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가 8세대 준중형 세단 아반떼를 출시하면서 트림별 시작 가격을 직전 모델(작년 4월 출시) 대비 300만원 가량 올린 것을 두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2000만~3000만원 초반대 '국민 첫 차'의 체감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라 심리적 저항감이 생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차량 성능 향상과 그에 따른 가격 인상이 소나타 수요까지 흡수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판매량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쏠린다.

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8세대 아반떼의 가격은 가솔린 2398만~3152만원, 하이브리드 3042~3699만원으로 책정됐다. 7세대와 비교해 전 트림의 시작 가격이 300만~400만원 인상됐다. 중형 세단에 가깝게 차체를 키우면서 7세대 아반떼까지 유지되던 저가형(스마트) 트림을 없애고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플레오스 커넥트'와 각종 지능형 안전 기능을 추가해 고급화한 영향이다. 그 결과 8세대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풀옵션 가격은 4100만원을 넘게 됐다.

디 올 뉴 아반떼 외장. /현대차 제공

◇복잡한 옵션 구성에 체감 가격 올라... 풀옵션 4100만원 넘어

하이브리드 모델 기준 최고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의 시작 가격은 이전 모델 대비 11.7%(434만원) 오른 3699만원이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를 통틀어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14.6인치 플레오스와 운전석 9.9인치 디스플레이, 글레오 인공지능(AI)이 담긴 게 특징이다. 여기에 고속도로 주행보조2(HDA2)와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2(NSCC2), P단 긴급 제동 기능 등도 기본 탑재됐다.

가격이 인상된 데다 만큼 옵션 구조도 달라지면서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인상 폭은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7세대 인스퍼레이션 트림은 사실상 풀옵션이었다. 선택 가능한 옵션이 썬루프와 빌트인캠, 외장 색상 정도였다. 원격 시동 등을 가능케 하는 디지털 키2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8세대 인스퍼레이션에서는 해당 기능들 다수를 옵션으로 선택해야 한다. 하이패스 등이 포함된 플래티넘(90만원), 기억 후진 보조 기능과 서라운드 뷰 모니터, 전후방 주차 충돌 방지 보조 등이 포함된 파킹 어시스턴트Ⅱ(130만원) 등이다. 이를 추가하면 직전 모델과의 차이는 650여만원까지 벌어진다. 풀옵션끼리 비교하면 7세대 3398만원, 8세대 4169만원이다.

중간 단계 트림도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7세대 중간 트림인 모던에서는 기본 적용돼 있던 하이패스와 디지털키 2 등이 8세대 중간 트림 프리미엄에서는 옵션(93만원) 사양으로 바뀌었다. 또 운전석 9.9인치 디스플레이를 추가하기 위해서는 기본(12.9인치)보다 크기를 키운 14.9인치 플레오스가 포함된 옵션(83만원)을 추가해야 한다. 복잡한 옵션 구성이 가격을 소비자 체감 가격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8세대 아반떼 하이브리드 가격표. /현대차 홈페이지

가격 구조가 나빠진 것만은 아니다. 열선시트가 옵션이었던 7세대와 달리 8세대에서는 기본 적용됐다. 또 P단 긴급 제동, 대신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NSCC2, LED 보조제동 등 고급 기능들도 기본 적용됐다. 8세대 중간 트림의 가격은 아반떼 가솔린 2771만원, 하이브리드 3361만원이다. 각각 7세대보다 383만원, 427만원 올랐다.

각 세대별 가장 저렴한 트림을 비교해도 가격 차이는 비슷하다. 8세대 기본 트림인 모던은 가솔린 2398만원, 하이브리드 3042만원이다. 각각 336만원, 384만원 올랐다. 플레오스의 크기는 12.9인치이며, 운전석 디스플레이와 글레오 AI 모두 옵션으로 추가해야 한다. 플레오스가 처음 탑재된 그랜저는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것과 차이점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각종 지능형 안전 기술들이 차량에 기본 적용되면 휠에 부착되는 센서뿐 아니라 차량에 카메라, 레이더 등 부품이 추가되기 때문에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가솔린 모델의 경우 1.6L 가솔린 엔진에서 2.0L로 엔진이 바뀌었고 차체가 커진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 현장. /현대차 제공

◇2030 타깃인 아반떼, 2030 원픽은 모델 Y

현대차가 하위 트림을 없애고 고급 사양을 처음부터 넣거나 일부만 탑재한 뒤 옵션으로 둬 결과적으로 차량의 평균 판매가가 높아진 사례는 최근 반복되고 있다. 지난 5월 출시된 그랜저 하이브리드 완전 변경 모델은 모터 성능이 향상되고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플레오스 등이 적용되면서 기본 트림 시작 가격이 약 500만원 올랐다. 셀토스도 올해 초 완전 변경에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과 에어백,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 등이 추가되며 300만원 가까이 올랐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이런 가격 상승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사회 초년생인 2030세대의 첫 차, 가격과 연비를 따지는 실용 세단이라는 '국민 첫 차' 이미지에 비춰봤을 때 상승 폭이 작지 않아서다. 일단 시작은 괜찮은 편이다. 현대차는 출시 첫 날 아반떼가 1만대 이상 계약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차가 가격을 올리는 동안 테슬라와 BYD는 점유율을 높이며 현대차를 추격하는 상황이다. 모델Y의 지난달 전체 신규 등록 대수는 8705대에 달했다. 제일 많이 팔린 국산차인 그랜저(8532대)를 173대 차이로 따돌리고 국내 전체 승용차 시장 판매 1위에 올라섰다.

BYD는 올해 누적 판매량 1만4521대를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820% 증가한 수치다. 급격한 성장세에 힘입어 BYD는 통계가 기록되기 시작한 작년 8월부터 12개월 만에 누적 판매 2만대를 넘어섰다.

특히 2030세대 중 테슬라를 선택하는 숫자가 작년보다 더욱 늘어났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2030세대가 가장 많이 구매한 차는 테슬라 모델 Y였다. 1만9314대가 팔렸다. 작년 연간 기준 1만7282대를 넘어섰다. 2위 쏘렌토(1만2912대), 3위 스포티지(1만459대), 4위 셀토스(6783대), 5위 싼타페(6564대)였다.

아반떼는 5773대로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반떼 판매량은 작년 연간 기준 1만7127대로 모델 Y와 비슷했는데, 1년 만에 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진 상황이다. 신모델 출시를 앞둔 영향으로 판매량이 줄어든 여파인데, 비싸게 나온 신차가 2030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번 가격 상승을 두고 아반떼 윗급이었던 소나타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현대차가 그 수요를 그랜저와 아반떼로 흡수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교수는 "캐스퍼나 EV 시리즈 등 국민 첫 차를 대신할 신차들이 많이 나와 있다"며 "초기 소비자들의 저항은 있겠지만, 아반떼 가격을 높이며 소나타 시장을 잠식하려는 선택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옵션을 늘려 사실상 가격 인상 폭이 커진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 세대에서 기본 사양에 포함했던 것을 옵션으로 빼낸 점 등을 보면서 가격을 '꼼수 인상'했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라 판매 추이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