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부품 및 물류 자회사 소속 노동조합 여러 곳이 파업에 나섰거나, 파업을 예고하는 등 '강경 투쟁' 움직임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회사측은 생산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노사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어 장기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달부터 현대차(005380)를 시작으로 막을 올린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선 로봇 등을 두고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노무 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1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012330) 자회사 유니투스의 노사 협상은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지난달 27일부터 전면 파업을 벌이던 전국금속노조 김천 현대모비스 지회(유니투스 노조)는 지난 11일 '램프 사업 지속 성장 및 고용 안정을 위한 합의서'를 두고 사측과 협상하며 작업에 복귀했지만, 결국 결렬되자 이날부터 다시 총파업에 돌입했다. 합의서 내용 중 '인수자와 지속 협의한다'는 문구와 위로금 지급 규모 등이 결렬 이유로 전해졌다.
유니투스는 에어백과 램프 등을 생산하는 현대모비스의 자회사다. 현대모비스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램프를 담당하는 김천공장 소속 노조만 파업에 나섰는데, 이들은 오는 13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 시위에는 현대모비스의 또다른 램프 전문 자회사 현대IHL 소속 노조, 현대모비스 소속 램프 부문 사무직 노조 등도 참여한다. 현대모비스가 지분 100%를 소유한 모듈 자회사 모트라스의 간부급 노조도 지원 차 참석키로 했다.
유니투스와 모트라스는 현대모비스가 모듈과 부품의 전문적 생산을 위해 2022년 협력업체 직원들을 직고용해 설립한 통합 자회사다. 현대IHL은 인희라이팅이란 이름의 회사였는데, 지난 2004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됐고, 2011년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현대모비스가 지분 99.38%를 소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앞서 램프를 생산하는 유니투스 김천 공장과 현대IHL의 경주, 대구 공장, 그리고 자사 램프 연구개발 부서 등을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재 프랑스 부품사 OP모빌리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세부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램프사업부의 매각에 직접 연관돼 있는 노조원들이 13일 시위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들은 램프사업부 매각을 반대하고 있고, 매각 결정 과정에서 사측의 설명이 없었던 점 등을 문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조짐은 물류 분야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현대위아(011210)의 모듈 자회사인 모비언트의 부품을 운송하는 현대차·기아(000270) 부품운송노조가 파업을 언급하는 것이다. 이 노조원들은 대진로지스와 유진로지스틱스라는 물류 회사에 소속돼 있다. 모비언트가 생산한 부품을 오랜 기간 운송했던 업체인데, 운송비 인상을 둘러싸고 노사 간 분쟁이 생긴 것이다.
노조 측은 운송비 인상과 함께 현대차·기아 등이 원청이라며 책임자와의 협상을 주장하고 있어 갈등 해소는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노사는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현대위아의 방산 사업 부문 매각을 두고도 현대모비스와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현대위아가 방산 사업 부문 매각을 공식화한 게 아니어서 노조 측의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에 따라 현대차그룹을 향한 교섭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청 노조들의 거센 교섭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시작된 원청 노조와의 임단협 협상도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6일 상견례를 가진 현대차 노사 협상에서는 성과급 규모뿐만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피지컬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고용 안정도 협상 대상으로 추가됐다.
노조 측은 완전 월급제 도입을 요구안에 포함했다. 현대차의 생산직·기술직 직원들은 시급에 따른 급여를 받는다. 아틀라스가 생산 현장에 투입될 경우, 직원의 근무 시간이 줄어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고정급의 비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반면 사측 입장에선 고정비가 늘어나는 만큼, 협상이 쉽지 않은 분야로 꼽힌다. 현대차 노사 간 입장차가 클 수밖에 없어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임단협은 매년 현대차를 시작으로 계열사로 확대돼왔다. 기아와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의 임단협이 시작되지 않아 노조의 요구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과 비슷한 내용을 조건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틀라스 투입 계획이 발표된 지난 1월 노조가 전면전을 예고했던 만큼, 관련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사가 이뤄진 현대차그룹의 노무 관리 라인은 어려운 숙제를 맞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노무 관리 조직을 사장급으로 격상하면서 그룹 노무 전반을 총괄하는 정책개발담당에 최준영 기아 사장을 내정했다.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와 파업 리스크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