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고급·고성능 전기차를 앞세워 유럽에서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최대 시장인 서유럽 뿐 아니라 최근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는 동·남·북유럽 등 전역으로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제네시스는 12일 모터스포츠 대회인 르망 24시가 개최되는 프랑스 르망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폴란드와 포르투갈,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4개국에 추가 진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독일과 스위스,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에 진출한 제네시스는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다른 서유럽 국가로 영역을 확대해 왔다. 이번에 발표한 대로 폴란드 등 4개국이 추가되면 제네시스의 판매망이 구축된 유럽 국가는 총 11곳이 된다.
제네시스가 폴란드와 포르투갈,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 4개국을 택한 건 전기차 시장에 성장세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의 올해 전기차 성장률은 47.4%에 이른다. 이는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인 29.7%보다 약 20% 포인트 높은 수치다.
4개국의 합산 연간 판매량은 134만대로 이 중 전기차는 28만대, 고급차는 30만대로 각각 집계됐다. 제네시스의 타깃 시장인 전기차·고급차의 비중이 큰 셈이다.
제네시스는 유럽 6위 시장인 폴란드를 동유럽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신차만 연간 60만대가 판매되는 폴란드는 동유럽권에서 자동차 시장 규모가 가장 크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61.5% 증가했는데, 이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치였다.
제네시스는 유럽 7위 전기차 시장(10만1627대)인 덴마크에 진출해 스칸디나비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만든다. 또 연 6만대 전기차 판매량을 기록한 오스트리아에도 진출해 독일어권 3개국(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판매망 구축도 완성할 예정이다. 포르투갈은 스페인과 함께 이베리아 반도 판매권에 속한다.
이들 시장에 투입되는 차량은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60과 GV70·GV80 전동화 모델 등이다. 유럽 시장은 친환경 규제 강화로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전통의 독일 고급차들은 전동화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제네시스가 고급 전기차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할 만하다는 분석이 많다.
제네시스는 유럽 시장 확대와 함께 판매 방식에도 변화를 줄 방침이다. 제조사가 가격 결정권과 차량 소유권을 갖고 직접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네트워크를 보유한 딜러가 중심이 되는 구조로 변화하는 것이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신생 브랜드로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는 기존 방식이 유리했지만, 브랜드 확장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현지 딜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는 지난 4월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이탈리아 파도바에 딜러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프랑스 릴과 이탈리아 로마에 딜러점을 추가로 연다.
한편 제네시스는 고급·고성능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 13일(현지 시각)부터 프랑스 르망에서 이틀간 열리는 르망 24시 하이퍼카 클래스에 출전한다. 주행 성능과 내구성을 입증하고, 현지에서 직접 소통해 유럽 소비자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겠다는 전략이다.
이시혁 제네시스사업본부장(전무)은 "제네시스의 유럽 확장은 단순한 외형 성장이 아닌 글로벌 고급차 브랜드로써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는 과정에 해당된다"며 "유럽 소비자들과 접점을 지속적으로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