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유럽 전기차 시장을 공략할 '아이오닉 3'를 확인하기 위해 튀르키예 생산 현장을 찾았다. 하반기 유럽 시장에서 처음 선보이는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만큼 직접 점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 인근 이즈미트에 있는 현대차(005380) 튀르키예 공장을 방문했다. 그는 아이오닉 3의 차체 생산부터 의장 라인까지 공정을 꼼꼼히 살핀 뒤 철저한 품질 점검을 당부하며, 임직원들과 현지 생산·판매 전략을 논의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양산 초기부터 품질을 최우선에 두고 고객 기대를 넘어서는 완성도로 시장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안전에 대해서는 유럽에서 최고의 자동차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현대모비스(012330)의 배터리 공장도 찾았다. 아이오닉 3에는 현대모비스의 배터리 시스템이 탑재된다.
정 회장이 아이오닉 3의 생산 현장을 직접 찾은 건 유럽 공략의 핵심 제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이오닉 3의 차급인 B세그먼트(소형)는 유럽 내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유럽 자동차 시장 전체 수요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현재 14% 수준이지만 2030년 33%, 2035년 65%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폴크스바겐 등 유럽 주요 업체들도 앞다퉈 B 세그먼트 전기차를 출시했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B 세그먼트 전기차가 없던 상황에서 아이오닉 3를 내세워 반등을 노리는 것이다. 아이오닉 3는 이달 중순부터 양산을 시작해 하반기부터 유럽 각국에 순차 판매된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3를 통해 전기차 판매량 상위권에 진입하겠다는 각오다. 인스터(한국명 캐스퍼 일렉트릭)와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5·6·9에다 아이오닉 3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넓히게 된다.
아이오닉 3는 공기역학 효율과 실내 공간을 함께 살린 '에어로 해치' 디자인과 'E-GMP 플랫폼' 기반의 유럽형 주행 성능을 갖췄다. 유럽 판매 현대차 모델로는 처음으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를 달았고, 최신 스마트 센스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탑재했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이 차를 연간 4만대 이상 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튀르키예 공장이 전기차 생산에 처음 도전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튀르키예 공장은 1997년 유럽 공략을 위해 세운, 현대차의 해외 생산 거점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이다. 엑센트를 시작으로 그레이스, 스타렉스, 매트릭스, i10을 거쳐 지금의 i20과 베이온(Bayon)까지 유럽형 전략 차종을 만들어 왔고, 누적 생산량은 약 340만대에 이른다.
아이오닉 3를 시작으로 현대차 튀르키예 공장이 유럽 시장을 공략할 전진 기지로 활용될 전망이다. 튀르키예 공장은 지난 2013년 연간 20만대 생산 체제를 갖췄다. 정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지난 30년간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맞춰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생산과 품질, 판매 전 부문에서 튀르키예 내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튀르키예 진출 이후 수도 앙카라의 한국 공원 개선 프로젝트 등 사회 공헌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이 공원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튀르키예 군인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지난 1973년 조성됐는데, 2023년 정 회장의 제안으로 팔각정 '우정의 집' 신축 등 정비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