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KGM)와 중국 체리자동차가 7500만 달러(약 110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를 준비해온 KGM은 이번 협력으로 신차 개발 비용과 기간을 줄이는 동시에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미래차 기술을 확보할 발판을 마련했다. 체리차는 KGM의 수출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판로를 넓히고 자사 플랫폼의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KG모빌리티와 체리자동차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호텔에서 전략적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왼쪽 뒷줄부터 인퉁웨 체리차 회장,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 황기영 KG모빌리티 대표, 장귀빙 체리차 대표. /김지환 기자

곽재선 KGM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투자계약 체결식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면 글로벌 기업 간 연합은 필수"라며 "KGM의 70년 기술 노하우와 체리차의 기술력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인퉁웨 체리차 회장도 "양사의 강점을 결합하고 서로 보완해 비전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투자는 KGM이 3년 만기 전환사채(CB) 약 1100억원어치를 발행하고 이를 체리차가 인수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28일 KGM이 체리차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T2X 플랫폼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빌린 금액만큼 체리차 투자금이 들어오는 구조다.

이 투자금을 전량 지분으로 전환하면 체리차의 KGM 지분은 약 10% 수준이 된다. 다만 KGM 측은 "양사가 협력하겠다는 의미의 지분 투자일 뿐 경영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2일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KGM–체리자동차 글로벌 동반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 계약 체결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곽재선 KGM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KGM 제공

KGM으로서는 체리차의 손길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4년 연속 흑자를 냈지만 미래 성장 동력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만한 여력은 부족했고, 법정 관리를 받았던 탓에 금융 거래 여건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양 사는 자동차를 넘어 로봇·철강·반도체 등으로 기술과 네트워크를 주고받으며 중장기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한 태스크포스(TF)도 이미 꾸려진 상태다.

KGM은 투자 유치를 계기로 신차 개발에 속도를 낸다. 현재 T2X 플랫폼을 활용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렉스턴의 후속작 'SE10(프로젝트명)'을 개발 중이며, 내년 초 PHEV와 가솔린 모델로 출시할 예정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양 사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와 C세그먼트(소형) SUV 등 두 번째 공동개발 프로젝트도 추진하기로 했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넘어 레벨 3 이상 자율주행차 개발에도 손을 맞잡는다.

KGM은 이미 중국 기술을 접목해 차량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토레스 하이브리드를 개발할 당시 중국 BYD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기술을 사서 활용한 것이 그 예다.

2일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KGM–체리자동차 글로벌 동반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 계약 체결식 및 기자간담회에서 인퉁웨(Yin Tongyue) 체리자동차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KGM 제공

체리차가 얻는 것도 적지 않다. 부품과 개발 비용을 아끼는 한편, KGM의 수출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기회를 잡았다. 장귀빙 체리차 대표는 투자 계약 체결식 후 간담회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과 중국에 관세가 다르게 적용된다"며 "이 부분에서 협력한다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이것이 KGM이 지닌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했다. 그는 체리차 해외 공장에서 양사가 공동 개발한 차량을 생산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KGM은 체리차의 '관세 우회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황기영 KGM 대표는 "평택 공장에서 체리차 차량을 생산하는 계획은 없으며,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체리차는 이번 협력으로 한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장귀빙 대표는 "체리차 안에는 여러 플랫폼이 있고, 이를 원하는 고객도 있다. 한 국가에 한 개 브랜드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국 소비자들이 체리를 좋아해준다면 진출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