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현대차는 하반기에 브랜드 최초의 대형 전기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90을 선보이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며 판매 실적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2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량은 10만3483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감소한 수치다. 특히 전체 판매 중 절반을 차지하는 국내 시장에서는 전년 동기 대비 23% 줄어든 4만7024대를 파는데 그쳤다.

그래픽=손민균

미국에서는 판매 실적이 개선됐다. 올 상반기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3만9088대를 기록했다. 중형 SUV인 GV70이 1만7324대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다만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점유율은 다른 고급 브랜드와 비교해 크게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는 올 상반기에 제네시스의 4배 수준을 넘는 16만9712대를 미국 시장에서 판매했다. 렉서스의 준대형 SUV인 RX 하이브리드의 상반기 판매량은 5만9904대로 전년 대비 13.3% 늘었다. 중형 SUV인 NX 하이브리드도 같은 기간 3만763대가 팔려 동급 모델인 제네시스 GV70보다 판매량이 훨씬 많았다.

독일 고급 브랜드도 선전했다. BMW의 경우 올 상반기 미국 판매량이 18만6944대에 달했다. 중형 SUV인 X3의 판매량은 3만767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8% 증가했다. GV80과 경쟁하는 BMW X5는 같은 기간 판매량이 23.7% 늘어난 4만1554대를 기록했다.

제네시스 GV90 콘셉트카인 네오룬 모습. /제네시스 제공

상반기에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량이 뒷걸음질한 표면적인 이유는 생산 차질 때문이다. 현대차의 부품 공급 업체인 안전공업에서 지난 4월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제네시스 역시 엔진 밸브 등을 제 때 공급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영업이익 감소분은 2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모델의 부재도 제네시스의 판매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많다. 최근 수 년 간 전기차의 인기가 줄어든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시장에서는 하이브리드차의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지금껏 제네시스는 가솔린 모델과 전기차만 생산해 왔다.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의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고 전체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기차의 약 3배에 이르는 15.4%를 기록했다. 유럽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219만814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2% 늘었고 전체 판매의 37.4%를 차지했다.

제네시스는 하반기에 브랜드 최초의 하이브리드 모델인 GV80 하이브리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준대형 세단인 G80 역시 연내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시장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제네시스의 수출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 3분기 중에는 GV90도 첫 선을 보인다. GV90은 대형 전기 SUV라 수요가 제한적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끌어올려 전체 판매 실적을 반등시키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제네시스 GV80 모습. /제네시스 제공

제네시스는 내년 하반기에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선보일 계획이다. EREV는 엔진과 모터가 함께 구동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와 달리 전기차처럼 모터만으로 구동한다. EREV에 있는 내연기관 엔진은 발전기로 활용된다. 배터리가 부족할 경우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해 배터리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모델과 내년으로 예정된 EREV 모델의 잇따른 출시는 제네시스의 판매량을 반등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제네시스의 주력 판매 차종인 G80, GV80은 출시된 지 6년이 넘어 모델이 노후화된 상황"이라며 "완전변경 신차가 나오기 전까지는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