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의 스포츠카 쿠페 'GR86′이 굉음을 내며 아스팔트 바닥에 까만 스키드 마크를 새겼다. 최고 출력 231마력을 발휘하는 이 차량의 타이어는 종횡으로 움직이며 매캐한 탄내와 함께 연기를 뿜어댔다. 줄지어 선 라바콘 사이를 칼같이 파고들던 GR86은 사이드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의 거친 조합에 엉덩이를 흘리는 화려한 드리프트를 선보였다.
지난 2일 충남 보령 아주자동차대 자동차 주행 실습장에서 진행된 '도요타 가주(GAZOO) 레이싱 모터스포츠 클래스'에 직접 참여해 봤다. 한국토요타자동차 주최로 진행된 이 수업에서는 올바른 운전 자세부터 코너링, 브레이킹 등 주행 기술을 익힐 수 있다. 라바콘과 같은 장애물을 피하는 '슬라롬'과 장애물 코스 경주인 '짐카나'와 같은 모터스포츠도 경험할 수 있다.
짐카나는 도요타의 준중형 해치백 '프리우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진행됐다. 강사의 지도에 따라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몰아붙이면서 숨겨진 주행 성능을 탐색했다.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갈 지(之)자로 주행하며 라바콘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코너 진입 전 급감속했다가 탈출하는 순간 가속 페달을 힘껏 밟자, 차체가 요동치며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토요타코리아는 아주자동차대학과 가주(GAZOO) 레이싱 모터스포츠 클래스와 같은 '도요타·렉서스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요타그룹이 2003년부터 시작한 미래 모빌리티 인재 육성 활동인 'T-TEP(Toyota-Technical Experience Program)'의 일환으로, 모터스포츠학과가 있는 아주자동차대의 특성을 고려해 만든 전용 프로그램이다. 기술 및 철학 교육, 트레이닝 키트와 교육용 자동차 기부 등으로 이루어진 T-TEP는 국내 8개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다.
토요타코리아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까지 37대의 자동차를 국내에 기부했다. 지난 3월엔 아주자동차대 학생들의 '인제 GT 마스터즈' 출전을 지원하기 위해 GR86도 기증했다. 토요타코리아 관계자는 "학생들이 자동차 개발과 정비, 데이터 분석까지 모터스포츠의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주자동차대에 토요타코리아가 전달한 장학금은 현재까지 2억4000만원 규모다.
토요타코리아는 '길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차를 만든다'는 그룹 철학에 따라 한국 모터스포츠 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모터스포츠라는 극한의 길 위에서 직면하는 다양한 한계를 극복하면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국내 학생들에게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T-TEP 교육을 이수한 학생은 희망할 경우 학교 추천을 받아 토요타코리아 공식 딜러사 서비스센터 취업 지원도 가능하다. 이병진 토요타코리아 부사장은 "아주자동차대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 인재를 배출하고 있는 학교"라며 "브랜드와 잘 맞는 모터스포츠학과가 있고, 향후 학생들이 테크니션이 되어 고객 서비스를 할 수도 있어 함께 많은 협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토요타코리아의 국내 모터스포츠 문화 육성은 고성능 모델의 판매 확대로도 이어지고 있다. GR86은 국내 정식 판매 중인 자동차 가운데 유일하게 수동 변속기와 후륜구동 방식이 결합된 모델이다. 박상현 아주자동차대 모터스포츠학과 교수는 "국내에 판매되는 고출력 자동차는 많지만, 별도 튜닝을 거치지 않고도 한정된 공간에서 짐카나를 할 수 있는 차는 GR86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2022년 출시된 GR86은 첫해 82대 판매되는 데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이보다 173% 증가한 224대가 판매됐다.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량은 787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