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가 미국에서 315만달러(약 45억원)의 대금을 미지급을 주장하는 현지 물류업체로부터 소송을 당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까지 받을 상황에 놓였다. 이 물류업체는 금호타이어가 중국 대주주와 연관된 물류 회사를 중간에 끼워넣어 단가 인하를 압박하고, 대금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금호타이어는 하청과 재하청 간 발생한 문제로, 운송비는 모두 지급됐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31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한국계 미국 물류업체 제임스월드와이드는 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금호타이어를 고발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제임스월드와이드 측은 "국세청 신고 또는 세무 조사 요청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직계약 후 중간 에이전트 투입, 전형적 '통행세 거래'… 대금도 미지급"
사건은 2024년 2월 제임스월드와이드가 입찰을 통해 금호타이어 미국법인의 북미 일부 구간 운송업체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불과 14일 뒤 금호타이어 미국법인이 물류 에이전트인 멜리스를 통해 거래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 제임스월드와이드 측 주장이다. 제임스월드와이드는 또 멜리스가 당초 입찰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다시 체결할 것을 요구했고, 이후에도 각종 단가 인하를 압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임스월드와이드 관계자는 "(멜리스 투입으로) 거래 구조가 변경된 뒤에도 실제 운송 지시와 운영 관리는 금호타이어 미국법인이 계속 담당했다"며 "직접 거래가 가능했고 실제 운송도 직접 수행되고 있었는데, 실질적 역할이 불분명한 회사(멜리스)를 중간에 끼워 넣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은 '통행세 거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금 지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제임스월드와이드 주장이다. 이 회사 측은 "3개월간 운송 대금으로 350만달러(약 50억2000만원)를 청구했는데, 멜리스가 실제 지급한 금액은 10분의 1 수준인 35만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제임스월드와이드는 금호타이어 미국법인이 멜리스의 거래 대금 미지급 사태를 인지하고 이를 방치했다고 보고 있다. 제임스월드와이드가 공정위 신고서에 첨부한 녹취록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미국법인 관계자는 "멜리스가 돈이 없어서 (대금 지급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돈을 누구한테 줘야 할지 관리를 못 해서 (그렇다)"고 제임스월드와이드에 말하기도 했다.
결국 제임스월드와이드는 금호타이어 미국법인을 상대로 지난 2024년 11월 400만달러의 운송 대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현지에서 제기했다. 오는 8월 24일 판결을 앞두고 있다.
◇ 금호타이어 "하청과 재하청 간 문제… 운송비 전액 지급"
금호타이어 측은 제임스월드와이드가 서로 다른 사업 계약을 혼동하고 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문제가 된 계약은 금호타이어 미국법인의 하청인 멜리스가 제임스월드와이드에 재하청을 준 것으로, 두 물류 업체 사이의 문제라는 것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미국법인은 창고 제3자 물류(3PL) 사업자로 멜리스라는 운송사를 선정해 계약했고, 다른 육상 운송 구간에 대해 각 구간별 입찰을 통해 제임스월드와이드 등을 선정했다"며 "제임스월드와이드가 멜리스로부터 운송비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창고 3PL 업무이고, 이와 관련해선 제임스월드와이드와 직계약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 업무 대금은 멜리스에 전액 지급했다는 것이 금호타이어의 설명이다.
금호타이어는 제임스월드와이드와 직접 계약한 운송 업무에 대해선 모두 대금을 지급하고 업무가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서도 제임스월드와이드와 금호타이어 미국법인이 직계약한 구간에 대한 운송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중국 대주주 개입 의혹도… 금호타이어 "사실 아니다"
제임스월드와이드는 멜리스의 실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멜리스의 업력과 거래 개입 과정 등을 고려할 때, 금호타이어의 대주주인 중국 더블스타가 멜리스를 밀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제임스월드와이드가 공정위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금호타이어 미국법인 관계자가 "중국 업체가 결정했기 때문에 우리는 따라서 (멜리스를) 쓸 수밖에 없고, 제가 쓰고 싶은 게 절대 아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제임스월드와이드 측은 "중국 측 대주주의 결정에 따라 특정 업체가 미국 물류망 길목을 차지하고 현지 법인도 해당 업체를 통제할 수 없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지배주주 영향력 아래 상장 기업과 해외 종속회사의 거래 구조가 특정 업체에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데 이용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호타이어 측은 이렇게 발언한 담당자가 현재 퇴사 상태라며 사실 확인이 어렵다면서도 "제기된 의혹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정당한 절차에 따라 운송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