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가 유럽 전술 차량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아가 내세우는 핵심 경쟁력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완성차 제조사인 만큼 유럽 업체들보다 성능 좋은 차량을 싸고 빠르게 생산하며 유지·보수에도 이점이 있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안티드론 등 최첨단 기술을 앞세운 유럽 업체들 사이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인데, 유럽 시장에서 통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5~1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노르빌팽트 전시관에서 열린 유럽 최대 방산전시회 유로사토리에 10년 만에 참가한 기아는 전술차 전 차종을 선보였다. 기아는 KLTV와 군용 타스만을 실물로, KMTV는 모형으로 전시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15일(현지시각) 개막한 유럽 최대 방산 전시회 '유로사토리(Eurosatory) 2026'에 전시된 기아 경형 타스만 군용 지휘차의 모습. /기아 제공

KLTV는 기아가 한국군과 함께 개발해 2016년부터 한국 육군이 운용 중인 소형 전술 차량으로, 최근 폴란드의 표준 전술차량으로 선정됐다. 기아는 이번 전시회에서 차체 강성을 높이고, 엔진 냉각 시스템 등을 추가한 버전을 공개했는데, 폴란드 진출을 발판 삼아 유럽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군용 타스만은 지난 2024년 출시된 픽업트럭 타스만을 개량한 제품이다. 현대차그룹의 픽업트럭 차량 성능과 더불어 차체 내구성을 높이고 무전기나 불빛을 차단하는 등의 군용 기능이 추가된 게 특징이다. KMTV는 현대차(005380) 파비스 트럭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중형 전술 트럭으로, 2025년부터 전력화가 이뤄지고 있다.

세 차량의 핵심 경쟁력은 일반 차량에서도 쓰이는 민수용 부품이 폭넓게 활용됐다는 점이다. 민수용 부품은 군수품 전용 부품보다 조달이 쉽고 생산 단가가 낮아 전력 공백 없이 장기간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KLTV와 타스만에는 기아 SUV 모하비에 쓰인 디젤 엔진이 탑재됐다. 엔진 출력을 높이고 무더위와 추위 등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KMTV 역시 상용차 플랫폼과 부품을 활용한다.

유럽 전술차량 업체인 이베코나 아르퀘스 등도 일반 차량의 엔진을 개량해 사용하는 등 기본적으로 형태는 유사하다. 다만 이 업체들은 독립적인 방산 법인 형태여서 부품을 외부에서 구매한다. 완성차에서 만들던 자신의 부품을 가져와 활용하는 기아와는 차이가 있다.

방산업계에선 이런 구조가 유지·보수·정비 부문에서 큰 차이로 이어진다고 본다. 다른 법인에서 들여오는 부품이 단종되면, 해당 부품으로 제작된 방산물자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새로 부품을 개발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K9 자주포가 대량 생산 및 정비 체제를 유지하면서 인기가 더 높아진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라면서 "방산 물자는 일반 차량과 달리 20년은 써야하기 때문에, 부품 수급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사진은 '유로사토리 2026' 기아 전시관에 전시된 소형 전술차 2인용 카고 차량. /기아 제공

여기에 연간 완성차 수백만대를 생산하는데다 지난 1975년 설립된 삼원제작소 시절부터 50년간 한국군에 전술 차량을 납품해 왔던 생산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량 가격을 낮추는 것도 기아의 핵심 전략이다.

이 밖에 기아는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와 협업해 차량 플랫폼 등을 개발하며 완성차 기술을 전술 차량에도 담아 내 활용도와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기아 특수사업부 관계자는 "완성차 제조사의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유로사토리에서는 전술 차량 업체 간 시장 전략이 극명하게 갈렸다. 기아는 안정적인 생산 및 후속 지원을 앞세웠지만, 유럽 업체들은 첨단 기술을 강조했다.

이베코는 전술 차량이 여러 대의 무인 차량과 함께 운용되는 유무인 복합 체계를 선보였다. 또 드론을 자동 격추하는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기아가 첨단 무장을 통합한 고가 플랫폼이 아닌, 합리적인 가격에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실용형 전술 차량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것과 다른 전략이다.

기아는 지난 2023년 폴란드와 전술 차량 400대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는 2022년부터 KLTV를 공급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수출 협상도 진행 중이다.

한편 방산 업계에서는 유럽 업체들이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기 위해 움직이며 단점 지우기에 나선 만큼, 기아도 첨단 기술이 포함된 차량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아 KLTV의 경쟁 제품군으로 평가되는 밤탁의 제조사 스페인 우로베사는 2029년까지 연간 5000대 생산 체제 구축을 목표로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