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미국 전용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가 출시된 지 6년이 지났음에도 현지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2019년 텔루라이드를 만드는 미국 조지아 공장 근로자들의 자긍심을 내세운 광고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 현지 생산과 상품성을 무기로 시장에 안착했다. 올해는 차체를 키운 완전변경 모델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까지 추가되면서 현지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기아에 따르면, 텔루라이드는 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7만3602대가 판매됐다.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한 것으로, 역대 반기 중 최다치다. 텔루라이드의 연간 판매량은 지난해 12만3281대를 기록, 출시 첫해인 2019년(5만8604대)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6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3%가 넘는다. 올해는 이 추세대로면 15만대 선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텔루라이드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전량 생산된다. 기아는 이 점을 홍보에 적극 활용했다. 출시 첫해인 2019년 1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미국 프로 아메리칸 풋볼리그(NFL) 결승전 '슈퍼볼'에 90초짜리 광고를 냈다. 기아는 유명 할리우드 스타를 기용하는 대신, 조지아주 공장이 있는 작은 도시, 웨스트포인트의 풍경과 공장에서 일하는 주민들을 담아냈다.
광고 속 어린아이는 "우리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조지아주의 작은 마을일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대단한 물건을 만들어 냅니다."라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텔루라이드를 만드는 주민들의 자긍심을 진정성 있게 풀어냈다며 현지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광고 내용은 빈말이 아니다. 당시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는 조지아 공장을 찾은 뒤 "기아로 인해 조지아의 죽어가던 동네가 살아났다고 한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을 가난하고 위험한 나라로 알았던 현지 주민들이 이제는 태극기가 휘날리는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 조지아주에서 기아는 지역 경제의 숨통을 트여준 핵심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이곳은 1980년대 주력 산업이었던 방직 산업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 등 해외로 이전한 뒤 휘청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공장까지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7~2008년 문을 닫으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아아 2009년 조지아 공장에 투자하고 한국 부품 기업도 동반 진출하면서 침체했던 고용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상품성도 뒷받침됐다. 텔루라이드는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비슷한 차체로 한국 기준 대형 SUV이지만, 미국에선 중형 SUV로 분류된다. 현지 중형 SUV 중 드물게 3열 공간을 제공한다. 지난해 말 공개된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은 길이와 휠베이스, 높이가 각각 58㎜, 76㎜, 25㎜씩 늘어났다. 그만큼 공간감이 대폭 개선됐다. 여기에 현지 아웃도어 수요를 겨냥한 오프로드 특화 트림과 최근 급성장 중인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까지 갖췄다.
텔루라이드의 미국 현지 생산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기아의 성장을 동시에 이끈 대표적인 '윈윈' 사례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 등에서 차량을 수입해 오는 방식과 달리,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면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물량 부족에 따른 고객의 대기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전량 수입해 판매하는 팰리세이드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5만7197대로 텔루라이드에 못 미친다.
최근 미국 중형 SUV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텔루라이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미국 소비자는 패밀리카로 중형 세단과 미니밴을 주로 선택했지만, 이를 중형 SUV가 흡수하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텔루라이드에 호재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갖춘 완전변경 모델이 투입되면서 텔루라이드 판매량은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