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산 타이어에 최대 52%에 이르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고하면서 중국에 공장을 둔 국내 타이어 업계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유럽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비교적 느긋한 입장이지만, 유럽 판매 물량의 절반을 중국에서 생산하는 금호타이어는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12일 타이어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5월부터 진행해 온 중국산 승용·경트럭용 타이어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최근 마치고 각 업체들에게 잠정 관세율을 통보했다. EU는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8일부터 관세를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AFP 연합뉴스

국내 업체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29.9%에 이르는 '관세 폭탄'을 맞았지만, 한국타이어는 3.4%의 최저 관세를 적용받았다. 이번 반덤핑 관세율은 유럽 판매 물량 중 중국 생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과 유럽 현지 생산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업체별로 다르게 매겨졌다.

금호타이어는 유럽 현지에서 타이어를 만들지 않는 데다, 다른 국내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 생산 비중이 커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금호타이어는 중국에서 난징과 톈진, 창춘 등 세 곳의 공장을 두고 있다. 전체 글로벌 생산 물량의 약 30%를 중국에서 생산한다. 유럽에서 판매하는 물량 가운데 약 50%는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유럽 판매 물량을 현지에서 만들기 위해 폴란드에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폴란드 공장의 완공 시점은 2028년으로 예정돼 있다. 금호타이어의 유럽 매출 비중은 전체의 33%에 이르기 때문에 오는 18일부터 EU가 중국산 타이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2년 간 실적이 크게 악화될 수 밖에 없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호타이어는 중국 생산 물량을 베트남과 국내(광주·곡성·평택) 공장에 배정하는 등 공급망을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규모가 큰 광주 공장이 지난해 5월 화재가 발생한 후 아직 생산 능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 단기간에 중국 물량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8월 대규모 화재가 발생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뉴스1

반면 한국타이어는 지난 2007년부터 유럽 국가인 헝가리에서 공장을 가동해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현재 헝가리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약 1700만본인데, 한국타이어는 대규모 증설 투자를 통해 트럭과 버스 타이어 생산 라인까지 추가하며 연간 생산 능력을 1880만본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국타이어 역시 유럽 판매 물량 중 일부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지만, 비중은 약 30%로 금호타이어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 이번 반덤핑 조사 과정에서 대형사인 점이 감안돼 '의무 답변자'로 지정되면서 다른 업체들보다 먼저 재무와 생산 원가 자료 등을 제출해 소명 기회를 받은 점도 최저 수준의 반덤핑 관세율을 적용받은 이유로 꼽힌다.

넥센타이어의 경우 유럽 국가인 체코에 공장을 두고 있고 중국 생산 비중도 20%로 낮은 수준이지만, 금호타이어와 같은 수준의 관세율을 통보받았다. 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에 비해 생산 규모가 작은 소형사라 의무 답변자로 지정되지 못한 점 등이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넥센타이어는 현재 78% 수준인 체코 공장의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중국 생산 물량을 국내 공장 등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도 앞서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타이어에 고율 관세를 부과 중인데, 미국 생산 비중이 높은 한국타이어는 다른 회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했다.

한국타이어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물량 중 약 40%를 미국 테네시주 공장에서 만든다. 금호타이어 역시 미국 조지아주에 현지 공장을 두고 있지만, 미국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 수준에 불과하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중국산 타이어에 대한 고율 관세를 예정대로 부과하면 국내 업체들 간의 실적과 점유율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며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한국타이어에 비해 자본력이 떨어지고 글로벌 조직 규모 등도 작아 해외 공급망을 신속하게 재편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