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BYD가 새로운 무기를 꺼내 들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씨라이언6 DM-i'가 그 주인공이다. 엔진이 주로 힘을 쓰고 전기 모터가 이를 보조하는 일반 PHEV와 달리, 전기 모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3750만원이라는 가성비로 무장한 씨라이언6 DM-i를 수도권 일대에서 직접 시승해 봤다.
전면부에선 '바다의 미학'이라는 디자인 콘셉트가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양옆으로 길게 찢어진 헤드라이트는 매서운 바다 생물의 눈매를 떠올리게 한다. 공기 흡입구와 번호판이 있는 가운데 부분까지 모두 얇은 가로줄이 삽입돼 물살을 빠르게 헤치고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깨선이 날카롭게 솟아 있는 측면을 지나면, 가로로 긴 리어램프 덕에 풍성해 보이는 후면부를 확인할 수 있다.
운전석 문을 열어보니, 스포츠카처럼 머리 받침대가 일체형인 인조가죽 시트가 장착돼 있었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5.6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감싸고 있는 대시보드는 가죽 재질이었는데, 최고급 소재까진 아니지만 저렴해 보이지도 않았다. 센터 콘솔과 문 곳곳에 크롬 소재도 사용돼 깔끔한 인상을 줬다. 비상등과 공조, 드라이빙 모드 등이 물리 버튼으로 배치돼 있었고, 무선 충전과 USB 포트 등 기본적인 편의 기능도 갖춰져 있었다.
내부 공간감은 만족스러웠다. 앞뒤 차축 중심 간 거리인 휠베이스가 2765㎜로 동급인 현대차 '싼타페'(2815㎜)보다 짧지만, 2열 바닥이 평평하고 넓어 170㎝ 성인이 앉았을 때도 답답하지 않았다. 1.085㎡ 크기의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가 천장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도 개방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전 좌석 열선에 1열에만 통풍 옵션이 기본 적용돼 있었는데, 탁월하게 시원해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이 차는 'EV(전기차)' 모드와 'HEV(하이브리드)'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먼저 EV 모드로 설정한 뒤 시내 주행을 시작했다. 페달을 밟는 발에 힘을 주거나, 발을 갑자기 떼도 확 멈추거나 출발하지 않고 굉장히 부드럽게 작동했다. 전기차의 경우 페달을 밟는 힘이 즉시 바퀴로 전달돼 조작이 서투르면 울컥거림을 느낄 수 있는데, 씨라이언6 DM-i에선 그러한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HEV 모드로 바꿔도 주행 질감은 큰 차이가 없었다.
공차 중량이 1960㎏으로 동급 내연기관 SUV보다 무거운 편인데도, 차량이 전반적으로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인 취향에 맞게 서스펜션이 부드럽게 설정된 영향으로 보인다. 굴곡진 노면을 지날 때도 신체에 충격은 거의 가해지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에 차량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서라운드 뷰' 버튼이 있어 좁은 곳을 빠져나오는 데 용이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고속도로에서 EV 모드에 스포츠 모드를 설정하고 달려봤는데, 일반 모드 대비 확실히 쫀득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속도가 특출날 정도로 빠르게 올라간다고 볼 순 없지만 준수한 편이었다. BYD 측은 전기모터의 최대 회전수가 1만5000rpm(분당 회전 수)으로, 일반 전기차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속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내기 시작하면 엔진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면서 HEV 모드가 된다. 주행 질감에 큰 차이는 없지만, 엔진음이 들린다는 점에서 EV 모드와 다르다. 엔진음은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씨라이언6 DM-i에는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전기 모터 2개가 탑재돼 있는데, 엔진은 최고 출력 130마력에 최대 토크 220Nm를 발휘한다. 전기모터의 성능은 최고 출력 204마력과 최대 토크 300Nm이다. 단 일정 속도 이상을 낼 경우 차체가 흔들리면서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바깥 바람 소리도 꽤 들리는 편이었다.
PHEV 차량인 만큼 복합 연비가 L당 15.2㎞로 높은 편이다. 기후부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70㎞를 EV 모드로 달릴 수 있다. 이날 배터리 잔량 88%에 휘발유가 꽉 차 있을 때 총 주행 가능 거리는 990㎞에 달했다. 유럽 기준으로는 최대 1080㎞까지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18㎾ 급속 충전을 지원해 배터리 잔량 30%에서 80%까지 끌어올리는 데 30분 걸린다.
주행 보조 기능인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ICC)을 사용했을 때 상당한 곡선의 고속도로 출구도 잘 빠져나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스티어링 휠에 손을 대고 있어야 하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ICC 모드가 풀린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또 차량 기본 내비게이션(카카오)을 쓰는 데도 각 도로의 제한 속도가 적용되지 않아 직접 조정해주지 않으면 속도를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
캠핑 등 야외 활동에서 유용한 V2L 기능도 지원한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력을 외부 기기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가 가능해 서비스센터에 방문하지 않아도 차량 기능을 최신으로 유지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425L이며, 60:40으로 나뉘는 뒷좌석을 접을 경우 최대 1440L까지 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