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한국GM)의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투입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합산 누적 생산량(파생모델 포함)이 200만대를 달성했다. 트레일블레이저를 처음 생산한 2020년을 기준으로 하면 6년여만, 한국GM의 경영정상화 계획이 수립된 2018년을 기준으로 보면 약 8년 만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이 공적자금 8100억원을 투입해 '풍전등화(風前燈火)' 상태였던 한국GM을 살린 뒤 GM 본사로부터 받아낸 신차 2종이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였다. 개발부터 생산까지 한국에서 이뤄진 이 두 차종이 전 세계에서 수익을 내면서 한국은 GM의 소형 SUV 글로벌 생산 허브가 됐다. 작년과 올해 총 6억 달러(8800억원)의 추가 투자 계획까지 내놓은 GM은 내수 시장 확대를 위한 차량도 검토하고 있다.
아시프 카트리 GM 해외사업부문 생산총괄 부사장은 28일 창원공장 연수원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창원공장은 제너럴모터스(GM)의 글로벌 벤치마크 시설"이라며 "'누적 생산 200만대'라는 지표는 한국GM이 소형 SUV 제품을 위한 글로벌 생산기지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누적 생산 200만대는) GM의 글로벌 포트폴리오상 한국산 자동차의 중요성을 뜻한다"며 "안전 인프라와 직원 근로조건, 운영 효율성을 지속 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창원공장은 1991년 대우자동차의 다마스와 라보 등을 만들던 경상용차 전용 생산시설이었다. 경차인 마티즈와 스파크도 2020년대 초반까지 이곳에서 생산됐다. 그랬던 창원공장이 소형 SUV의 허브로 탈바꿈한 건 지난 2022년이다. GM이 2019년 9000억원의 투자를 발표한 뒤 시작된 창원공장 내 신규 도장공장과 프레스·차체·조립공장 내 설비 전환이 마무리되면서다. 한국GM 창원공장은 2023년 초부터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양산을 본격 시작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출시 1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형 SUV가 됐고, 작년에도 그 기록을 이어갔다. 작년 한 해 미국에서 판매된 숫자만 26만대를 넘었고, 시장 점유율 27%를 기록 중인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올해 누적 생산 100만대 달성을 앞두고 있다. 트레일블레이저까지 더하면 GM의 미국 소형 SUV 시장점유율 43%로 집계됐다. 미국에서 소형 SUV를 산 10명 중 4명 이상이 한국GM 공장에서 만들어진 차를 한 것이다.
한국GM은 제품과 생산 시설에 각각 3억 달러씩 분산해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카트리 부사장은 "6억 달러 투자는 안전과 품질, 효율성을 향상하기 위한 약속"이라며 "공장의 위험성 평가를 통해 설비를 향상할 부분과 수리할 부분을 판단하고 있다. 더 강화할 부분이 있다면 힘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성능 향상에도 투자금을 할애할 예정인데, 부분변경 등이 전망되고 있다.
한국GM의 최대 약점은 내수 판매로 꼽힌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가 작년 해외에서 44만7216대 판매됐지만, 내수 판매는 1만5000대에 불과했다. 한국GM은 지난해 내수 시장 확대를 위해 캐딜락과 GMC 등 GM의 4개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왔는데, 이에 더해 신형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개발이 완료되면 신형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에 더해 새로운 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트리 부사장은 "신에너지차량(NEV) 담당 조직이 한국에서 어떤 기회가 있을지 평가하고 있다"며 "6억 달러 투자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고,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당분간은 소형 SUV에 우선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동우 한국GM 국내 생산 총괄 부사장은 "창원공장에는 하이브리드차(HEV), 전기차 등을 생산할 기반은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창원공장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음에도 미국 수요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수익성에 집중하면서 차세대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명옥 한국GM 국내 마케팅 총괄 전무는 "차세대 모델보다 소형 SUV 생산이 먼저"라며 "차세대 모델은 시장 변화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일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