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베이징 모터쇼에 덴자Z 컨버터블이 전시돼 있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출력은 1000마력, 제로백은 2초 미만, 세계 최초의 '스마트 전기 슈퍼카'입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의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중국명 텅스·腾势)를 이끌고 있는 리후이(李慧) 총경리는 지난 24일 오전 오토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의 스마트 전기 슈퍼카 '덴자Z 컨버터블'을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신차 성능을 소개하며 전시관에 운집한 수백명의 관람객과 취재진을 향해 "뉴부뉴(牛不牛·멋지지 않나요)?"라고 외치자, 곳곳에선 "뉴(牛·멋져요)!" 하는 외침과 탄성이 쏟아졌다. 리 총경리가 차량 위에 덮여있던 검은 베일을 거두자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24일 오전 베이징 모터쇼에서 리후이 덴자 총경리가 신차 출시 발표를 하고 있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덴자는 BYD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메르세데스-벤츠 그룹과 합작해 2010년에 출범했다. 현재는 BYD 지분이 압도적이다. BYD 왕조(王朝)와 해양(海洋) 시리즈가 보급형 브랜드라면, 덴자는 양왕(仰望)과 함께 프리미엄 라인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덴자Z 컨버터블은 통합 제어 플랫폼(이싼팡·易三方)과 자기유변 서스펜션(윈녠-M·云辇-M), 고급 자율주행(톈선즈옌·天神之眼) 기능이 전부 탑재됐다. 현지 매체들은 "슈퍼카 경쟁이 출력 경쟁에서 제어·지능 경쟁으로 전환된 모습"이라며 "이로써 덴자는 MPV(다목적 차량)부터 슈퍼카까지 전 라인업을 완성하며,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한층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 고성능 모델, 초고속 충전… 中업체들 '기술 과시'

역대 최대 규모로 개막한 올해 베이징 모터쇼는 전기차 보급 단계를 넘어, 고성능과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앞세운 기술 경쟁의 장으로서의 성격이 뚜렷하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업체 수가 빠르게 늘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심화했다. 그 결과 산업 이익률이 역대 최저를 기록하자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저가 경쟁에서 벗어나 고성능과 AI를 돌파구 삼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오전 문을 연 BYD 전시관에는 왕조, 해양, 덴자, 양왕, 팡청바오(方程豹) 등 BYD 산하 브랜드가 총집합해, 4200㎡(약 1270평) 면적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날 전시에선 덴자Z 컨버터블뿐만 아니라 팡청바오의 신차도 큰 관심을 받았다. 팡청바오는 주로 오프로드용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심의 브랜드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고급 세단 '팡청S'와 콘셉트카 '포뮬라X'를 공개했다.

24일 오전 베이징 모터쇼 BYD 부스에 팡청바오 신형 세단 판청S가 전시돼 있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24일 오전 베이징 모터쇼 BYD 부스에 팡청바오 콘셉트카가 전시돼 있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팡청 S는 하나의 모델로 다양한 차형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주행 성능과 실용성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차체 구조를 조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콘셉트카 포뮬라X 역시 양산을 염두에 둔 모델로, 고성능 전동화 시스템과 주행 제어 기술을 갖췄다.

초고속 배터리 충전 시연도 이뤄졌다. BYD 충전기는 T자형으로 이뤄져, 초고속 충전과 동시 2대 충전을 지원한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70%까지 충전하는 데 5분, 97%까지 충전하는 데 9분이 걸린다. 영하 30도에서는 3분이 더 소요된다. 현장에선 고속 충전 중인 BYD 차량 한 대를 5~6명의 인플루언서가 둘러싸고 동시에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현장에는 또 영하 30도 환경을 구현한 챔버가 설치돼 있었고, 내부에는 차종별 BYD 차량이 실제로 충전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온도 체험용 구멍에 손을 넣어보며 저온 환경을 직접 확인했다.

◇ 자동차가 곧 AI 에이전트

24일 오전 베이징 모터쇼 샤오미 부스 앞에 관람객이 줄지어 있는 모습.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AI 플랫폼 경쟁을 전면에 내세운 전시도 눈에 띄었다. 샤오미는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스마트폰·가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스마트 디바이스'로 해석했다. 차량에 탑재된 AI 소프트웨어가 운전자의 지시에 따라 식당 예약, 커피 주문, 메모 정리 등 작업을 수행하는 식이다. 운전자의 스트레스나 불안 상태를 감지해 귀가 시 조명과 음악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

AI를 기반으로 운전자 생체신호와 차량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콘셉트카도 공개했다. 차체 내부에 다양한 생체 센서를 탑재해 운전자의 심박수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이를 기반으로 주행을 보조해, 운전자가 차량과 일체화된 주행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24일 오후 베이징 모터쇼 샤오미 부스에 컨셉트카가 전시돼 있다. 이 차량은 내부 센서가 운전자의 실시간 생체 데이터를 인식해 신체 상황별 주행을 보조한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자동차 업체에서 'AI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한 샤오펑은 업계 최초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주행 시스템에 통합한 'VLA 2.0′을 공개했다. 운전자가 지도에서 특정 위치를 지정하는 대신 "쇼핑몰 입구 근처에 주차해달라"는 식으로 자연어로 명령하면 차량이 이를 이해하고 수행한다. 이는 단순 객체 인식을 넘어 도로 상황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기술이다.

24일 오전 베이징 모터쇼 샤오펑 부스에서 관람객이 휴머노이드 '아이온'을 구경하고 있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화웨이는 기존 통신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반도체, AI, 커넥티드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스마트 주행을 위한 컴퓨팅 성능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둥펑자동차는 체화지능 기술을 적용한 차량 개발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AI를 자동차에 탑재해, 차세대 전기차를 단순히 네트워크 연결 차량이 아닌 소프트웨어오 구동되는 자율적인 사고 능력을 갖춘 기계로 만들었다"며 "중국 자동차 산업은 차세대 혁신을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