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터리 1위 기업 CATL(닝더스다이·宁德时代)의 아킨 리(Akin Li) 부사장이 25일(현지시각) "현대차그룹과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차(005380)가 오토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에서 공개한 준대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 V(브이)를 넘어 전 차종에 CATL의 배터리를 탑재하겠다는 것이다.

리 부사장은 이날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람 순의관에서 진행된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와 배터리 전기차(BEV),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 모든 라인업에 CATL 배터리가 들어갈 것"이라며 "현대차·기아(000270)와 더 깊은 차원의 협력을 논의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이 전 차종, 전 지역에서 확대되는 것을 보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킨 리(가운데) CATL 부사장 25일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람센터 순의관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CATL 제공

지난 24일 진행된 현대차의 아이오닉 V 공개 행사에는 쩡위친 CATL 회장이 참석했다. 쩡 회장은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만나 "CATL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의 전기차가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리 부사장은 CATL의 전략 방향으로 고에너지 삼원계(NCM) 배터리를 강조했다. CATL은 지난 22일 3세대 '기린(麒麟)' 배터리를 공개했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긴 주행거리가 특징이다. 한 번의 충전으로 세단은 1500㎞, 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1000㎞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리 부사장은 "NCM 역시 (CATL의) 중요한 발전 방향"이라며 "CATL의 표준인 초고속 충전 기술도 적용됐다. 더 많은 중·고급형 차량이 CATL의 배터리를 탑재할 것"이라고 했다.

그간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 SDI 등 국내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가격이 비싼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개발·생산에 집중해 왔다. 특히 니켈 비중을 90% 이상 높인 하이니켈 NCM 배터리를 고급 차량에 탑재하는 게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주요 전략이었다. 하지만, CATL이 고급 차량을 겨냥한 NCM 배터리를 강조하면서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1일 베이징 국가회의센터에서 열린 CATL 슈퍼 테크데이에서 양쥔 배터리 교환 사업부문 총경리가 신형 교환식 배터리(초콜릿)을 소개하고 있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리 부사장은 CATL의 성장 배경으로 연구·개발(R&D)을 꼽았다. 그는 "CATL은 그간 R&D에 100억달러(14조7000억원) 이상 투자했다. 투자를 확대하니 새로운 기술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CATL의 기술 인재들만 2만2000여명이고, 이들 중 박사 학위 소지자는 1000명을 넘었다"고 했다. 이어 "CATL은 지속적으로 R&D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BYD와 CATL의 배터리 경쟁도 관전포인트였다. CATL은 지난 22일 3세대 '선싱(神行)' 배터리를 공개했다. LFP 기반 초고속 충전 배터리로, 10%에서 98%까지 충전하는 데 6분 27초가 걸린다. 이는 지난달 BYD가 발표한 '9분 완충'을 뛰어넘는 속도였다.

'북미와 유럽 등 규제가 까다로운 시장 진출 여부'를 묻는 질문에 리 부사장은 "당연히 한다"고 했다. 그는 "이미 전 세계 100여개 국가, 수십개 완성차 업체들과 모두 협력하고 있다. 각국의 법률과 규제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