물론, 급격한 커브길도 잘 빠져나왔다. 서스펜션과 운전대의 감도는 모두 조절이 가능하다.

EX90의 에너지 효율성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날 시승한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트림의 경우, 복합 기준 1㎾h에 3.8㎞를 간다. 동급인 카이엔 일렉트릭의 전비는 1㎾h당 4㎞대, 폴스타3는 1㎾h당 3.7~4.4㎞다.

800V 배터리가 적용돼 최대 350㎾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22분 소요된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는 448㎞다. 무더웠던 이날 배터리 잔량 78%에서의 주행 가능 거리는 290㎞로 표기됐다.

볼보 준대형 전기 SUV 'EX90'./이윤정 기자

내부 공간은 천장 대부분에 '일렉트로크로믹 글라스 루프'가 적용돼 개방감이 좋은 편이다. 버튼으로 유리의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빛을 4.8%만 투과하게 만들 수도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바워스앤윌킨스 스피커가 내부에 25개 장착돼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QE 500'과 제네시스 'GV80'은 각각 15개, 18개에 불과하다. 트렁크 용량은 324L인데, 3열을 접으면 2100L가량까지 늘어난다. 버튼으로 차체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어 짐을 싣기 편하다.

볼보 준대형 전기 SUV 'EX90'./이윤정 기자

가격은 최대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 볼보자동차코리아 측 설명이다. 실제 중간급인 트윈 모터 울트라 가격은 1억1620만원(7인승)으로, 미국보다 1732만원 저렴하다고 한다. 이 외 트림의 가격은 ▲트윈 모터 플러스(7인승) 1억620만원 ▲트윈 모터 울트라(6인승) 1억1820만원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1억2120만원(7인승) 1억2320만원(6인승)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