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연계된 커넥티드카의 판매를 금지하면서 르노코리아가 '유탄'을 맞게 됐다.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중국 지리그룹 산하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 차량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기 때문이다.
26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25일(현지 시각) 폴스타 2027년형 모델에 대한 판매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상무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유지되고 있는 '커넥티드 차량 규정(Connected Vehicles Rule)'에 근거해 폴스타의 미국 내 판매를 막았다.
이 조항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연계된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 무선 연결 기술이 탑재된 차량의 수입·판매를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은 무선 연결 기술을 통해 미국의 민감한 정보들이 유출되는 등 커넥티드 차량이 이른바 '스파이카'로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폴스타는 볼보자동차에서 분사한 전기차 브랜드로 중국 지리그룹이 약 8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폴스타 차량은 전기 세단 폴스타 3와 쿠페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폴스타 4다. 폴스타 3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생산되지만, 폴스타 4는 한국의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간다.
부산공장은 지난해 9월 북미 수출용 폴스타 4 생산을 시작했고, 그해 10월부터 선적했다. 올해 5월까지 누적 수출 물량은 4001대였다. 이는 부산공장 전체 수출 물량 중 26.6%에 해당된다. 당초 초기에는 부품 대다수를 중국에서 들여오는 완전한 위탁생산 형태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르노코리아가 국산화한 부품도 있다.
지리그룹 산하 지리오토모빌홀딩스는 지난 2022년 르노코리아 지분 34%를 인수했다. 이후 지리그룹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 미국 수출용 폴스타 4의 생산을 맡겼다.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되는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우회 전략'이었는데, 상무부의 이번 조치로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수출 물량을 잃게 된 것이다.
폴스타코리아 관계자는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폴스타 4는 미국 뿐 아니라 캐나다에도 공급되기 때문에 당장 생산을 멈춰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생산량을 조정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폴스타도 부산공장 생산 차량을 북미 외 다른 지역으로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클 로쉘러 폴스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해 "부산공장 생산 차량의 북미 수출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다른 곳에서도 이 생산 기지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부산공장 입장에서 보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 시장의 공백을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행 물량이 막힌 상황이라 신속히 대체 수출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결국 폴스타도 한국을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우회 통로로만 이용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