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오토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의 막이 24일 올랐다. 이번 베이징 모터쇼는 이날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람센터에서 진행된다. 지난 2024년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전기차들의 향연이 펼쳐졌다면, 올해는 중국 브랜드별 색채가 뚜렷해졌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고도화되는 자율 주행과 배터리 충전 기술, 1000마력을 넘는 고성능, 하이엔드 럭셔리 차량 등 중국 브랜드만의 개성이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전통의 글로벌 브랜드들은 작년 2600만대가 판매된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화'를 앞세우며 눈물겨운 사투를 이어가고 있다. 각 브랜드가 유지해 온 디자인 대신, 중국 현지 기업과 공동 개발해 중국 전용 디자인과 로고를 적용한 게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저가 공습에서 개성을 갖추고 세분화해 내수 시장을 공략한다면, 해외 업체들은 '중국화'를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람센터에서 오토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가 개막했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개성 확실해진 중국 업체들, 기술 각축전

전시 면적 38만㎡로, 축구장 50여개 크기로 구성된 중국국제전람센터에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 각축전이 벌어졌다. 그간 중국 자동차 업계는 저가 전기차 물량 공세 전략을 펼치며 세계 시장 점유율을 늘려 왔으나, 그 결과 자국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심화해 산업 이익률이 역대 최저를 찍었다. 이에 업체들은 하나둘 '가성비'가 아닌 '고품질' '신기술' 등 개성을 더해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것이다.

샤오미는 이날 운전자와 차량이 상호작용하는 기능을 가진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차량이 차체 내부에 탑재된 생체·환경 센서로 운전자의 심박수와 신체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운전자의 실시간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행을 보조한다. 운전자가 차량과 일체화된 주행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샤오미의 목표다. 차체 외부는 공력 구조를 차체에 통합해 별도 장치 없이도 공기 흐름을 제어할 수 있다. 고속 안정성과 효율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샤오미는 설명했다.

24일 오전 오토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 BYD 부스에 영하 31도 챔버(왼쪽)와 초고속 충전기 모습이 전시돼 있다. BYD 충전기는 T자형으로 초고속 충전과 2대 동시 충전을 지원한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중국 업체들은 또 초고속 충전 신기술들을 선보였다. 9분 만에 완충돼 830㎞를 달리는 초고속 배터리 충전 시스템을 선보인 BYD는 영하 30도 환경에서도 충전하는 것을 시연했다. 이에 맞서 CATL(닝더스다이·宁德时代)은 최근 6분여 만에 완충해 1500㎞를 주행하는 신형 배터리를 선보였다. 극한의 저온 환경에서도 10분 안에 완충할 수 있다. 초고속 충전과 배터리 교환을 한 개의 스테이션에서 제공하는 시스템도 앞서 공개한 바 있다.

전기차 업체 니오는 배터리 교환(스왑) 시스템을 선보였다. 세차 기계처럼 생긴 스테이션에 차를 세우면 바닥에서 기계가 올라와 차체 하부의 배터리 결합을 해체한 뒤 방전된 배터리를 완충된 배터리로 교환한다. 다시 체결을 마칠 때까지 든 시간은 2분 33초다.

24일 오전 오토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에서 전기차 업체 니오가 배터리 교환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베이징=이은영 특파원

이 밖에 지리(Geely) 그룹은 브랜드별 역할을 확실히 구분했다. 럭셔리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지커는 플래그십 모델 8X를 공개했다. 이 모델에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기술이 담겼다. 지커 측은 230kW(킬로와트) 구동 모터를 통해 주행의 약 80%를 전기로 주행할 수 있으며, 리터당 45㎞의 연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룹 내 브랜드인 링크앤코는 젊은 세대를 겨냥해 스포티한 브랜드 '링크앤코 플러스'를 출시했다.

상하이자동차 산하 브랜드는 AI 기반 차량 라인업을 잇따라 발표했고, 화웨이 협력 브랜드들도 고급 자율 주행 기능이 탑재된 신차를 공개했다.

◆"우리와 중국이 함께 만든 차" 글로벌 브랜드의 구애

연 2600만대 규모의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보다 적극적인 구애에 나섰다. 글로벌 브랜드들이 현지 기업들과 협업해 만든 차량이 다수 공개되면서 중국 취재진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2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람센터에서 오토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가 개막했다. 사진은 센터 내 폴크스바겐이 마련한 전시관 모습. /김지환 기자

폴크스바겐의 전시관을 가득 채운 건 현지용 차량이다. 폴크스바겐 전통의 디자인보다는 중국 전기차 느낌이 묻어났다. 이날 전시관에선 기업 샤오펑(Xpeng)과 공동 개발한 ID. UNYX 09가 공개됐다. 차체는 폴크스바겐이, 두뇌는 샤오펑이 담당했다. ID.UNYX 06, 07도 전시됐는데, 화웨이의 첨단 운전자 보조(ADAS) 기술이 적용됐다. 중국 인공지능 칩 설계 업체 호리즌 로보틱스와 폴크스바겐이 공동 설립한 카리아즌의 ADAS 설루션이 적용된 ID.AURA T6도 전시됐다.

아우디도 마찬가지다. 아우디는 상하이자동차(SAIC)와 함께 개발한 두 번째 모델이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7X를 공개했다. 아우디만의 사륜구동 기술에 더해 SAIC와 공동 개발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네 개의 링 로고 대신 'AUDI'라는 로고를 쓰는 게 특징이다. 게르놋 될러 아우디 회장은 이날 "다양한 현지화 모델을 통해 아우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중국 제품 전략을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오전 중국 베이징 중국국제전람센터에서 오토차이나 2026(베이징 모터쇼)가 개막했다. 사진은 센터 내 폴크스바겐이 마련한 전시관에 ID.UNYX 09가 전시돼 있다. /김지환 기자

메르세데스-벤츠는 GLC 일렉트릭을, BMW는 iX3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포르셰는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 카이엔 일렉트릭 쿠페를 전시했다. 아직 국내에 쿠페 모델은 나오지 않았다. 신차임에도 불구하고, 독일 브랜드를 찾는 발걸음은 중국 브랜드와 비교해 상당히 적었다. 현지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미 중국 완성차 브랜드들이 더 싼 가격에 (해외 브랜드보다) 높은 성능을 내면서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도 아이오닉 브랜드를 앞세워 중국 시장의 반전을 노리고 있다. 지난 2016년 170만대를 판매하며 톱3에 올랐던 현대차는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로'라고 이름 붙인 전략의 첫 번째 모델 아이오닉 V를 공개했다.

아울러 현대차는 이날 공격적인 라인업 확장을 예고했다. 아이오닉 V를 시작으로 2단계에 걸쳐 완전한 신차 6종을 출시하는 등 향후 5년간 총 20개(부분변경 등 포함)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격적인 라인업 확대와 함께 딜러십도 강화한다. 2030년까지 신규 매장 181개를 개설하는 등 약 10억 위안(약 2168억원)을 중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2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전국국제전람중심 순의관에서 2026 베이징 국제 모터쇼 현대차 언론 공개 행사가 열리고 있다. /현대차 제공.

일각에서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화가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온다. 현장에서 만난 국내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의 로고를 단 중국 자동차로 가득 채워졌다"며 "중국에서는 글로벌 업체들이 오랜 기간 유지해 온 브랜드 특유의 디자인이 조만간 사라질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