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지난해 미국을 제외한 주요 해외 시장에서 판매량이 늘었음에도 마냥 웃지는 못하고 있다. 점유율이 하락한 곳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충격을 다른 시장에서 만회해야 하는 만큼, 판매 라인업을 확대해 점유율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인도자동차제조업협회(SIAM)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인도에서 전년(85만433대)보다 소폭 늘어난 85만2164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57만1878대, 기아가 28만286대를 각각 판매했다.
시장 점유율은 18.67%를 기록했다. 현대차 12.53%, 기아 6.14%로 각각 4·6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현대차는 2024년 19.6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는데 판매 대수가 소폭 늘었음에도 점유율은 약 1%포인트(p) 하락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은 올해 1분기에도 하락했다. 현대차는 1년 전보다 8.4% 증가한 16만6578대를, 기아는 103% 증가한 15만3550대를 판매했다. 그러나 현대차·기아의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은 12.5%, 6.3%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47%p, 0.11%p 낮아졌다.
이는 인도의 자동차 시장 규모가 커지는 속도를 현대차·기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 432만216대였던 인도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456만5098대로 5.6% 늘어났다.
인도 기업인 타타모빌리티의 올 1분기 판매량은 19만8743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 늘었다. 마힌드라와 토요타 판매량도 각각 23%, 19% 증가했다.
중국에서의 점유율도 하락세다. 중국승용차시정정보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중국 판매량은 전년(20만3012대)보다 3% 증가한 20만9250대였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은 0.9%에서 0.87%로 하락했다.
중국 완성차 시장 규모는 2024년 2256만6299대에서 2409만1524대로 커졌다. 출혈 경쟁까지 감행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 밀려 현대차와 기아가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시장에선 판매량과 점유율 모두 떨어졌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작년 연간 판매량은 104만2509대로 1년 전(106만3555대)보다 1.9%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 역시 8.2%에서 7.8%로 하락했다. 작년 유럽의 자동차 판매량은 1327만1270대로 2024년 1296만2714대보다 증가한 바 있다.
올해 1분기에도 같은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1분기 유럽 판매량은 26만18대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 26만7297대보다 2.7%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은 7.4%로 0.5%포인트p 하락했다.
현대차·기아를 포함해 전통적인 완성차 브랜드의 점유율은 모두 감소했지만, 스텔란티스 그룹은 56만3490대를 판매하며 1년 전보다 0.5%p 상승한 16%를 기록했다. 또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전년 대비 155% 증가한 7만3847대를 판매했고, 테슬라가 작년 1분기보다 44.9% 증가한 7만8745대를 기록했다.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2.1%, 2.2%다. 유럽에서 유럽 현지 및 중국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현대차·기아가 시장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브라질에서도 유사하다. 현대차·기아의 브라질 판매량은 작년 20만8834대에서 올해 20만7322대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브라질의 작년 연간 자동차 판매량은 254만9462대로 2024년 대비 증가했다. 전체 시장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현대차·기아의 성장세는 오히려 꺾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미국 외 시장에서 현대차·기아가 고전하고 있는 것은 심화하는 경쟁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현대차·기아는 중국과 인도에서 현지 업체들과 경쟁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의 경우 중국 전기차 뿐만 아니라 아우디·폴크스바겐 등 유럽 전통 업체들도 진출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 점유율의 하락은 판매 네트워크나 브랜드 선호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점유율 하락이 지속되면 애프터 서비스(A/S)나 충전 인프라 설치 등 플랫폼 경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대차·기아는 유럽에서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라인업을 확대해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내연기관 모델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달부터 EV2를 본격 판매하면서 EV9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넓혔다. 현대차도 유럽 전용 모델 아이오닉3를 필두로 전기차 판매 모델을 늘릴 예정이다.
중국에선 아이오닉 브랜드를 통한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V(브이)를 시작으로, 라인업을 2030년까지 총 20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2년 안에 아이오닉 E를 포함한 전기차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각 3종씩 총 6종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아이오닉 E는 현대차가 이달 초 공개한 콘셉트카 '아이오닉 어스'의 양산형 모델이다.
인도에서는 현지 맞춤형 차량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전날 인도 TVS 모터 컴퍼니와 함께 전기 삼륜차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인도에서 신차 26종을 내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