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더는 영국 랜드로버의 대표적인 모델로, 70년 이상 역사를 자랑한다. 2억원이 넘는 고가의 모델인 만큼 대중적인 차량은 아니지만, 특유의 디자인과 성능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작년 5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디펜더'라는 슬로건으로 옥타(OCTA)'를 출시했고, 올해 4월 차량 내외부를 검은색으로 디자인해 고급스러움을 더한 옥타 블랙을 내놨다.

디펜더 옥타가 지난 15일 충북 증평에 있는 벨포레리조트 전시돼 있다. /조선DB

지난 15일 충북 증평 벨포레리조트에서 열린 시승 행사에서 만난 옥타 블랙은 디펜더의 최상위 트림이다. 블랙 모델 전용인 '나르비크 블랙' 색상이 전체적인 외장을 덮었다. 짙은 검은색이다.

차량 전면 하부를 보호하는 부품인 프론트 언더 실드와 배기 파이프 등에는 은은한 광택을 내는 '새틴 블랙' 색상이 적용됐다. 타원형 랜드로버 그릴 로고도 블랙 색상으로 돼 있어 고급감을 더했다.

디펜더 옥타가 지난 15일 충북 증평 벨포레리조트에 있는 트랙에 주차돼 있다. /조선DB

운전석에 앉으니 흔들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오프로드 차량인 만큼 시트가 상체를 단단하게 감싸줬다. 시야는 동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보다 높게 느껴졌다.

실내에는 블랙만의 디자인 요소들이 담겼다. 디펜더 차량에는 조수석 대시보드에 별도 수납 공간인 '크로스 카 빔'이 있다. 옥타 블랙은 이 공간을 새틴 블랙으로 채웠다. 시트에 쓰인 가죽 소재와 스티치 디자인도 디펜더 최초로 도입됐고, 짙은 검정색의 '에보니(ebony·흑단)'가 적용돼 옥타 블랙만의 고급스러움이 묻어났다.

옥타 블랙의 차체는 길이 5001㎜, 너비 2064㎜, 높이 1995㎜다. 이전 모델 대비 폭이 68㎜ 커졌고, 지상고(땅과 차 바닥 사이 간격)도 28㎜ 높아졌다.

오프로드에선 지면 변화에 따라 대응력을 높이고, 도심에선 차체가 뜨거나 쏠리는 '롤'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디펜더 옥타가 지난 15일 충북 증평에 있는 벨포레리조트에 마련된 트랙을 달리고 있다. /조선DB

이런 설계의 장점은 온로드 주행에서 드러났다. 이날 트랙을 달리는 '온 로드 주행'에서 옥타 블랙은 급회전 구간도 쏠림 현상 없이 빠져나갔다. 이 같은 차체 설계에다 6D 다이내믹스 서스펜션 시스템이 더해진 결과다.

6D 서스펜션은 지면 상태에 따라 네 바퀴에 안정적인 토크를 전달해 접지력을 높인다고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설명했다. 또 연석을 밟더라도 액티브 댐퍼가 충격을 흡수해 부드럽게 느껴졌다. 오프로드 차량이 한 단계 진화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디펜더 옥타의 실내 모습. /김지환 기자

브레이크 페달을 100%로 밟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니 엔진 배기음이 전해졌다.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자, 몸이 시트로 확 젖혀지더니 총알같이 튀어 나갔다. 디펜더 중 옥타에만 적용된 4.4L(리터) V8 트윈 터보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 덕이다.

이 엔진은 653마력에 최대 토크 76.5kg·m의 성능을 낸다. 공차 중량이 2665㎏이나 되는데도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데 단 4초면 충분하다. 디펜더 중 가장 무겁지만 가장 빠른 셈이다.

디펜더 옥타가 지난 15일 충북 증평 벨포레리조트에 있는 오프로드 코스를 달리고 있다. /조선DB

오프로드 주행에선 6D 서스펜션 시스템의 성능이 발휘됐다. 암석으로 구성된 지형으로 들어서자, 조수석은 하늘로 솟구쳤고, 운전석은 땅으로 꺼졌다. 조수석 앞바퀴가 지면에서 떨어져 있었음에도 6D 서스펜션 시스템이 다른 바퀴에 토크를 보내 안정적으로 탈출했다.

자갈과 진흙 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바퀴가 헛돌지 않도록 무게를 더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자동차가 스스로 보조하는 것이다.

디펜더 옥타는 차량 외부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실내에서 차 주변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시야가 닿지 않는 오프로드 주행 시 유용하다. /김지환 기자

브레이크 잠김 방지시스템(ABS)까지 활성화하니 모래, 자갈 등 거친 노면에서도 미끄러짐이 없었다. 이날 약 35도 경사의 자갈길에서 제동해보니 옥타 블랙은 안정적으로 멈췄다.

옥타 블랙은 전면에 직경 400㎜ 대구경 디스크, 후면에는 365㎜ 디스크, 고성능 패드를 탑재해 제동 성능을 높였다. 또 미쉐린과 BF 굿리치 등과 협업해 개발한 옥타 전용 타이어가 장착돼 있다.

이 타이어는 폭 275㎜에 20인치다. 이날 바퀴 전체가 잠기는 수심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옥타 블랙은 최대 1m 수심도 빠져나갈 수 있다.

디펜더 옥타가 지난 15일 충북 증평 벨포레리조트에 마련된 물길을 건너고 있다. 수심은 약 40cm였다. /김지환 기자

옥타 모드는 오프로드 주행에서 상당히 유용해 보였다. 운전석에서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 30도에 이르는 언덕길의 경우 가속 페달을 밟는 힘과 정비례해 막힘없이 올라갔다. 노면에 따라 스로틀을 달리해 출력을 조절하는 식이다.

가파른 내리막길에서는 내리막 크루즈 컨트롤로 불리는 '힐 디센트 컨트롤' 기능이 활성화된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설정한 속도로 내리막을 알아서 내려간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홍성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디펜더 브랜드 담당은 "옥타 블랙은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이라며 "온·오프로드 모두 최상의 성능을 내며, 활용성이 큰 차량"이라고 말했다.

디펜더 옥타의 트렁크 공간. /김지환 기자

가격이 가장 큰 장벽으로 보인다. 옥타 블랙의 가격은 2억4547만원이다. 2억3017만원인 옥타보다 1500만원 가량 비싸졌다. 뒷좌석 각도가 조절되지 않았고, 공조 버튼도 다소 투박하고 복잡했다. 비상 깜빡이 버튼은 대시보드에 위치해 있어 운전석에서 멀었다. 2억원대 차량 치고 아쉬운 부분으로 보인다.

디펜더 옥타의 엔진룸. V8 엔진이 탑재돼 있다. /김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