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22년째 주장하고 있는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요구가 올해는 선언적 의미를 넘어 현실적인 노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합의가 잇따르자, 대표적 강성 노조인 현대차 노조가 예년보다 강도 높은 성과급 요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수조원대 성과급이 현실화할 경우, 현대차의 국내외 투자 차질은 물론 협력업체 원가 절감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연결 당기순이익은 10조3648억원으로, 노조 요구대로면 3조1094억원을 성과급으로 써야 한다. 지난해 현대차가 주주 배당금으로 쓴 2조6000억원보다도 많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2026년 단체교섭 투쟁 승리를 위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전조합원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뉴스1

현대차 노조는 22년째 한 해도 빠짐없이 회사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나눠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4년이 그 시작이다. 코로나 사태로 결국 임금을 동결했던 2020년에도 현대차 노조는 요구안에 이러한 내용을 담았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선언적 요구였지만, 올해는 순이익의 30%까지는 어려울지라도 이에 기반해 최대한 받아내기 위해 치열한 협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업계에서 시작된 '이익 연동 성과급'이 대표적 강성 노조인 현대차 노조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 새 집행부의 첫 시험대인 만큼, 보다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하고, 이달 6일부터 모든 특근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의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요구는 현대차에 예년보다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먼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달리 현대차의 실적은 나아지지 못하는 중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경우 2023년(13조2299억원)보다 21.7%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올해 당기순이익은 9.7% 증가한 11조3669억원으로 예상된다. 2024년 수준으로 회복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투자 청구서는 올해부터 수십조원씩 날아들 예정이다. 현대차가 올해부터 2029~2030년까지 완료하기로 약속한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국내에만 총 125조원이 투입된다. 미국엔 260억달러(약 40조4000억원)를, 인도엔 50억달러(약 7조8000억원)를 각각 투자해야 한다.

실적 압박 속에서 수조원을 성과급으로 지출할 경우, 이러한 투자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항구 평택대 특임교수는 "한 해 당기순이익이 10조원 규모에 불과해 현대차는 이미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비용 절감에 나섰다"며 "이 상황에서 대규모 성과급은 투자를 지연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협력업체 간 양극화도 불가피하다. 이 특임교수는 "재정 압박 속에서 투자 계획을 최대한 유지하려면 협력업체에 원가 절감을 요구할 수밖에 없고, 이는 이미 실적이 악화된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며 "협력업체들이 (하청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노란봉투법을 들고 나설 경우, 상황은 굉장히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2일부터 교섭을 재개할 예정이다. 성과급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특근 중단을 넘어 부분 파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9월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총 16시간 부분 파업을 벌였는데, 이로 인해 7000여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약 3000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