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가 브랜드를 대표하는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브(RAV)4'의 6세대 완전변경 모델 '올 뉴 라브4'를 7년 만에 공개했다. '4륜구동 여가 활동 자동차(Recreational Activity Vehicle with 4wheel drive)'의 앞글자에서 따온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도심과 교외 어디에서든 활용도가 좋은 차가 이 차의 지향점이다.
▲하이브리드(HEV) XLE(부가세·개소세 3.5% 포함 4927만원) ▲HEV LIMITED(5746만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XSE(6160만원) ▲PHEV GR SPORT(6180만원) 등 4가지 트림으로 출시된 라브4를 지난 19일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직접 시승해 봤다.
PHEV GR SPORT를 제외한 세 트림의 외관 모습은 같다. 전면부를 보면, 양쪽 'ㄷ'자 모양의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 사이를 얇은 블랙 하이그로시 라인이 지나간다. 그 아래 그릴은 벌집을 양옆으로 살짝 당긴 듯한 디자인이다. 테두리가 있는 독립된 그릴이 아닌, 차체와 이어지는 그릴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PHEV GR SPORT 트림은 이 그릴 디자인이 그물망 형태인 데다, 주변과 구분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옆에서 보면 키가 큰 편이다. HEV 트림은 1680㎜, PHEV 트림은 1685㎜로 같은 준중형 SUV인 아우디 'Q3(1585㎜)'보다 높다. 오프로드 활용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블랙 색상의 휠 아치는 대구경 타이어를 더욱 강조해 역동적인 인상을 준다. 뒷문에서 리어 램프로 이어지는 리어 휀더엔 강한 볼륨을 불어넣어 근육질도 느낄 수 있다.
이날 HEV XLE를 제외한 세 가지 트림을 모두 운전해 봤다. 배기량은 2487cc로 모두 같다. 먼저 HEV LIMITED는 세 모델 중 페달감이 가장 무겁고, 가속 페달을 밟을 때마다 탄력이 느껴졌다. 반응 속도가 반 박자 느리다는 뜻이다. 다만 이는 다른 트림 대비일 뿐, 힘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시스템 총출력은 239마력으로, 5세대보다 8% 향상됐다. 주행 전반적으로 가솔린 엔진을 사용했는데, 소리는 다소 났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아쉬운 점은 EV 모드다. 시내 구간에서 EV 모드로 바꾼 뒤 가속 페달을 밟자 바로 '속도가 높아 이 모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 문구가 계기판에 떴다. 이에 대해 유게 히로후미 도요타그룹 라브4 프로젝트 매니저는 "HEV 모델이 EV 모드로 주행할 수 있는 속도는 시속 10~20㎞ 정도"라며 "외부 충전 없이 회생 제동 등으로 충전해 전력을 모으다 보니 배터리 용량이 적고, 이 때문에 가속 페달을 세게 밟으면 엔진이 개입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PHEV XSE에서는 더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전기 모터 특유의 밟는 즉시 치고 나가는 청량감이 느껴졌다. 가속 페달을 웬만큼 밟아도 329마력이라는 최고 출력까지 도달하기엔 아직 멀었다는 듯 여유가 느껴졌다. HEV와 달리 EV 모드에 속도 제한이 없다는 점은 전기차 주행 질감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환영받을 부분이다. 전기 모터에서 가솔린 모터로의 전환도 자연스러운 편이었다.
여기서 한 단계 높은 반응 속도를 원한다면 PHEV GR SPORT를 선택하면 된다. 페달 모양부터 다른 트림과 달리 레이싱카처럼 돼 있는데, 그만큼 자신감 있는 주행을 보여준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서스펜션이 딱딱해지는 느낌이 들고, 스티어링 휠의 반응도 보다 직관적으로 변한다. 전용 프런트 립 스포일러와 윙 타입 리어 스포일러가 고속 주행 시 누르는 힘을 발휘해 안정적으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최상위 고성능 트림임에도 PHEV XSE보다 불과 20만원 비싸다는 점도 장점이다.
세 트림의 공통점을 꼽아보면, 모두 SUV가 아닌 세단에 가까울 정도로 승차감이 굉장히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차체 강성이 이전보다 10% 향상되면서 차체 비틀림과 미세 진동이 잡힌 영향이다. 시속 70㎞에서 급커브길을 돌 때도 불안함이 없었고, 방지턱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큰 충격이 느껴지지 않았다. 전기차의 경우 브레이크를 조금만 밟아도 확 서는 경향이 있는데, 라브4 HEV와 PHEV 모두 자연스럽게 멈췄다. 긴 내리막길을 지나갈 때 'TRAIL' 버튼을 누르니 브레이크를 세게 밟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속도가 제어돼 수월했다.
라브4의 가장 큰 장점은 연비다. PHEV의 경우 1회 충전 시 보수적으로 운전하면 전기만으로 최대 77㎞를 갈 수 있다. 시내 출퇴근용으로 쓸 경우, 휘발유를 거의 넣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복합 기준 HEV XLE는 L당 19㎞, 이보다 90㎏ 무거운 HEV LIMITED의 연비는 L당 15.6㎞이고, PHEV는 15.3㎞다. '한 달에 한 번 주유한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높은 연비를 자랑하는 도요타의 준중형 해치백 '프리우스' PHEV의 연비(L당 19.4㎞)와 맞먹는 수준이다. 급속충선시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는 35분(상온 25도 기준) 소요된다.
실내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데, 다소 투박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도 있겠다. 물리 버튼들이 큰 편이라 위치만 익히면 전방 주시 중에도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다. 조수석 글로브박스 위에 또 다른 수납 공간이 있고, 센터 콘솔 뚜껑은 뒤집어 끼우면 미니 테이블로 쓸 수도 있는 등 실용성에 중점을 뒀다. 2열은 신장 170㎝ 성인이 앉았을 때 머리와 무릎 공간이 굉장히 여유로운 편이었다.
도요타는 올 뉴 라브4에 네이버 클로바 기반 AI 음성 인식 기능을 적용했는데, 여기선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먼저 음성으로 이 기능을 시작할 수 없고, 터치스크린 내 버튼을 직접 눌러야 한다. 또 지시 문장 중에 못 알아듣는 단어가 종종 있었다. 지시가 복잡하거나 추상적일 경우 이용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노래를 듣다가 "소리를 줄여줘"라고 하면 안 되고, "음악 소리 줄여줘"라고 말해야 하는 식이다. 올 뉴 라브4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으로, 향후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