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중남미 핵심 거점인 브라질 공장을 찾아 중장기 성장 전략을 점검했다. 브라질은 세계 6위 자동차 시장으로, 최근 중국 완성차 업체의 저가 공세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상황이다. 정 회장은 모빌리티와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3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 방문에 맞춰 경제사절단으로 현지를 방문한 차에 지난 27일(현지시각) 별도 일정으로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에 있는 현대차 브라질 공장을 찾았다. 이곳은 2012년 완공 이후 매년 20만대의 브라질 전략 차종을 생산 중이고, 중남미 권역 연구·개발(R&D) 센터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직원들에게 "브라질의 산업 환경 변화와 새로운 경쟁 국면을 맞아 여러 도전과 과제가 존재하지만, 이 위기를 극복해야 다음 단계의 성장과 도약이 가능하다"며 "브라질에서 더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전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지난해 기준 연간 자동차 수요가 250만대에 달하는 세계 6위 시장이며, 연간 26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세계 8위 자동차 생산국이다. 여기에 희토류 매장량 세계 2위, 세계 흑연 매장량 20% 이상을 보유한 자원 강국이라 전기차 배터리와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필수 공급망으로 꼽힌다.
특히 브라질은 휘발유와 에탄올을 동시에 연료로 사용하는 'FFV'가 자동차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독특한 연료 체계를 갖고 있고, 자동차 수입 관세도 35%에 달해 현지 맞춤 생산이 필수적이다. 2023년 말부터 브라질 탈탄소에 투자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 감세 및 보조금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도 현지 생산이 필요한 이유다.
이에 중국 업체들은 낮은 가격과 대규모 현지 투자를 통해 브라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2023년까지 친환경차 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했었는데, 중국 업체들은 이를 틈타 현지 친환경차 판매를 대폭 늘렸다. 이러한 혜택이 종료되자, 중국 업체들은 현지 공장을 세우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2021년 폐쇄된 포드 공장을 인수해 지난해부터 생산을 시작한 BYD가 대표적이다. BYD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브라질 내 8위 브랜드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 4위로 올라섰다. 현대차가 2020년부터 5위권 이내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중국 업체들이 직접적인 경쟁자로 올라서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차는 향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확대 ▲브라질에 최적화된 친환경차 도입 ▲수소 사업 기반 구축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R&D 센터 연구원들에게 "지속가능한 중장기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지 R&D 기능을 강화하고 파워트레인 현지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론칭한 i20과 인기 SUV 크레타를 앞세워 올해 브라질에서 20만4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이미 상반기에 9만6723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현대차는 크레타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다양한 차급의 SUV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브라질 내 SUV 비중이 2030년 51.2%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친환경차 판매 확대도 추진한다. 현대차는 수입차 관세에 대응해 소형 차급의 전기차 현지 생산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휘발유-에탄올 연료 기반 하이브리드(FFV-HEV) 전용 파워트레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FFV-HEV는 브라질 연료 생태계 특성을 반영한 브라질 전용 친환경차로 인기 차급인 SUV에 적용해 빠른 시일 내 출시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중장기적으로 중남미 지역 재생에너지 시장을 이끌고 있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현지 수소 및 재생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추진한다.
재생에너지 강국인 브라질은 국가 차원에서 수소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에 맞춰 현대차는 그룹사들과 함께 수소 상용차, 수소 트램 등 수소 모빌리티 신시장 개척은 물론 그린 수소 생산,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급, 재생에너지 발전소 구축 등 수소 및 재생에너지 분야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