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AMG가 올해 하반기 한국 시장에 '더 뉴 메르세데스-AMG GLC 53 4MATIC+'를 출시한다. 벤츠의 베스트셀링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LC에 모터스포츠 기술을 결합해 만든 모델로, 국내엔 '43'과 '63'까지만 소개됐었다. 패밀리카의 공간감을 원하면서도 스포츠카처럼 짜릿하게 달리고 싶은 이들을 위한 차다. 쿠페와 SUV 두 가지 형태로 나뉘는데, 이 중 쿠페 모델을 최근 독일 함부르크에서 직접 시승해 봤다.
GLC 53의 크기는 차 길이 4749㎜, 폭 1920㎜, 높이 1635㎜이다. 경쟁 모델인 BMW의 'X3 M50 xDrive'(4755㎜, 1920㎜, 1660㎜)와 비슷하다. 전반적으로 날렵함과 근육질이 공존한다. 보닛은 네 갈래로 근육의 결이 나뉘어 있는데, 그릴과 공기흡입구가 큼직하게 입을 벌리고 있어 고성능 DNA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옆에서 보면 일반 모델보다 듬직하게 부풀어오른 휠 하우스가 눈에 들어온다. 도로를 꽉 움켜쥐고 달리려는 듯하다. 차체 색상과 통일된 사이드 스커트 라인을 따라 시각적 무게 중심을 아래로 끌어내리면, 프런트 휀더에 새겨진 '터보 4MATIC+' 레터링에서 평범한 패밀리카가 아니라는 암시를 받게 된다. 후면부 트렁크 끝에 있는 스포일러, 좌우 총 4개의 원형 테일 파이프가 고성능 모델이라는 점을 최종 확인한다.
운전석에 앉아보면, 시트가 다소 딱딱하다. 급격한 코너링 등을 대비해 허벅지와 허리를 잡아주는 부분이 깊은 편이다. 대시보드는 리얼 카본 파이버로, 빛의 각도에 따라 입자의 색이 바뀌면서 첨단 차량 이미지를 풍긴다. 중심에는 엔진 분사구를 연상케 하는 3개의 원형 에어벤트(송풍구)와 세로형의 큼직한 센터 디스플레이가 자리를 잡고 있다. 물리 버튼은 비상등과 음량 조절 등으로 최소화됐다. 스티어링휠의 기능 조작 다이얼은 두 줄로 나뉘어 배치됐는데, 처음엔 불편하지만 익숙해지니 오히려 하나로 뭉쳐 있는 디자인보다 편리했다.
컴포트 모드로 고속도로 진입 전 도심 정체 구간을 주행해 봤다. 반응성이 좋다 보니 발놀림이 익숙해지기 전까진 의도치 않은 급출발, 급제동이 있었다. 운전할 때 신호 대기나 정체로 차가 멈추면 엔진을 자동으로 꺼주고, 출발할 때 다시 켜주는 '스타트-스톱' 기능은 굉장히 정숙한 편이었다. 2세대 통합 스타터 제너레이터(ISG) 덕에 17㎾ 출력과 205Nm의 토크를 내는 하이브리드 기능이 탑재된 덕이다.
속도 제한이 없는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동시에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자, 서스펜션이 단단해지며 달릴 준비를 마쳤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니 순식간에 속도가 시속 200㎞를 넘어섰다. 독특한 점은, 변속 타이밍이 다소 늦는 편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rpm(엔진의 분당 회전 수)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게 되고, 운전자는 엔진의 거친 질감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번 GLC 53은 배기 가스 터보차저와 전기 보조 컴프레서가 장착된 트윈 차징 방식의 3.0L 직렬 6기통 엔진이 장착됐다. 330㎾(449마력)의 최대 출력을 발휘하고, 가속력을 좌우하는 최대 토크는 600Nm 수준이다. 5200rpm에서 10초간 엔진을 제어해 가속 성능을 높이는 오버부스트를 이용하면 토크는 640Nm까지 올라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4.2초이고, 시속 25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단 AMG 드라이버 패키지 옵션을 적용하면 속도는 시속 270㎞까지 올라간다.
AMG는 운전의 '감성'을 중시한다. 그만큼 이번 GLC 53의 배기음에 신경을 썼다. 고속 주행할 때의 사운드는 운전자도 모르게 가속 페달을 더욱 깊게 밟을 정도로 심장 박동 수를 올린다. 사운드 경험을 증폭시키는 특수 공명기가 장착된 덕에 차량 안이 배기음으로 꽉 차는 듯한 느낌이었다. 유리창이 다른 일반 모델에 비해 확연히 두꺼운 편이라, 배기음이 아닌 불필요한 소음은 확실하게 차단됐다.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하거나 가파른 코너링 구간에 진입했을 때도 안정적인 편이었다. 이는 기본 장착된 완전 가변식 AMG 퍼포먼스 4MATIC+ 사륜구동 영향이다. 건조한 노면은 물론 젖거나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주행 안정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뒷바퀴 좌우의 구동력을 실시간으로 계산해 한쪽으로 힘을 더 몰아주거나 제어해 주는 장치(전자 제어식 리어 액슬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도 GLC 최초로 적용됐다. 이 덕에 코너를 안쪽으로 바짝 파고드는 날렵한 코너링이 가능하다.
고속도로와 도심을 합한 복합 연비는 L당 약 10.1~10.8㎞(유럽 기준) 수준이다. 2열 공간은 키 170㎝ 성인 여성이 앉았을 때 무릎 공간이 남는 편이었지만, 크게 여유롭지는 않았다. 시트가 다소 딱한 편이라 장거리 가족 여행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국내 판매 가격은 오는 하반기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