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수입차 브랜드가 한국에 전략 차종을 출시하며 주요 시장 중 가장 싼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고급차 판매가 여전히 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감행하는 것이다.

중국 난징의 항구 야적장에 주차된 볼보 자동차 모습. /연합뉴스

1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볼보와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유럽 고급차 브랜드들이 최근 국내에 신차를 출시하면서 주요 시장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출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내 출시된 볼보의 EX90이 대표적이다. 국내 판매 시작가는 7294만원으로, 브랜드 본국인 스웨덴보다 5100만원가량 싸다. 중국·일본과 비교해도 1000만원 이상 저렴하다고 볼보는 설명했다.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iX3를 출시한 BMW는 국내 출시 가격을 7990만원부터로 책정했다. 이는 독일 판매가(7만900유로·약 1억1964만원)는 물론, 공장이 위치한 헝가리 판매가(2452만포린트·약 1억1377만원)보다도 싼 가격이다.

BMW 관계자는 "본사와 치열한 가격 협상을 통해 수입가를 최대한 낮췄다"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본사에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GLC 첫 전기차 사전 예약을 시작한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출시 가격을 9000만원부터로 책정했다. 같은 차종인 GLC 300 AMG 4MATIC의 독일 판매가(6만5851유로·약 1억1102만원)와 비교하면 2000만원가량 저렴하다.

Q3를 출시한 아우디도 독일 판매가(4만6100유로·약 7772만원)보다 상당히 저렴한 6080만원부터로 국내 출시가를 책정했다.

수입차 업계는 경쟁이 치열한 국내 시장에서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가격 경쟁력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면 본사의 수익이 줄어들게 되지만, 국내 고급차 시장이 여전히 성장세를 보이는데다 중요성도 커지고 있어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다른 나라에 출시된 모델과 사양이 다른 것이 가격에 반영된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낮춘 가격에는 국내 소비자의 수요가 높지 않은 옵션이나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옵션 등을 제외한 것도 일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7000만원 이상 수입차 판매량은 2022년 13만6780대에서 지난해 16만7359대로 22.4% 증가한 바 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8만1973대가 판매됐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 교수는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프리미엄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높은 시장"이라며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가격 경쟁을 통해서라도 시장 점유율을 높일 유인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