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에 7550억원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미국에 납부한 영향이다. 다만 친환경차 중심 판매 호조로 역대 최대 규모인 29조50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기아는 원자재 가격 상승, 중동 물량 감소 등이 예상되지만 공급 다변화와 전 권역 성장을 통해 올해 10조2000억원 영업이익, 335만대 판매 목표치를 차질 없이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기아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조2051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26.7% 줄어든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컨센서스(전망치 평균) 2조2938억원을 하회한 것이다. 다만 1분기 매출액은 5.3% 늘어난 29조5019억원으로 역대 분기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미국의 수입산 완성차에 대한 관세 영향이 온전히 반영됐을 뿐만 아니라, 북미·유럽 시장 내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증가, 기말 환율 급등에 따른 판매보증충당부채 증가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그럼에도 고수익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과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을 통해 최대 매출 달성 등 견조한 펀더멘털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 영업이익 감소분 94%가 관세… 판매량 78만대 '역대 1분기 최대'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은 미국 관세 영향이 절대적이다. 기아 관계자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8040억원 정도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는데, 이 중 7550억원(93.9%)이 관세 영향"이라며 "이를 제외하면 (지난해 1분기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아는 영업이익률 개선 추세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5%대, 4분기 6%대에서 올해 1분기 7.5%까지 상승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미 및 유럽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가 증가한 점, 1분기 말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화 판매보증 충당부채 증가 등 외부 변수에 따른 비용도 영업이익을 끌어내렸다.
다만 1분기 매출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는 판매대수 성장 덕분이다. 1분기 도매 기준 판매대수는 77만9741대로,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했다. 역대 1분기 중 최대 규모다. 국내에선 5.3% 증가한 14만1513대, 해외에선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인 63만8228대를 판매했다. 미국-이란 갈등 관련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현지 공급 차질로 아중동 권역 판매가 줄었지만, 유럽(3.8% 증가), 인도(11.6% 증가), 중남미(34.6% 증가) 등 타 지역에서 이를 상쇄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1분기 친환경차 판매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33.1% 증가한 23만2000대를 기록했다. 소매 기준 하이브리드차(HEV)가 32.1% 증가한 13만8000대, 전기차가 54.1% 늘어난 8만6000대 판매됐다. 이에 따라 전체 판매대수 중 친환경차 비중은 29.7%로 전년 동기(23.1%)보다 6.6%포인트 확대됐다.
이에 힘입어 기아는 1분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소매 기준) 4.1%를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4%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 분기가 처음이다. 기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의 글로벌 공세 속에서 특정 지역 편중된 성장이 아닌 전 지역에서 성장하며 시장 점유율 4.1%를 달성했다는 것은 판매 성장의 전환점"이라고 강조했다.
◇ "원자재 가격 상승·아중동 물량 리스크"… 친환경차 확대 추진
기아는 지정학적 리스크 지속, 주요 시장 내 경쟁 심화, 대외 여건 변화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아 관계자는 "알루미늄과 니켈, 로듐, 팔라듐 등에 대한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이 3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올해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단기간에 끝난다 해도, 유가는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비용 상승 리스크가 분명히 있다"고 했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아중동 물량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기아가 아중동 지역에 판매하는 자동차는 연간 26만대 수준이다. 다만 기아 관계자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아중동 물량이 일부 차질을 빚겠지만, 다른 지역에서 만회해 올해 판매 목표로 제시한 335만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아의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는 10조2000억원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5% 내외, 아중동 물량 차질이 2~3%가량 영업이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아는 내다봤다. 단 기아 관계자는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등장으로 원가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고, 부품 공급 다변화 등 원가 상승 리스크를 계속 준비해 왔다"며 "올해 10조2000억원 목표는 지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기아는 한국 시장에서는 'EV4', 'EV5', 'PV5' 등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고 및 셀토스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는 등 친환경차 중심의 판매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고수익 차종인 '텔루라이드'와 '카니발'의 판매를 확대하고,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해 시장 지배력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특히 관세, 보조금, 환경규제 등 현지 정책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유럽 시장에서는 'EV2', 'EV3', 'EV4', 'EV5'로 이어지는 볼륨 EV 풀 라인업 구축 효과를 바탕으로 현지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인도, 중남미를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는 현지 맞춤형 전략 차종과 공급 물량 확대를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