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을 통해 중국 시장 재도전을 선언한 현대자동차의 호세 무뇨스 사장이 "겸손하면서도 당당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현대차(005380)는 중국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며 체득한 노하우를 활용해 중국에서 중국 자동차 업체들과 다시 한 번 제대로 겨뤄 보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연간 판매량 50만대(중국 내수·수출 포함) 달성이란 목표를 제시했다.
무뇨스 사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 국제전람중심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연간 판매량 50만대는 달성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숫자"라며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통해 글로벌 차원의 리스크를 줄이는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베이징자동차(BAIC)와 협력하며 시장 경쟁력을 갖추고 성능을 높일 방안을 고민해왔다"며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성공한 자동차 기업이다. 그 노하우를 중국에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24년 전 중국에 처음 진출했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로 한중 외교 관계가 악화되기 직전인 2016년 현대차가 114만2000여대, 기아(000270)가 65만대 등 중국에서만 약 180만대를 판매하며 폴크스바겐, 토요타와 함께 '톱3'로 통했다. 당시 시장점유율은 10%대 중반을 기록했다. 하지만 사업이 악화한 뒤 10년간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작년 중국 판매량은 약 21만대에 그쳤다.
무노스 사장은 "지난 24년간 중국에서 1200만대를 판매하는 성과가 있었다. 상황이 좋을 때 안주했고 스스로 과신하게 됐다"며 "현대차는 중국에서 겸손해지는 법을 배웠고, 무엇이 잘 되고 안 되는지를 분석했다"고 했다. 이어 "중국의 변화는 빠르지만, (현대차의) 결정 속도는 느렸다. 현대차가 적절한 시기에 중국 재도전을 결정하며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고 본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전략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생존 전략의 출발점은 이번 모터쇼에서 공개한 아이오닉 V(브이)다. '현지화'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기능을 탑재한 게 특징이다. 아이오닉 V에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모멘타의 첨단 운전자 보조 기술(ADAS)과 고속도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레벨 2 +(플러스) 기능이 적용됐다.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 발전으로 소비자들의 눈이 높아진 상황에서 독자 개발보다는 검증된 현지 기업과 협업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플랫폼과 배터리는 각각 BAIC, CATL과 협력해 만들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V를 시작으로 아이오닉 E, 중형 스포츠유리틸리티차(SUV), 다목적차량(MPV),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한다. 이 차량들에도 현지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허재호 현대차 중국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 차종의 자율주행 성능을 강화할 것"이라며 "아이오닉 브랜드는 레벨 2++ 기능으로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저우타오 베이징현대 동사장(한국의 이사회 의장급)은 "중국 소비자는 전동화는 기본으로 요구하고 지능화(스마트화)까지 요구한다"며 "특히 중국의 젊은 층은 스마트 드라이빙에 관심이 많다. 이 방향에 맞춰 (신차를) 준비하고 있고, 레벨 3까지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오닉 V의 중국 출시 시점은 올해 연말이다.
아이오닉 V가 출시된 시점은 중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이 축소되는 시기와 겹친다. 무뇨스 사장은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도전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도전하는 게 (정주영) 창업 회장님의 철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시장 성과에 따라 아이오닉 V를 아시아·태평양 지역, 호주, 동남아시아에 수출하는 것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