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사측과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며 결국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이 크게 감소한 현대차는 하반기에 실적 반등을 이끌 신차를 연이어 출시할 계획인데, 노조의 쟁의가 길어질 경우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현대자동차 노조)가 사흘간의 부분파업에 돌입한 13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이 공장 오전조 근무자들이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지난 13일부터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오전조 생산직 근로자들은 평소보다 2시간 이른 오후 1시 30분에 조업을 마쳤다. 오후조 역시 퇴근을 2시간 앞당겨 오후 10시 10분에 조업을 끝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15일까지 사흘 간 이 같은 방식으로 오전조와 오후조가 각각 2시간씩 총 하루 4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생산직 외에도 판매·정비 노조와 현대모비스 노조도 자체적으로 파업 방식을 정해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5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임금 인상 폭과 성과급 지급액 등을 두고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최근 교섭에서 월 기본급 8만9000원 인상, 성과금 350%+1000만원, 자사주 15주 지급 등을 담은 3차 제시안을 내놨다. 이는 2차 제시안과 비교해 기본급은 5000원 올리고 성과금 50만원과 자사주 3주를 추가한 것이다.

노조는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상여금 800% 인상 등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또 인공지능(AI)과 로봇 도입에 대한 고용 보장과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 과거 불법 쟁의 활동으로 해고된 조합원의 복직 등도 요구 중이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올해 현대차 임단협이 타결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 억원에 이르는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임금과 성과급에 대한 조합원들의 눈높이가 한껏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년 연장이나 주 4.5일제 도입 등은 법제화가 필요하고 막대한 인건비 추가 지출도 예상돼 현실적으로 관철되기 어려운 요구사항"이라며 "노조는 이를 빌미로 올해 성과급 지급액을 최대한 늘리는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수 년 간 임금 협상을 비교적 순조롭게 타결해 왔다. 지난해의 경우 한 차례 부분파업을 벌이긴 했지만, 상견례 후 약 3개월 만인 9월에 협상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지난 2017년에는 오랜 기간 진통을 겪은 끝에 해를 넘겨 2018년 1월이 돼서야 타결에 이르렀다.

올해는 미국의 고율 관세 영향 등으로 인해 실적 악화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성과급 증액 폭을 늘려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커 상당 기간 협상이 평행선을 그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 아반떼·투싼·GV90에 GV80 하이브리드까지… 신차 생산 차질 우려

문제는 협상이 길어질 경우 하반기에 연이어 출시될 신차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의 관세와 내수 판매 부진에 허덕이는 현대차는 신차를 통해 하반기 실적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6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준중형 세단 '디 올 뉴 아반떼'. /현대차 제공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전체 누적 판매량은 196만6267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 줄었다. 특히 국내 시장의 경우 10.8% 급감한 31만6713대를 파는데 그쳤다. 주요 판매 모델이 노후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하반기에 실적 반등을 견인할 신차를 쏟아낼 예정이다. 다음달 초에는 주력 볼륨모델(대량 판매 차종)인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8세대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되고, 이어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도 5세대 신형 모델로 시장에 나온다.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대형 플래그십 전기 SUV인 GV90을 하반기에 선보인다. 주력 모델인 준대형 SUV GV80은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돼 판매가 시작된다. 특히 GV80 하이브리드는 최근 정체된 제네시스의 판매 실적을 끌어올릴 '게임체인저'로 꼽히는데, 임단협이 길어질 경우 오는 9월로 예정된 양산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신형 아반떼는 다음달부터 양산되고 신형 투싼과 GV90, GV80 하이브리드 등도 올해 실적 반영을 위해 3분기 안에 양산이 시작될 예정이었다"며 "협상이 장기간 진통을 겪고 생산과 판매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현대차의 올해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