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로봇·인공지능(AI) 신사업을 통해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동 수단의 경쟁력이 차체 성능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데이터·에너지·자동화 역량까지 포함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다. 현대차그룹은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적시 투자와 파트너십 확대, 인재 확보를 전방위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변신은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26에서 본격화했다. 이 자리에서 하드웨어와 이동성 중심의 로보틱스를 넘어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역량을 고도화하고, 사람과 로봇이 협력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과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현대차그룹 제공

이러한 전략을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은 그룹 밸류체인과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인간 중심의 피지컬 AI(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와 같은 물리적 실체를 통해 현실과 직접 상호작용하는 AI)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 구현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제조·물류·판매 등 전 밸류체인에서 확보하고, 이를 디지털화해 AI 학습에 사용한 뒤 다시 제품에 적용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국내 피지컬 AI 생태계 발전 역할을 담당할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피지컬 AI를 활용해 확보한 고객 맞춤형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도 함께 조성한다.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미래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가속화를 위해 구글 딥마인드 등 글로벌 AI 선도 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4일엔 구글 AI '제미나이'가 적용된 4족 보행 로봇 '스팟'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탑재된 카메라와 제미나이를 활용해 칠판에 적힌 할 일 목록을 스스로 확인·인지하고 수행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그룹 제조 환경에서 체계적으로 훈련시켜 인간과의 협업 실현을 가속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제작된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을 CES 2026에서 공개한 바 있다.

연구형 모델은 대부분의 관절이 360도 회전할 수 있고, 촉각 센서가 달린 사람과 유사한 크기의 손을 갖고 있다. 360도 카메라를 통해 주변 감지가 용이하고, 자연스러운 보행으로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움직이며 현장에서 완전한 자율 동작을 수행한다. 최대 50㎏까지 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2.3m 높이까지 도달한다. 내구성이 뛰어나 영하 20도에서 40도의 환경에서도 완전한 성능을 발휘하고 방수 기능을 갖춰 세척도 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한 개발형 모델을 양산해 산업 현장에 대규모로 투입할 계획이다. 향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포함한 생산 거점에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투입하고, 공정 단위별 검증을 통해 단계적으로 아틀라스 도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2028년부터 HMGMA에서 부품 분류를 위한 서열 작업 등 안전성과 품질 효과가 명확히 검증된 공정에 우선 적용하고,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까지 작업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로봇은 정신적, 신체적 피로도가 높은 정밀 작업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할 것"이라며 "인간이 하기 어려운 위험한 일을 대신해 작업 안전성을 강화해 주고, 인간은 현장에서 로봇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로봇을 학습시키고 관리하는 역할에 더해 더욱 윤택한 환경에서 고부가가치 일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상용화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지난 2월 새만금 혁신성장 구축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새만금 112만4000㎡ 부지에 올해부터 총 9조원을 투자해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는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소프트웨어중심차(SDV) 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처리·저장하는 미래 기술의 핵심 인프라가 될 예정이다.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는 연 3만대 규모 생산 기반과 파운드리 기능을 갖추게 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중장기 국내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으로 대한민국 경제 활력 제고에 기여할 계획"이라며 "협력사 관세 지원과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