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어 클라쎄(Neue Klasse)는 BMW의 기념비적 모델이란 뜻으로 통한다. 노이어 클라쎄를 단 BMW 1500, 1600, 2000이 중형 스포츠 세단 영역을 개척했고 3·5시리즈로 이어지며 현재의 BMW를 만든 기반이 됐기 때문이다.

BMW는 신형 iX3에 노이어 클라쎄란 명칭을 붙였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전반을 새롭게 재구성한 만큼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한 모델이라는 의미다. 전기차 최대 단점이었던 무거움이나 제동할 때 이질감이 해소됐다는 것이 BMW의 설명이다. 지난 18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와 인근에서 트랙과 일반 도로를 달리며 시승해봤다.

BMW iX3의 외관. /BMW코리아 제공

이날 첫 시승 코스는 슬라럼 주행이었다. 일정 간격으로 세워진 장애물 사이를 통과하는 주행을 말한다. 운전대(스티어링 휠)를 급격히 돌렸을 때 차량이 기울어지는 정도를 확인하는 코스다.

시승은 차량 지붕에 부착된 컵에 워셔액 450㎖(밀리리터)를 담은 채 진행됐다. 기자가 시속 약 35㎞로 장애물을 통과하고 유턴해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워셔액은 넘치지 않았다. 길이 4780㎜, 공차 중량이 2630㎏인 차량이 빠른 방향 전환에도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스티어링 휠도 가볍게 돌아갔으며 돌리는 대로 차량이 따라왔다.

18일 오후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더 뉴 BMW iX3 차량이 슬라럼 코스를 주행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균형을 잘 잡은 것은 신형 iX3에 탑재된 하트 오브 조이(Heart of Joy) 시스템 덕분이다. BMW는 iX3를 설계하며 차량 곳곳에 분산돼 있던 개별 제어 장치를 주행 역동성, 주행 보조, 인포테인먼트, 기본 시스템 등을 담당하는 슈퍼컴퓨터 4개로 통합했다.

하트 오브 조이는 주행 역동성을 담당하는 고성능 컴퓨터다. 토크 제어부터 조향, 제동, 차체 안정화의 움직임을 통합 관리한다. 노면을 읽고 주행 상황의 변화를 감지하고 처리하는 속도가 10배 빨라졌다고 BMW는 설명했다.

BMW iX3. /BMW코리아 제공

하트 오브 조이 시스템의 장점은 트랙 주행에서 더 실감할 수 있었다. 가속 페달을 꾹 밟자마자 차량은 토크를 높이며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앞차와 거리가 가까워져 페달에서 발을 떼면 즉각적으로 회생 제동으로 전환되면서 속도가 줄어들었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이질감 없이 매끄럽게 이어졌다는 점이다. 매끄러움의 비결은 가속 페달을 밟는 힘을 줄이는 순간, 차량이 구동력과 함께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한 것이었다. 덕분에 전기차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몸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노즈 다이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BMW iX3 M 스포츠 프로 모델이 18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내 짐카나 코스를 주행하고 있다. /김지환 기자

시속 70㎞ 속도로 코너를 빠져나갈 때도 차량의 자세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트랙 연석을 밟았을 때는 단단함보다는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신형 iX3에는 에어 서스펜션이 아닌 일반 코일 스프링 서스펜션이 탑재됐다.

BMW 관계자는 "높아진 차체 강성과 하트 오브 조이 시스템의 제어로 불필요한 움직임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MW iX3. /BMW코리아 제공

직선 코스에서의 가속력은 전기차답게 탁월했다. 이 차는 전륜과 후륜에 전기 모터 2개를 탑재했다. 최고 출력 469마력, 최대 토크 65.8㎏·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9초다. 286마력이었던 이전 모델보다 가속 성능이 향상됐다.

주행 시 사운드는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iX3는 스포츠 모드에서만 전기차 특유의 가상 주행음이 들렸는데, 엔진 소리를 그대로 재현했다면 운전하는 즐거움이 커졌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았다. 다만 소리에 대한 감성은 사람마다 느낌이 다른 만큼 이 소리를 좋아할 소비자도 얼마든 있을 수 있다.

일반 도로를 달릴 때는 주행 보조 시스템을 시험해봤다. 출발할 때와 정차할 때 이질감이 전혀 들지 않게 차량이 스스로 제어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날 기자가 주행 보조 시스템이 켜진 상황에서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음에도 기능은 해제되지 않았다.

BMW 측은 "차량이 주변 환경을 정확히 인식하고 주행 경로를 예측한 뒤 검증된 알고리즘을 통해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운전자가 멈추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은 게 아니라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BMW iX3의 대시보드 모습. /BMW 코리아 제공

이날 시선만으로 차량이 차선을 변경하는 기능은 체험해 보지는 못했다. 국내 법규상 인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등 국가에서는 차량이 운전자의 시선에 맞게 조향까지 판단하는 기능이 담겨 있다.

일반 도로에서도 iX3의 가감속은 인상적이었다. 주행 중 신호등이 적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었을 때 차량이 감속하다 다시 속도를 높이는 것도 상당히 매끄러웠는데, 제동의 약 98%를 회생 제동으로만 처리한 결과다.

18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 내에 더 뉴 BMW iX3에 탑재된 배터리가 전시돼 있다. /김지환 기자

iX3에는 BMW의 차세대 배터리가 적용됐다. 원통형 셀 고전압 배터리다. 113.4kWh 용량의 배터리가 차량 바닥을 구성하는 '팩 투 오픈 바디' 형태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국내 인증 기준 611㎞다.

800V 급속 충전 시 단 10분만 충전해도 250㎞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1분이다. BMW 관계자는 "헝가리 공장에서 독일 본사까지 1007.7㎞를 주행했음에도 배터리는 2%가 남아 있었다"고 했다.

신형 iX3에는 전면부에 세로로 길게 뻗은 키드니 그릴이 적용됐다. BMW 1500 등 1960년대 노이어 클라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다.

전면부 디자인은 전작보다 커진 사이드미러, 각진 디자인의 범퍼, 휀더 등이 어울리며 전체적으로 날렵하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구현했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더 뉴 BMW iX3의 운전석 모습. 디자인이 변경된 스티어링 휠이 적용됐다. /김지환 기자

실내는 기존 BMW 차량들보다 깔끔했다. 운전자 쪽으로 17.5도 기울어진 중앙 디스플레이는 손을 뻗으면 쉽게 닿아 조작이 편리했다.

또 대시보드 바로 위 앞 유리 하단 전체를 가로지르는 '파노라마 iDrive'라는 얇은 디스플레이도 인상적이었다. 반사판에 반사되는 구조인데, 스티어링 휠에 가려졌던 기존 계기판보다 운전하면서 보기 편했다. 중앙 디스플레이에 각종 기능이 통합됐음에도 조작이 복잡하지 않았다.

비상등 버튼은 센터 콘솔에 변속 레버와 붙어 있다. 시동 버튼은 없다. 테슬라와 폴스타처럼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채 기어를 변경하면 시동이 걸린다.

주행 모드 설정 버튼이 따로 없다는 건 불편했다.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주행 모드 변경 아이콘을 클릭하고 선택하는 구조다. 주행 시 조작이 상당히 번거로웠는데, 스티어링 휠에 버튼을 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더 뉴 BMW iX3의 2열 모습. /김지환 기자

2열 공간은 넉넉했다. 내연기관 X3, 이전 iX3보다 차체가 길어진 덕분이다. 기존 모델보다 길이가 120㎜ 늘어나면서 휠베이스는 2900㎜가 됐다. 172㎝인 기자가 뒷좌석에 앉았을 때 운전석 사이에 주먹 2개 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천장은 최근 추세에 맞게 글래스 루프로 돼 있다. 이날 시승 차량이 오전부터 30도가 넘는 외부에 있었음에도 머리가 뜨겁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트렁크 용량은 520L로 골프백 3개는 충분히 들어간다. 2열을 접으면 1750L까지 늘어난다.

더 뉴 BMW iX3의 충전구. 충전기를 가져다 대면 자동으로 열리고 충전기를 빼면 자동으로 닫힌다. /김지환 기자

iX3는 SE, M 스포츠, M 스포츠 프로 트림으로 나뉜다. SE 트림은 7990만원, M 스포츠는 8690만~8710만원, M 스포츠 프로는 9190만원이다. 전기차 국고 보조금 275만원이 적용되며 서울 기준 지자체 보조금 82만원도 있다. 신형 iX3는 다음 달 6일부터 고객에게 인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